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시댁에 다녀왔다. 두 가지 놀란 일과 한 가지 답답한 일이 있었다. 작은방의 아주 오래되고 조그만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엘시디 텔레비전이 놓여 있어 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 화면이 온통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던 것에 두 번 놀랐다. 정말 끔찍했다. 미사일이라 하면, 전쟁 때 도시의 주요 시설을 부수고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떠오른다.

 
그런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는 건 휴전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를 위협한 것이라 해석하기 쉽다. 그래서 답답했다. 북한이 무언가를 쏘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과 실체가 무척이나 과장되고 왜곡돼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게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이 일었다.

북한이 7일 쏘아올린 것은, 넓은 범주로 이야기하자면 ‘로켓’이다. 정확하게는 운반로켓이고 우리말로 발사체이다.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렸으니, 우주발사체라고 해도 좋다. 로켓은 버스나 비행기 같은 이동수단이다. 기차처럼 좌석 칸을 만들어 로켓 머리에 실으면 달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비용과 기술이 이 단계까지 가지 못했을 뿐이다.

현재 로켓은 대부분 인공위성을 싣고 날아가는 데 사용한다. 대기권을 통과해 인공위성을 정해진 자리에 떼어 놓은 후 로켓은 다시 지구의 대기권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로켓은 분해되어 부수어지지만 다시 회수해 재사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직까진 참 ‘착한’ 로켓이다.

모든 연장이 그렇듯 로켓도 활용하기 나름이다. 로켓의 이마에 핵 폭발물을 얹을 수도 있다. 이때부턴 로켓이 핵미사일이 된다. 아시아에서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 부른다. 탄도미사일이란 조준해서 쏜 총알처럼 정해진 목표 지점을 향해 날아가는 유도탄을 말한다. 이 일을 모두 로켓이 한다. 그러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바다 건너 저 먼 나라에 핵미사일을 꽂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한들, 그 목표대상이 어디인지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핵미사일은 대륙을 오가는 능력자다. 바로 코앞인 우리나라를 공격하는데 굳이 로켓까지 쏘아 올릴 필요가 있을까? 핵미사일이 힘차게 날아갈 수 있는 곳은 저 먼 대륙, 대놓고 말해 미국이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정치에선 이런 협박(?)이 곧잘 먹힌다. 아니, 스스로 공격력을 키워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수준 높은 전술이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나라를 왕따로 만들어버리는 국제 깡패 미국에 보란 듯 날라 차기 시범을 보인 격이라고 할까.

문제는 이에 대한 어떤 이들의 대응방식이다. 우리 땅으로 날아오지도 않을 그 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방어체계를 우리 세금 수조 원을 들여 갖추겠다고 난리법석이다. 이게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다. 안보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한다. 마음만 먹으면 저고도 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우리나라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이, 고고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사용할 리가 없다고. 사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내가 낸 세금이 아깝고, 먹고 살기도 힘겨운데 정초부터 사드니 뭐니 정신 사나울 우리 국민이 불쌍하다. 정말, 문제는 정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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