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바늘뜨기에 한창 빠져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바늘부터 잡는다. 밥 때를 놓치기 일쑤여서 의도치 않게 1일 1식을 한다. 덕분에 가뜩이나 말라붙은 볼 살이 푹 꺼져버렸다.

주로 뜨는 것은 여러 가지 컵받침과 작은 동물인형이다. 같은 실과 바늘로도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몸통이 되기도 하고 눈이나 귀가 되기도 한다. 이것들을 다시 실로 꿰매면 부엉이나 공룡 같은 인형이 된다. 한 코 한 코가 모여 살아있는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만 같다. 마치 우리 몸속의 세포들처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똑같은 모양의 뜨기를 수없이 반복하듯, 세포는 그 자신을 스스로 복제해 늘려가며 생명체를 구성해간다.

 
성인의 몸에는 대략 100조 개의 세포가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방금 100조를 종이에 숫자로 표시해 보느라 잠시 헤매었는데, 0이 14개나 붙는 엄청 긴 숫자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세포를 만드는 데에 참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는 않다. 세포 한 개가 한 번의 분열을 거치면 세포 두 개가 되고, 두 개는 네 개, 네 개는 다시 여덟 개, 여덟 개는 열여섯 개가 된다. 이렇게 따져보면, 세포 한 개는 분열을 시작한 지 단 47회 만에 100조 개의 똑같은 세포로 늘어난다.

물론 이것은 수치상의 이야기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그 종류를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하는 일과 수명도 각각 다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날마다 수십억 개의 세포가 죽고, 그만큼이 새로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세포도 많다. 우리는 1000억 개 정도의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죽을 때까지 단 한 개도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시간 500개 정도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신,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 약 한 달 만에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뇌 세포가 오래돼 제 기능을 못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세포는 우리 몸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모든 일을 담당한다. 살아 있는 세포 속을 들여다본다면, 아마도 세상에 이렇게 정신없는 곳이 또 있나 싶을 것이다. 단 한 공간도 움직이지 않는 곳이 없고, 세포 전체는 전기에너지로 가득하다. 100조 개의 세포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한데, 이는 피로 전달받는다. 심장은 이를 위해 1시간 동안 무려 284리터의 혈액을 순환시킨다.

우리가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배가 고픈 이유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세포들이 에너지로 변환시켜 스스로 움직이는 데에 사용해버리기 때문이다. 세포를 위해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쓸 만큼 쓴 세포는 스스로 알아서 죽는다. 할 일이 없는 세포도 죽는다. 그런데 죽어야할 세포가 오히려 분열해 개수를 늘리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이다. 사실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때론 치명적인 암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억제하는 작용이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 이 또한 또 다른 세포의 역할이다. 건강이란 결국 건강한 세포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코바늘뜨기를 하다가 무심코 한 코 잘못 뜬 것을 도중에 발견할 때가 있다. 다시 풀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면 다 만들고 난 뒤엔 이상하게도 꼭 그 부분만 눈에 띈다. 한 코 한 코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은 남 보기엔 보잘 것 없을지라도 내게는 뿌듯한 성취감을 준다. 내 하루하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늘 내 역할에 충실할 때, 바로 지금 행복감에 젖을 때, 내 길고도 짧은 인생도 그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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