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12)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부락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편집자주>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미디어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곧 매체가 메시지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인쇄 미디어와 영상 미디어가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그 의미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디어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우리의 인식도 바뀌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매체의 형태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미디어는 다양한 형태를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고, 끊임없는 매체 형태의 진화는 전달하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에 큰 변혁을 불러오고 있다. OTT(Over the Top)이라 불리는 스트리밍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가 전통적 미디어 채널을 밀어내고 있다. 영화관은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TV 방송도 지상파를 통한 시청은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이미 대세가 됐다. 최근 출시되는 TV 수상기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이 기본으로 내장돼있다. TV 수상기는 이제 주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시청하는 기기가 된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은 미디어 산업 자체를 흔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원래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서비스로 미국의 비디오 대여 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업체이다.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거대한 비디오 대여점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 비디오를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미디어 공룡 기업이 됐다. 저렴한 월정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에서건 마음대로 골라서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흔들어놓은 새로운 접근방법이 됐다.(수용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넷플릭스에 월정액을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해 컴퓨터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은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지지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이 흥행을 위해 제작 과정에 개입하고 상업적 성공을 위한 도식적인 영화를 찍어내는 것에 비해,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영화나 영상 콘텐츠는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제작에 개입하지 않기에 기존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고, 이런 측면은 미디어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중이다.

한국 영화나 시리즈도 상당수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제작되고 있고,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인이 동시에 시청하고 인기를 얻고 있으니 창작자와 제작자 모두가 윈윈 하는 시스템이다. 한류가 전파되는데 있어서 넷플릭스 플랫폼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겠다.

2017년부터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한 액수가 8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고, 한국에 콘텐츠 제작을 전담할 별도 법인까지 설립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에 고무적인 일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은 플랫폼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와 같은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도 자체적으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사업자들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는 현상은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OTT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더욱 심화됐다.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미디어 사업의 미래인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 산업이 중요한 전환점을 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의 수익모델이 바뀐 것이다. 전통적 미디어 산업 구조에서 수용자는 미디어 콘텐츠를 거의 무료로 이용하지만 콘텐츠에 따라오는 광고를 감수해야 했다. 미디어 회사의 수익은 광고에서 창출되었다. 광고주인 기업이 미디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OTT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광고가 사라지고, 수용자가 플랫폼 회사에 직접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다. 수용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광고 없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미디어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고, 미디어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산업 환경이 향후 우리 앞에 어떤 미래를 펼쳐놓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사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원조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가장 빠르게 구축했던 한국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이 전화모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에 이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글로벌한 미디어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이라는 제한적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기에, 확보한 콘텐츠의 양과 질에 있어서 미국의 거대 미디어 사업자와 경쟁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고, 한국어로 제한된 언어적 문제도 발전을 가로막았던 원인 중 하나였다. 페이스북보다 훨씬 먼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싸이월드가 글로벌한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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