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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 주에 열릴 바둑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사람이 아닌 ‘알파고’(AlphaGo)라는 바둑프로그램을 상대로 다섯 차례 대국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10월 중국 출신 프로 바둑기사인 판후이와 다섯 번 대결해 모두 이겼다. 판후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3회 유럽 챔피언자리를 차지한 이다.
교양
심혜진 기자
2016.03.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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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시댁에 다녀왔다. 두 가지 놀란 일과 한 가지 답답한 일이 있었다. 작은방의 아주 오래되고 조그만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엘시디 텔레비전이 놓여 있어 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 화면이 온통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던 것에 두 번 놀랐다. 정말 끔찍했다. 미사일이라 하면, 전쟁 때 도시의 주요 시설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2.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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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결혼한 언니가 요크셔테리어 강아지(사진)를 입양했다. 나는 사람 손에 길들여져 살아야 하는 강아지의 종속적인 팔자가 썩 내키지 않았다.언니의 신혼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어쩔 수 없이 강아지와 만나는 일도 잦았다. 집안에 개가 돌아다니는 것이 마냥 낯선 내게, 강아지는 먼저 달려와 반기며 요란하게 뛰어올랐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강아지의 행동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1.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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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35) 신나는도서관(부평구 삼산동 소재) 관장을 지난 20일 도서관에서 만났다.류 관장은 2003년부터 부평5동에 있던 진달래도서관 관장을 하다가 2013년에 신나는도서관 관장을 맡았다. 10년 넘게 사립 작은도서관에서 책과 아이들, 주민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이다. 사립 작은도서관은 동네 주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된다.“책이 좋아서 이 일을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6.01.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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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어느 날, 집에서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가 선반 구석에 놓인 작은 화분에 눈길이 멎었다. 뭔가 이상해 보였다.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히야신스 뿌리에서 조그맣게 싹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작년 4월 꽃이 진 후 일곱 달 동안 눈길 한 번, 물 한 번 주지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1.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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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민(39) 사단법인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이하 인천겨레하나) 사무처장을 지난 8월 31일 부평구에 소재한 인천겨레하나 사무실에서 만났다.인천겨레하나는 북녘어린이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 치과병원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지원하는 평양겨레하나치과병원사업본부(이하 치과사업본부)를 산하에 두고 있다.김 사무처장은 “2007년 치과사업본부에서 처음으로 치과병원의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5.09.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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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난해부터 구독하고 있는 황석광(50ㆍ사진) 변호사를 지난 2일 인천지방검찰청 앞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읽기’와 ‘심혜진의 삼라만상 한자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이영주 시민기자는 영화평을 시니컬하게 잘 쓴다. 한자이야기는 다른 신문에서도 종종 다루는데 주로 한학자나 나이 지긋한 사람이 한자풀이를 하는 반면,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5.06.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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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으로 출장 갔다 돌아온 남편이 검은 비닐봉지를 내민다. 별 생각 없이 받아 들다가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 ‘뭐가 이렇게 무거워?’ 하며 봉지를 열어보니, 맞다. 남편이 올라오는 길에 대전에 들를 거라 했지! 대전엔 남편의 오랜 친구가 산다. 아버지가 키운 소를 도소매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친구를 만나고 올 때면 늘 먹기 좋게 썰어 진공 포장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5.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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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었을 때 벽으로 뭔가가 빠르게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머리가 쭈뼛했다.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파리채를 찾는 사이, 그놈은 벌써 저만치나 달아났다. 긴 더듬이를 움직이며 잠시 머뭇거리는 그놈을 향해 파리채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사체를 처리한 후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잦아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작 손톱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5.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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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섯 살이던 어느 날 저녁,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언니가 내 귀에 대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속삭였다. “내일 아침에 밥 먹고 나면 엄마 아빠한테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거야. 내가 아빠한테 달아드릴 테니, 너는 엄마한테 달아드려”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고, 잘 할 수 있겠냐고, 내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나는 지상 최대의 부담스런 미션을 부여받은 듯, 정말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5.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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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점심시간을 코앞에 둔 11시 58분. 굉음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렸다. 건물 수십만 채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식사 준비를 위해 피워둔 불은 순식간에 나무로 된 벽과 지붕에 옮겨 붙었다. 여기저기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와 비명소리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다.90여 년 전 일본 관동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은 현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지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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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5.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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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스탬프라 부르는 도장을 지우개로 만드는 취미가 있다. 별난 취미 덕분에 지난주 좋은 일을 했다. 지인이 십장생이 그려진 스탬프가 급하게 필요한데 혹시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온 것이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세계 책의 날’(4월 23일) 기념행사 때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나는 ‘그런 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그날은 인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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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4.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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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친구 집에 놀러갔다. 늘 깔끔했던 거실 한쪽에 접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접시에 놓인 건 이제 막 싹이 튼 무와 옥수수 씨앗들. 물 적신 휴지에 씨앗을 올려놓고 휴지가 마르지 않게 며칠 동안 신경을 썼다고 했다. 곧 마당 텃밭에 옮겨 심을 거란다. 흙이 있는 마당도 없고 큰 화분을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데도, 나는 굳이 싹 몇 개를 골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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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4.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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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인천에 사는 가족들이 극장으로 총출동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기 위해서다. 76년 동안 부부로 살아온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터에,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영화가 끝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죽음엔 눈물이 따를 테고, 그걸 보는 나 역시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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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4.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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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갤러리를 겸한 커피숍을 열었다. 축하하는 마음에 곽휴지를 사들고 들렀더니, 직접 덖은 우엉차와 함께 말린 오렌지를 내왔다. 바나나 말린 것은 많이 보았지만 오렌지는 처음이었다. 맛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렌지의 색감과 달고 새콤한 맛은 그대로인데 바삭함이 더해진 것이다. 식감이 신기해 말린 오렌지에 자꾸 손이 갔다. 맛에 비해 만드는 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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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4.0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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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공룡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 전집 중에서도 유독 공룡에 관한 책을 거의 매일 봤다. 공룡들의 전투를 직접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그토록 커다랗고 힘세고 사나운 것들과 함께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런데 공룡만큼 크고 힘세고 사나운 동물이 아직 지구상에 살아 있다. 바로 코끼리이다. 코끼리의 몸무게는 무려 5톤.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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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4.0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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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바늘뜨기에 한창 빠져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바늘부터 잡는다. 밥 때를 놓치기 일쑤여서 의도치 않게 1일 1식을 한다. 덕분에 가뜩이나 말라붙은 볼 살이 푹 꺼져버렸다.주로 뜨는 것은 여러 가지 컵받침과 작은 동물인형이다. 같은 실과 바늘로도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몸통이 되기도 하고 눈이나 귀가 되기도 한다. 이것들을 다시 실로 꿰매면 부엉이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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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3.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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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시아버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면 “느그 쌀은 남었냐?”고 자주 물으신다. 당연히, 쌀이 남아 있을 때가 훨씬 많다. 그러면 아버님은 “여즉 다 못 먹었댜?” 하시며 안타까워하신다.처음엔 아버님의 이러한 관심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다 먹었다고 말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아버님의 속뜻을 알았다. 젊은 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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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기자
2015.03.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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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다. 나는 이 노래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봄 햇살에 속아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쌩쌩 부는 봄바람’에 감기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대학에 입학한 때였다. 3년 동안 교복을 입고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다가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했으니,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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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3.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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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산행을 좋아한다. 몇 년 전 겨울엔 주말마다 산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산행이 있다. 딱 이맘 때였다. 그해 마지막 겨울산행으로 경남 통영에 있는 사량도라는 섬에 갔다. 그곳에 지리망산이 있다. 오르는 내내 푸른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산이다. 남도의 바다엔 이른 봄이 찾아와 있었다.경치에 감탄하며 한참 산행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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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5.03.04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