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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은 내가 겪은 마흔 번의 여름 중 최악이었다.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 바람이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운 날이 이어질 땐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평소 찬 음식을 즐기지 않는데 여름 내내 얼음물을 달고 살았다. 냉동실에 얼음이 끊일 날이 없었다.벌써부터 푹푹 찌는 것이 올해도 작년 못지않게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다. 며칠 전 큼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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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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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에 손을 댔다가 엄마한테 혼이 났다.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이었다. 집에 있으면 늘 심심했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으로 보였다. 그날 아빠 재떨이가 눈에 들어 왔나보다. 꽁초를 감싸고 있는 종이를 벗겨 남은 담뱃가루를 털어냈다. 담배가루 아래엔 폭신폭신한 것이 있었다. 누런 솜을 압착해놓은 것 같았다. 필터였다. 이것을 손으로 쪽쪽 찢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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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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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였다. 수강생 10여명 중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온 두 사람을 빼면 모두 중국이 본국이었다.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과 교실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 강의실로 채소 한 무더기를 들고 왔다. “우와, 이거 어디서 났어요? 상차이네” 중국에서 온 분들이 단번에 알아봤다. 상차이는 고수라는 채소다. 향채라고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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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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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집을 사버릴까?”며칠 전 집주인에게서 집을 내놓겠다는 연락이 왔다. 전세 만기일까지는 세 달 남았다. 조금 좁긴 해도 4년 동안 살았으니 정도 많이 들었다. 이 집은 나와 남편의 신혼집이다. 낯설고도 설레던 신혼의 추억까지 두고 가는 듯해 벌써부터 아쉬움이 뭉클뭉클 솟아난다.처음엔 전셋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우리 형편에 딱 맞는 전셋집을 구하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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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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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난다. 우리 집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귀신이 아니라면, 이웃집의 담배연기가 환기구를 통해 우리 집으로 흘러들어오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부터 그랬다. 5년 째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나마 요즘은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어 환기라도 되지만 겨울엔 정말 괴로웠다.20대 초반 호기심에 담배를 물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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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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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조용한 아이였다. 학교 앞에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우리 반 반장이 있었다.나는 그렇게 극성스러운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좋게 말해 그 애는 무척 명랑했고, 조금 감정을 섞어 이야기하면 아주 산만하고 까불까불했다. 그런데 용케 수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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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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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자꾸 ‘나라 생각’을 한다. 일 년 치 생각을 이달에 다하는 것 같다. 나는 애국자이기는커녕 평소 ‘애국’이란 말만 들어도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며 뜨악해 하곤 한다. 이런 내게도 6월은 특별하다. 애잔하고 가슴이 저리다.한국전쟁(1950~1953년)과 6ㆍ10민주항쟁(1987년)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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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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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보카도를 먹어봤다. 버터 맛이 나는 과일이라는데, 말만 듣고는 맛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하도 궁금해서 직접 사서 먹어보기로 했다.아보카도 껍질은 짙은 녹색이고 크기는 주먹만 했다. 며칠 지나자 껍질이 검게 변하고 손으로 누르니 물렁했다. 이 정도면 잘 익은 것이란다. 아보카도를 반으로 가르면 애호박 색깔의 과육이 드러난다. 가운데엔 계란 모양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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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1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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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은 다른 이들에 비해 밋밋한 것 같다. 나는 남편과 둘이 작은집에서 단출하게 산다. 식구가 적어서인지 크게 바쁜 일도, 신경 쓸 일도 적은 편이다. 올해 초,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둔 뒤론 밖에 나가는 일도 확 줄었다. 기껏해야 찬거리를 사러 동네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정도가 외출의 전부였다. 밥 먹고 치우고 책 읽고 글 쓰고 뉴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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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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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멀리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지만 컴컴한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나는 한숨을 쉬며 두 손을 모았다.지난 1월 어느 오후, 집 앞 골목에서 내 앞을 지나가는 노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 버릇대로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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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6.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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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자라던 식물들이 갑자기 옆으로 휙휙 쓰러졌다. 줄기를 붙들 새도 없이 쓰러진 잎들이 시들었다. 안타까움에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어제도 식물 줄기가 부러지는 꿈을 꿨다. 비슷한 꿈을 연속으로 꾸고 있다. 누운 채, 이 꿈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다.나는 오래 전부터 꿈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꾼 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중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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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5.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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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 양파를 먹지 않는다. 샌드위치나 샐러드에서 생 양파 향이 나면 바로 내려놓는다. 어쩌다 모르고 입에 들어갔을 땐 얼른 뱉어낸다. 뱉을 상황이 안 되면 코를 막고 꿀꺽 삼킨다. 코를 막으면 양파 향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서른이 넘어가면서 햄버거에 있는 양파를 손가락으로 빼내는 것이 어쩐지 좀 부끄러워졌다. 어릴 때 먹지 않던 생 마늘이나 생 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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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5.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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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모든 신경이 후보자들에게 쏠려 있었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관심이 많았던 만큼 토론회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런데 토론회를 보면서 이번 주 과학이야기의 주제를 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글 소재를 찾는 것이 큰 일 중 하나인데, 이렇게 얻어걸리면 아주 신이 난다. 내게 기쁨을 안긴 이는 바로 홍준표 후보다.그가 문재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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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5.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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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니 날씨가 확 달라졌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도 상쾌하다. 연두색 이파리가 하루하루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밖에 나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햇빛의 유혹에 못 이겨 산책을 자주 나간다. 가까이 사는 엄마는 내 단골 산책 파트너다.엄마와 나는 걷는 걸 무척 좋아한다. 엄마는 스마트폰에 만보기 앱을 깔아두고 “오늘은 얼마나 걸었나?” 하며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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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5.1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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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환기를 못해 찜찜하다. 벽과 벽지, 플라스틱 용품, 전자제품, 가구 등에서도 미세먼지 못지않은 유해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을 할 땐 더 신경이 쓰인다. 기름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알데히드나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생긴다. 후드를 틀더라도 사방으로 퍼지는 오염물질을 모두 걸러내진 못한다. 그래서 창문을 못 여는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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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5.0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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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이스를 만들기 전엔 위를 최대한 비워 놓는다. 일단 밥에 비벼서 한 번, 카레만 가득 담아 또 한 번, 이렇게 두 그릇을 먹어야 성에 차기 때문이다. 건더기가 잔뜩 들어가 포만감도 끝내준다. 서너 시간 정도는 소화를 시키느라 낑낑대면서도 두 그릇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어렸을 때 카레는 특식 중의 특식이었다. 콩나물 100원어치 사오라는, 귀찮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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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4.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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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고등어(가명)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 산책을 하고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풍력발전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멀리서 소방헬기 한 대가 날아왔다, 그런데 헬기가 바닷물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저수지물을 퍼 담아 불을 끄고 있다, 이 급한 와중에 바로 옆 바닷물을 쓰지 않고 왜 멀리 떨어진 저수지를 왔다 갔다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과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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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4.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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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때였다. ‘내 오늘은 기필코 먹고야 말겠어!’ 전날부터 잔뜩 벼르고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쏜살같이 주방으로 향했다. 멸치ㆍ다시마 육수를 내고 집된장을 풀었다. 다진 마늘도 조금 넣었다. 냉장고엔 어제 생협에서 배달해온 쑥 한 봉지가 있었다. 쑥을 씻어 생콩가루 한 수저를 설설 뿌렸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육수에 콩가루 묻힌 쑥을 살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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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4.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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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쿠쿵’ 천둥번개가 치더니 요란하게 비가 쏟아졌다. 한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컴컴했다. 나와 언니, 남동생은 방 한가운데 모여 앉았다. 부엌에서 이제 막 들어온 엄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스무 살 때, 고개 하나 너머에 오빠가 살았어.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오빠네로 심부름을 가는데 겨울이라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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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4.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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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이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건 언제나 어색하다. 3년 전 그날도 그랬다. 배다리(동구 송림동 일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이에게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로 한 날이었다. 책방이 한가해지는 저녁시간에 맞춰 약속을 잡았다. 그가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잖다. 책방 한쪽 가스버너에선 찌개가 끓고 있었다. “찌개가 조금 덜 끓었네요. 조금만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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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3.29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