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음 주에 열릴 바둑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사람이 아닌 ‘알파고’(AlphaGo)라는 바둑프로그램을 상대로 다섯 차례 대국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10월 중국 출신 프로 바둑기사인 판후이와 다섯 번 대결해 모두 이겼다. 판후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3회 유럽 챔피언자리를 차지한 이다. 그를 상대로 5대 0 승리를 거뒀으니, 적어도 유럽 대륙에서 알파고의 실력을 넘볼 이는 없다.

알파고는 딥마인드(DeepMind)라는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프로그램이다. 딥마인드는 사람의 지능을 이해하고 분석해 기계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회사로 2014년 구글이 인수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기존의 방식과 아주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인간이 넣어준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찾아낸다. 마치 사전처럼, 미리 입력해 둔 정보에 따라 답이 나온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질문 역시 미리 입력된 방식으로 주어져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젊은’ 신세대 프로그램에는 미리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자료만 던져주면 이를 스스로 학습해 필요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 부르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이들은 이 기술을 이미 경험해봤을 것이다.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릴 때 해당하는 사람의 이름이 자동으로 뜨는 걸 보고 ‘헉, 이 사람 이름을 페이스북이 어떻게 알았지?’ 하며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혹시 페이스북 직원이,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의 이름은 아무개라는 자료를 미리 입력해놓은 것은 아닐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에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도입한 ‘딥페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저장돼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기존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수많은 사진 중에서 지금 그 사진 속 인물과 가장 비슷한 얼굴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단, 비교하기 전 특별한 과정을 거친다. 눈, 코, 입, 양 볼 크기, 턱의 길이, 얼굴 명암 등을 파악해 평면 사진을 3D 입체 그래픽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딥페이스는 우리가 올린 사진 보다 훨씬 더 실제에 가까운 얼굴정보를 저장하게 된다.

다른 사진이 올라오면 이 이미지가 얼굴인지 아닌지부터 시작해, 눈ㆍ코ㆍ입 위치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이 비율이 사람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사람이라면 김아무개인지 박아무개인지 등, 수많은 ‘예/아니오(참/거짓)’를 거쳐 경우의 수를 지워나간다. 슬쩍 옆얼굴이 찍힌 사진이어도 문제없다. 이미 저장된 3D 그래픽으로 옆 모습을 금방 추측해 낼 수 있으니까.

딥페이스는 97.25%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인간 눈의 정확도가 97.53%이니,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기계학습 방식은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고, 정보를 얻고, 판단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다.

알파고는 바로 이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체스의 경우, 월등한 수학적 계산 실력을 가진 기계가 쉽게 인간을 이긴다고 한다. 하지만 바둑은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고, 자신과 상대의 수를 파악해 전략을 짜내는 직관과 통찰력이 필요한데, 이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바둑은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어코 유럽 챔피언을 꺾었고, 이후 더 열심히 실력을 쌓아 드디어 세계 최고의 실력자인 이세돌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대표는 승률을 ‘50대 50’으로 봤다. 반면, 이세돌은 “5대 0으로 이기는 것 이외엔 아무 의미가 없다. 이길 자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세돌을 응원한다. 중대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말하려니 지면이 다 차버렸다. 다음 칼럼을 쓸 무렵, 첫 대국이 한창 열리고 있을 것이다. 그날은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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