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3. 러시아 공업도시 노보시비르스크
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3. 러시아 공업도시 노보시비르스크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9.01.1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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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여행정보 43. 노보시비르스크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오토바이 한 대로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나라를 달렸던 282일, 1만 8000km의 이야기.

잠시 한눈을 팔기에도 버거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삶은 딱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힘들고, 그래서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숨만 쉬며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숨 쉬는 시간 빼고 일을 해야 하는 과노동 사회에서 여행은 누군가에게 꿈이자 낙이 되기도 한다.

그런 세상에 지쳐있던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을 다녀왔다. 남미 대륙을 여행했던 20세기의 체 게바라처럼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말과 낙타가 뛰어다니는 초원에서,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사막에서, 눈이 잔뜩 쌓인 산 위에서 수도 없이 자신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고자 노력했다.

43. 러시아 공업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길

길가에 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한참 바라보며 잠시 쉰다. 형님들에게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렸더니 엉덩이와 손목이 얼얼하다. 바이크를 계속 타다보면 서 있는 게 휴식이다.

예비 기름통에 있는 기름을 넣고 다시 출발한다. 그 다음부터는 바이크에 기름을 넣을 때 빼고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예비 기름통에 있는 기름이 모두 떨어져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물을 마시고 있는데 형님들의 차가 들어온다. 다행히 내가 뒤처지진 않았나보다.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이 넓은 땅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제부터는 함께 가기로 했다. 내가 먼저 출발하고 그 뒤를 형님들이 따라오며 이동한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달린다. 점점 어두워지고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나 싶더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목적지인 노보시비르스크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비 때문에 바이크의 라이트만으로는 앞을 보기 힘들고, 더 쌀쌀해진 날씨에 손가락부터 천천히 굳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캠핑이란 안 될 말. 여행 초반, 빗속에서 캠핑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게다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 춥다. 숙소가 있는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갈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오는 형님들이 부럽다. 차를 타고 여행했다면, 비가 오는 것 따위는 낭만으로 생각했을 거고, 넘어져 발목이 바이크에 깔릴 일도 없었을 탠데. 힘들게 텐트를 치고 접지 않아도 차 안에서 잘 수 있고, 물건을 아무리 꽁꽁 싸매도 달리다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온몸으로 바람을 맞을 수 있고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바이크의 장점이 비오는 밤이 되자 모두 단점이 된다. 차와 함께 여행하다 보니 비교가 돼 더 그런 것 같다.

체력과 체온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한 상태에서 한참을 달려 늦은 밤이 돼서야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세련된 호텔과 뷔페식 조식

노보시비르스크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은 러시아 제3의 도시다. 교통의요지이자 공업도시로 유명하단다. 그 규모에 걸맞게 좋은 숙소와 고층 빌딩이 많다. 적당한 곳에 바이크를 세우고 주변 호텔을 검색한 후 이동해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노보시비르스크의 호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회전문을 만났다.
노보시비르스크의 호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회전문을 만났다.

형님들이 방을 잡아 줘, 라픽과 함께 방을 쓰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간 게스트하우스나 가스치니짜 수준의 숙소가 아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이다.

하지만 감탄할 틈이 없다. 하루만에 1000km이상 빗속을 달렸더니 온몸이 덜덜 떨리는 데다 체력도 바닥이다. 겨우겨우 바이크에서 짐을 빼 들쳐 메고 숙소로 들어가 짐을 침대 밑에 대충 넣고 곧바로 누웠다.

다음날 아침, 라픽이 아침을 먹으로 가자고 깨워 겨우 일어났다. 호텔이어서인지 뷔페식 조식이 제공된다. 뷔페라니. 그동안 영양을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한지라 이 때다 싶어 한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로 돌아왔다.

온갖 음식이 다 있는 뷔페에서 음식을 가득 담아왔다.
온갖 음식이 다 있는 뷔페에서 음식을 가득 담아왔다.

그 모습을 본 형님들이 웃으며 이따가 맛있는 점심을 사줄 테니 적당히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멈출 수 없다. 몇 번을 더 가져다 먹고 나서 차를 마시며 하루 일정을 의논했다.

나는 바이크를 손봐야한다. 엔진오일을 갈아야하고, 몽골을 통과하며 부서진 왼쪽 사이드미러와 헤드라이트도 고쳐야한다. 체인과 기어도 조절해야 남은 여행을 할 수 있다. 몽골의 오프로드는 바이크에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여기저기 깨지고 금이 갔다. 상처가 늘어나는 만큼 마음이 더 간다. 역경을 함께 해쳐온 동지 같은 느낌이다.

형님들은 도시를 구경한단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각자 길을 떠났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의 미션

내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카메라 SD카드 구입과 바이크 수리다. 호텔에서 미리 장소를 검색하고 좌표를 입력했다. 마트는 찾기 쉽지만, 수리점은 막상 가면 자동차 수리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호텔 직원에게 바이크 수리점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이 어딘가에 전화하더니 메모지에 주소를 적어준다. 준비는 이제 끝. 형님들과 약속을 다시 확인한 후 노보시비르스크 시내로 나선다.

공업도시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큰 도시이기 때문일까. 바이크로 도시를 가르는데 매연 때문에 목이 답답할 정도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느낀 만큼은 아니지만 오래 운전하고 있으니 목이 칼칼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다가 도시에 왔더니 적응이 안 된다.

마트에서 사먹은 생선 롤. 스시라고 부른다.
마트에서 사먹은 생선 롤. 스시라고 부른다.

우선 좌표를 저장해둔 마트에 들어가 SD카드를 샀다. 마트에서 파는 생선 롤도 하나 샀다. 신선한 생선을 먹어본 지 오래됐기에 발견하자마자 곧장 샀다. 그늘에 세워둔 바이크에 앉아 먹었는데 맛은 별로다. 생선이 좀 오래됐는지 비린내가 난다. 버리기는 아까워 음료 하나를 더 사와서 꿀꺽꿀꺽 삼켰다.

노보시비르스크의 극장 앞 거리
노보시비르스크의 극장 앞 거리

곧바로 수리점을 찾아 나섰다. 내가 좌표를 찍어둔 곳은 역시나 자동차 수리점이어서 호텔 직원이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큰 길을 벗어나 모래먼지가 날리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잠시 후 큰 철문으로 돼있는 창고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 나온다. 이곳이 수리점 맞나? 불안해질 때 쯤 좌표 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문 닫힌 창고들만 가득하다.

바이크에서 내리지 않고 지도를 보며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호텔 직원이 알려준 장소가 맞다. 잘못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바이크를 돌려 나가려는 순간, 옆에 있던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린다. 놀라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에서 청년이 나온다. 그의 뒤로 바이크가 잔뜩 주차돼있다. 제대로 찾아왔다.

노보시비르스크의 바이크 수리점
노보시비르스크의 바이크 수리점

다행히 그는 영어를 조금 할 줄 한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고 간단하게 인사한 후 오일 교환과 사이드미러 고정 등, 고쳐야할 부분을 설명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준 커피 한 잔을 받아 그의 친구들과 대화했다. 한국에서부터 바이크를 타고 왔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다. 여행하다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이다. 미쳤다거나 놀랍다는 반응. 매번 같은 반응인데도 으쓱해지는 기분이 싫지 않다. 언어가 통하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엔진오일을 빼내는 걸 옆에서 구경하다가 폐오일 통에 내 핸드폰을 빠트렸다. 깜짝 놀라 통 속에 손을 넣어 꺼냈다. 지도와 시계, 카메라, 엠피쓰리 기능을 갖춘 핸드폰. 이 여행에서 바이크만큼 중요한 게 핸드폰이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오일을 갈고 있는 바이크. 몽골에서 얻은 상처가 가득하다.
오일을 갈고 있는 바이크. 몽골에서 얻은 상처가 가득하다.

다행히 큼지막한 방수·방진케이스를 껴놔서 기름이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케이스를 분리하고 핸드폰에 조금씩 묻어있는 기름을 닦아낸 후 케이스를 세제로 닦아 말렸다. 그러는 동안 바이크 수리가 끝났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청년은 오일 교환과 사이드미러 고정, 체인과 엔진 점검 등을 능숙한 솜씨로 해냈다.

수리점 직원과 함께.
수리점 직원과 함께.

그가 라이더클럽 스티커를 한 장 주며 “바이크를 타는 모든 이들은 형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꼭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라이더들에게 참 많이 들은 말이다.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어린 마음이 참 고맙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러시아의 라이더클럽 ‘HOLY RIDERS’ 스티커를 내 바이크에 붙였다.

러시아 홀리라이더즈 스티커
러시아 홀리라이더즈 스티커

바이크 상태가 좋아졌다. 장거리와 오프로드를 달리며 잔뜩 늘어난 체인의 장력을 조절하니 스로틀을 감으면 바로 반응이 온다. 엔진 배기음도 안정됐다.

인사를 하고 형님들과 약속한 장소로 이동해 식사했다. 이제 곧 형님들과 떨어져 여행해야한다. 나는 중앙아시아를 향해 남쪽 카자흐스탄으로, 형님들은 서쪽 유럽을 향해 모스크바로 간다. 언제든 이별의 때는 다가온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쉬움은 크다. 호텔로 이동해 형님들과 로비에서 술을 마시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 

자투리 여행정보 43.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위치
노보시비르스크 위치

노보시비르스크는 러시아 중남부, 유라시아대륙의 한 가운데 쯤에 위치한 도시다. 1893년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공사를 하면서 오비강을 횡단하는 지점에 소도시가 생긴 데서 비롯했기에, 역사가 길지는 않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새로운 시베리아’를 뜻한다.

러시아 정중앙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극동 시베리아와 우랄산맥 너머의 물류를 담당했고, 러시아혁명 이후 시베리아 개발정책에 따라 급속도로 성장해 시베리아 최고의 공업도시가 됐다.

금속가공ㆍ기계ㆍ화학ㆍ식품 공업 등이 발달했으며, 한ㆍ중ㆍ일과 유럽의 가운데 위치하고 남쪽으로는 몽골ㆍ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도 가까워 철도ㆍ항공ㆍ도로망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이뿐만 아니라 과학아카데미 등 대학 9개와 연구기관, 박물관 등과 함께 극장ㆍ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도 있다. 남쪽 30km 지점에는 학술도시 아카뎀고로도크가 있다.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김강현은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실습으로 자동차회사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인천대학교에 입학해 2015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긴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인천투데이> 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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