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0. 몽골을 넘어 다시 러시아로
김강현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0. 몽골을 넘어 다시 러시아로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8.12.2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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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여행정보 40. 몽골 전통 음식 허르헉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땅

오토바이 한 대로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나라를 달렸던 282일, 1만 8000km의 이야기.

잠시 한눈을 팔기에도 버거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삶은 딱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힘들고, 그래서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숨만 쉬며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숨 쉬는 시간 빼고 일을 해야 하는 과노동 사회에서 여행은 누군가에게 꿈이자 낙이 되기도 한다.

그런 세상에 지쳐있던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을 다녀왔다. 남미 대륙을 여행했던 20세기의 체 게바라처럼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말과 낙타가 뛰어다니는 초원에서,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사막에서, 눈이 잔뜩 쌓인 산 위에서 수도 없이 자신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고자 노력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 몽골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거쳐 다시 중앙아시아까지, 1만 8000km의 거리를 282일 동안 바이크 한 대로 누볐던 내 무모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40.몽골을 넘어 다시 러시아로

몽골의 시장

골든 이글 페스티벌에서 독수리 사냥꾼 베르쿠치들의 멋진 시연을 보고, 실컷 놀고 나서 을기로 이동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일행은 자동차로 여행 중인 40대 형님 둘과 바이크 여행 중인 60대 형님 한 명. 러시아인 라픽은 행사장에서 어떤 여성을 만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식당 메뉴 사진을 보고 당근김치와 감자튀김, 밥이 곁들여진 닭다리 요리를 주문했다. 평소라면 사먹기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형님들이 사준다기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내 손바닥보다 큰 닭다리 요리
내 손바닥보다 큰 닭다리 요리

기본으로 빵이 먼저 나오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이게 닭다리가 맞나 싶은 정도로 굉장히 크다. 손바닥보다 클 정도다. 골든 이글 페스티벌을 보고 온 직후에 엄청나게 큰 닭다리를 먹자니 ‘이게 독수리 다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먹어보는 향신료 맛이 특이했지만 느끼함을 잘 잡아줘 좋다. 콜라까지 마시고 근처 시장으로 이동했다.

차를 타고 이동해야할 거리여서 첫날 걸어서 을기를 돌아다닐 때는 보지 못했지만 규모가 제법 큰 시장이 있다. 형님들과 함께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시장은 입구부터 사람들과  바이크로 북적거린다.

시장 입구의 모습.
시장 입구의 모습.

우리는 몽골인들이 보기에는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겠지만 생김새가 비슷해서인지 위화감이 들진 않는다. 확실히 러시아보다 정겨운 느낌이다. 한국과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동네지만 시장 특유의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을기 시장의 모습
을기 시장의 모습

양털 등 동물 털로 만든 제품이 굉장히 많고, 유명한 브랜드 제품도 많다. 한국의 군화도 있다. 이름까지 적혀있는 것도 많다. 누군가의 20대 청춘을 함께 했을 군화와 군복이 어떻게 돌고 돌았는지, 이 먼 몽골의 작은 마을까지 와있다. 내 군화도 몽골 어딘가에 있을까?

신발가게 안에 잔뜩 쌓여 있는 군화(왼쪽)와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군화(오른쪽)
신발가게 안에 잔뜩 쌓여 있는 군화(왼쪽)와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군화(오른쪽)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신발을 바꿀 때가 되긴 했다. 지금 신발은 방한 기능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밑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은 돈을 생각하면 부담된다. 신발을 만지작거리며 구경만 한참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국경을 향해

어스름해지는 초저녁,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다음날 몽골과 러시아의 출입국사무소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러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짐을 챙긴 후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했다. 다행히 전날 짐을 챙겨놓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숙소 주인이 나오더니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국경을 통과해 러시아로 갈 것이라고 얘기하자, 오늘은 일요일이라 국경 출입국사무소가 쉬는 날이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일요일이라고 국경을 넘지 못한다니.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사실이다. 미리 안 것이 다행이지만 마음을 다잡고 출발하려던 터라 김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일찍 일어난 탓에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잠이 다 깼고 할 것도 없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고마운 선물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여유를 갖고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마치고 오니 형님들이 시장에 가잔다. 할 것도 없던 터라 차를 타고 따라 나섰다.

시장은 이것저것 재밌는 물건이 많아서 다시 오는 건데도 지루하지 않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형님이 양말을 몇 개 주신다. 두 종류인데, 하나는 낙타털로, 다른 하나는 야크털로 만들었다. 굉장히 두꺼운 데다 쫀쫀해 따뜻하게 신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로 여행 중인 한 형님은 양말로도 부족 한 듯, 앞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겨울을 맞을 건데 지금 신발로는 힘들 거라며 따뜻한 신발을 하나 사주시겠단다. 아마 전날 신발을 고르며 머뭇거렸던 것을 마음에 두셨나 보다.

선물받은 신발. 따뜻하고 기본 방수 기능도 있다.
선물받은 신발. 따뜻하고 기본 방수 기능도 있다.

한참을 사양했지만 지금 신발로는 절대 안 된다며 기어코 나를 신발 매장으로 끌고 갔다. 매장을 몇 군데 들어가서 하나하나 다 신어보고 가장 따뜻하고 튼튼한 신발을 하나 선물 받았다. 얼떨결에 받은 선물이라 더욱 고맙다.

새 신발로 갈아 신고 밑창이 너덜거리는 신발은 과감히 버렸다. 여행 시작부터 함께한 신발이어서 애착이 갔지만 짐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여행이라 다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발을 사고 나서도 더 구경하다가 점심을 사먹고 숙소로 돌아와 게르에서 잠시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간다는 형님들을 따라 나서 또 든든하게 얻어먹고 맥주와 과자 등을 사와서 숙소 마당 전등 아래에 테이블을 펴고 자리를 잡았다.

한참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숙소 주인의 남동생과 그의 어린 아들이 우리 쪽으로 와서 이야기했다. 주인 동생은 이미 조금 취해있는 상태였는데, 우리에게 늑대사냥에 쓰는 총을 보여주겠다며 총과 실탄을 잔뜩 가져왔다. 이게 합법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권총도 있고 저격이 가능한 장총도 있다.

그가 취해있는 터라 내심 걱정하며 그의 자랑(?)을 듣고 있는데,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아들에게 건네고 자신은 다른 총을 들고 보여준다.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숙소 주인에게 말해서 총을 치우고 방에 들어가게 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 밤도 깊어진다. 다음날도 역시 새벽 일찍 일어나 출발할 계획이어서 얼른 자리에 들어가 누웠다.

다시 국경을 향해

다음날 역시 새벽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했다. 짐을 다 챙겨 둬서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이크에 짐을 단단히 묶은 뒤 형님들이 있는 게르로 들어갔다. 형님들도 짐을 차에 싣고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 아침으로 형님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코펠에 하나씩 라면을 끓여 잘라낸 페트병 등에 담아서 먹었다.
코펠에 하나씩 라면을 끓여 잘라낸 페트병 등에 담아서 먹었다.

코펠이 작아서 한 번에 라면 한 개씩밖에 끓이지 못해 한 명씩 돌아가며 라면을 먹고 나니 어느덧 날이 밝기 시작한다. 근처 다른 숙소에 있는 형님들과 함께 여행 중인 러시아인 라픽을 만나러 갔다. 형님들은 차에 라픽과 그와 함께 있던 카자흐스탄 여성을 태우고 곧바로 국경으로 향했다.

일교차가 큰 몽골의 아침이라 그런지 가는 길 곳곳에는 얼음이 깔려 있다. 다행히 국경까지 가는 도로는 모두 포장돼있어 운전에 큰 어려움은 없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몽골의 자연을 쉬지 않고 두 시간 쯤 달리자 환전소와 슈퍼마켓 등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려 몽골과 러시아 국경에 도착했다.
한참을 달려 몽골과 러시아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앞에 차들이 많지 않다. 바이크는 샛길로 가장 앞에 갈 수도 있지만 차를 타고 온 형님들도 있으니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앞에 차들이 줄지 않는다. 바이크 위에서 기다리다 내려서 형님들이 가져온 의자와 코펠을 꺼내 믹스커피를 마셨다. 달달하고 따뜻한 커피가 굉장히 맛있어서 세 잔이나 마셨다. 내가 가져온 것은 설탕 등이 들어있지 않은 커피뿐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던 믹스커피가 정말 맛있다.

여행은 입맛도 바꾸는 것 같다. 탄산음료와 당분이 많은 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젠 콜라 한 모금이 간절한 순간이 많고 초코바는 최고의 식량이자 간식이다.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이 될 몽골을 되돌아본다. 아쉬움도 고마움도 남는다. 언젠가 다시 몽골에 올 것을 다짐하며 출입국사무소로 들어갔다.

자투리 여행정보 40. 몽골 전통 음식 허르헉

몽골의 전통 음식 허르헉 (사진출처ㆍ네이버 음식백과)
몽골의 전통 음식 허르헉 (사진출처ㆍ네이버 음식백과)

허르헉은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손질해 큰 솥에 당근ㆍ감자 등과 불에 달군 돌을 함께 넣어 오랫동안 익혀내는 음식이다.

축제나 잔치, 또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내가 직접 본 것은 골든이글 페스티벌에서 단 한 번뿐이다.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양 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아 담백하단다. 몽골의 대표적 음식이라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안타깝게도 몽골을 통과하며 내가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라면과 초코바다.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인천투데이 김강현기자

김강현은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실습으로 자동차회사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인천대학교에 입학해 2015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긴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인천투데이> 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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