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5. ‘코파 호수 근처에서 만나자’
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5. ‘코파 호수 근처에서 만나자’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9.01.3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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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여행정보 45. 바이크 장비-슈트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오토바이 한 대로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나라를 달렸던 282일, 1만 8000km의 이야기.

잠시 한눈을 팔기에도 버거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삶은 딱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힘들고, 그래서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숨만 쉬며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숨 쉬는 시간 빼고 일을 해야 하는 과노동 사회에서 여행은 누군가에게 꿈이자 낙이 되기도 한다.

그런 세상에 지쳐있던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을 다녀왔다. 남미 대륙을 여행했던 20세기의 체 게바라처럼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말과 낙타가 뛰어다니는 초원에서,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사막에서, 눈이 잔뜩 쌓인 산 위에서 수도 없이 자신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고자 노력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 몽골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거쳐 다시 중앙아시아까지, 1만 8000km의 거리를 282일 동안 바이크 한 대로 누볐던 내 무모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45. ‘코파 호수 근처에서 만나자’

역시 쉽지 않은 국경

처음 가보는 나라이자 도시인 카자흐스탄의 콕셰타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끼니도 거르고 바이크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달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에 도착했다.

아침에 들른 국경에서 군인이 알려준 대로 이 국경은 외국인도 통과할 수 있다. 여권을 보여주고 출입국사무소로 들어가 절차를 밟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몽골을 다녀오며 출입국심사를 받아봤기에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별다른 문제없이 서류 검사를 하나씩 하고 나서 짐 검사를 하는데 내 비상약통을 보던 군인이 갑자기 정색하며 나를 붙잡는다.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하다가 약통에 있는 소화제나 진통제 등을 보고 마약으로 의심한 것 같아 웃으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종이곽이 부피를 많이 차지해 알약만 잔뜩 가져온 바람에 오해를 산 듯하다. 약 뒷면에 있는 설명을 보여주려고 손을 뻗으니, 나를 다시 제압한다. 이제는 나도 조금 화가 나서 비상약일 뿐이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그럴수록 군인들은 나를 더욱 강하게 붙잡는다.

그들은 나를 바이크에서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셰퍼드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내 비상약통을 바닥에 뒤집어엎더니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한다. 셰퍼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가만히 자리에 앉는다.

군인들은 그제야 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더니 '정리하고 가라'는 말만 남기고 각자 일을 보러 흩어진다. 그들의 모습을 황당하게 지켜보다가 바닥에 흩어진 약을 주워 담고 있으니 화도 나고  서럽다.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짐을 다 챙기고 국경을 넘었다. 바이크를 타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반겨주는 자작나무 숲이 우울한 기분을 앗아간다. 

카자흐스탄 국경을 지나자 그림같은 길이 펼쳐졌다.
카자흐스탄 국경을 지나자 그림같은 길이 펼쳐졌다.

춥고 위험한 야간 라이딩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콕셰타우로 향한다. 남은 거리는 300km 남짓. 아무리 빨리 달려도 밤이 돼야 도착할 거리다.

‘코파 호수 근처에서 만나자’는 말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 호수는 지도로 봐도 굉장히 크고, 둘 다 가보지 못한 곳이라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다려도 내가 오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갓길에 잠시 멈춰서 우비를 꺼내 입었지만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춥다. 몽골에서 먹다가 남은 간식을 급하게 먹고서 다시 호수를 향한다.

날씨가 추워져 우비를 덧입고 길에 앉아 빵을 먹었다.
날씨가 추워져 우비를 덧입고 길에 앉아 빵을 먹었다.

겨울이 오기 시작한 카자흐스탄의 해는 굉장히 빠르게 저문다. 어느새 깜깜해진 도로에는 가로등 하나 없고, 지워져 희미한 차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에서 상향등을 켜고 오는 차들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몇 번이나 발생한다.

가장 왼쪽으로 바짝 붙어 운전하다보면 도로가 깨진 곳이 나와 휘청거리기도 하고, 그렇다고 조금 안쪽으로 달리자니 나도 모르게 중앙선을 넘는다.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로등이 나타나더니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드디어 약속 장소인 콕셰타우다.

도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속력을 더 높여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마켓에 들어가 주인에게 핸드폰을 빌려 친구의 카자흐스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더니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하는 말이 들린다. 어디냐고 물으니 호숫가에서 캠핑하고 있단다. 핸드폰을 빌려 쓰는 거라 오래 통화하기 힘들다며 곧바로 호수로 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호수는 멀지 않았지만, 도착하니 막막하다. 끝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넓다. 이 넓은 호숫가 어딘가에서 캠핑하고 있을 친구를 찾기 위해 바이크를 타고 호수 주변을 빙빙 돌았다.

드디어 만나다

잠시 후 멀리서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인다. 손전등을 켜고 나를 찾고 있는 친구다. 드디어 만났다. 이르쿠츠크에서 떨어지고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친구를 몽골을 지나, 수천 킬로미터를 지나 콕셰타우라는 생소한 도시에서 다시 만났다.

성한 몸으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가워 서로 얼싸안고 소리를 지른다. 반가워서 눈시울이 불거질 정도다. 내가 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연락도 없어서 사고가 났거나 국경을 넘지 못한 줄 알고 걱정하며 호숫가 옆에 텐트를 치고 기다렸단다.

참 의리 있다.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배를 타기 위해 짐을 정리할 때 만난 친구. 울산에서 온 동갑내기이자 대학을 다니며 학생회 활동을 한 점까지, 같은 부분이 많은 친구여서 정이 더 간다.

친구의 텐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도시에 붙어있는 호수다보니 텐트를 칠 곳이 마땅하지 않아 호수 근처 수풀 속에 텐트를 쳤단다. 그런데 텐트 주변 바닥에 술병과 쓰레기, 담배꽁초 등이 가득하다. 심지어 주사기와 투명한 약병도 많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8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온 데다 야간 운전으로 추위와 피로에 찌든 상황이라 자리를 옮길 수 없다.

곧바로 코펠을 꺼내 라면을 끓인다. 오랜만에 친구와 둘이서 먹는 라면이다. 여행 초반, 러시아에서 먹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캠핑하는 것도 무섭고 두려워하던 여행 초보자들은 어느새 베테랑이 돼 주사바늘과 쓰레기가 뒹구는 곳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잠 잘 수 있다. 따뜻한 라면 국물로 몸을 녹이고 서리가 잔뜩 앉은 텐트 속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스테이크를!

캠핑 후 아침에 본 콕셰타우의 코파호수. 물은 정말 깨끗했는데, 쓰레기 등으로 호숫가가 굉장히 지저분했다.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는 콕셰타우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캠핑 후 아침에 본 콕셰타우의 코파호수. 물은 정말 깨끗했는데, 쓰레기 등으로 호숫가가 굉장히 지저분했다.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는 콕셰타우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다음날 아침 추위에 덜덜 떨며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밤에 본 것보다 더 지저분하다. 뒤이어 나온 친구도 주변을 보고 놀란다. 텐트를 얼른 정리하고 짐을 싼 뒤 호숫가로 나왔다.

호수는 수평선이 보일만큼 넓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아침. 입김이 나오는 날씨지만 조용한 벤치에 앉아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는 여유를 즐긴다.

그것도 잠시, 한기에 몸이 떨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다. 씻지를 못했기에 식당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을 생각으로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너무 비싸면 커피나 빵 정도만 먹으며 씻기나 해야지 하고 들어갔는데, 가격표를 보니 환율 계산을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티본스테이크 하나가 4000원 조금 넘는다.

‘질은 좋지 않겠지’라고 짐작하고 하나씩만 시켰다. 이왕이면 만남을 축하해 제대로 먹자며 샐러드와 감자튀김 등도 주문했다.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샐러드, 커피 등 푸짐한 음식으로 만남을 자축했다.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샐러드, 커피 등 푸짐한 음식으로 만남을 자축했다.

셔츠를 깔끔하게 입은 직원이 날라준 음식은 기대 이상으로 질이 좋다. 내 손바닥보다 큰 티본스테이크는 이에 닿는 순간 녹을 만큼 부드럽고, 샐러드는 아삭아삭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싱싱하다. 여행 와서 이런 만찬을 먹게 될 줄이야.

신이 난 우리는 티본스테이크를 손에 쥐고 등갈비를 뜯어먹듯 게걸스럽게 해치운 후 후식으로 과일이 올라간 아이스크림도 시켜 먹었다. 돌아가면서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계산하니 1인당 1만 원이 조금 넘는다. 이런 고급 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도 이 가격이라니, 카자흐스탄이 사랑스러울 지경이다.

콕셰타우 광장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꼬마들.
콕셰타우 광장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꼬마들.

휘발유 값도 리터 당 800원대로 러시아나 몽골보다 더 싸다. 값도 저렴한 담배는 한 갑에 500원이 안 된다. 가벼운 내 주머니를 생각하면 최고의 여행지다. 식당에서 나와 다음 목적지인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를 향해 스로틀을 감았다.

자투리 여행정보 45. 바이크 장비-슈트

바이크 슈트를 입은 모습
바이크 슈트를 입은 모습

바이크 여행을 할 때 준비할 장비를 알아보자. 지난번 헬멧에 이어 이번에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슈트에 대한 이야기다.

슈트는 헬멧만큼이나 가격대가 다양하다. 장기 여행을 고려한다면 안전성뿐만 아니라 소재와  두께 등,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편의성이다.

슈트 조재는 가죽부터 폴리에스테르, 카본 신소재까지 다양하다. 바지부터 상의까지 한 벌로 이뤄진 원피스형 제품과 따로 분리된 투피스형 제품이 있다. 온몸을 보호하는 슈트가 있고, 필요한 부분만 보호하는 슈트도 있다. 안전도를 높이긴 위해선 선수용 원피스 슈트가 좋지만, 여행용으로는 편의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한 제품은 맥슬러 더블 메쉬 재킷과 RK jean의 청바지다. 재킷 먼저 설명하면, 메쉬 소재로 여름에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고 방풍 외피까지 입으면 3계절은 넉넉하게 입을 수 있다. 등, 가슴, 어깨, 팔꿈치, 허리 등에 보호대가 들어가 있는데,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이라 착용감이 좋다. 가격은 10만 원 정도다.

RK jean 청바지는 골반과 무릎 보호대가 들어있는데, 바이크를 타지 않을 때는 보호대를 분리한 뒤 일상복으로 입고 다녔다. 청바지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신생 브랜드라 당시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짐을 최소화해야하는 상황에서 여벌옷 챙기기는 부담스럽다. 따라서 바이크를 탈 때와 타지 않을 때 모두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좋다. 유라시아 여행처럼 장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슈트를 추천한다.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김강현은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실습으로 자동차회사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인천대학교에 입학해 2015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긴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인천투데이> 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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