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난다. 우리 집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귀신이 아니라면, 이웃집의 담배연기가 환기구를 통해 우리 집으로 흘러들어오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부터 그랬다. 5년 째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나마 요즘은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어 환기라도 되지만 겨울엔 정말 괴로웠다.

20대 초반 호기심에 담배를 물어본 적이 있다. 독한 연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 숨이 콱 막히고 금세 입안이 텁텁해졌다. “아니, 이런 걸 왜 피워” 잔뜩 인상을 쓰는 내게 친구가 한마디 했다. “너한테는 담배가 안 맞나보다”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연기가 그리 괴롭지 않고 심지어 좋게 느껴지면 그냥 피우면 되고, 괴로우면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이 좀 필요할 뿐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몸에 ‘맞거나 안 맞거나’ 하는 시각으로 바라볼 만큼 우린 담배에 거부감이 적고 관대하다. 하지만 담배는 정말, 그런 것이 아니다.

 
담배는 겉을 싼 종이와 필터를 빼면 전체가 독 덩어리이다. 무려 4000가지가 넘는 유해물질이 보조성분이 아닌 ‘주성분’이다. 그 성분들을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쁜 걸 몰라서 피우는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담배에는 순수한 담뱃잎 이외에 600여 가지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첨가물이 들어가는 이유는 보존성과 상품의 질, 맛과 향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지만 사실 모든 것을 넘어서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중독성’이다.

담뱃잎에는 모두 알다시피 니코틴이라는,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있다. 니코틴이 우리 몸에 흡수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이성적인 사고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의 기능을 순간적으로 떨어트린다. 할 일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 규칙을 따르는 도덕심,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 등은 이성적 사고 영역이다. 도파민은 이를 잊게 만드는 동시에 쾌락을 느끼게 만든다. 기억력과 학습력도 올라간다.

일상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사랑에 빠졌을 때다. 사랑에 빠지면 하루 종일 가슴이 뛰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은 서서히 그 양이 줄어든다. 1년 내내 도파민이 분비된다면 우리 몸은 이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그만큼 강력하다.

담배의 니코틴으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우리 뇌는 금방 중독된다. 도파민이 없으면 불안과 짜증을 느끼고 금세 초조해진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고, 안정을 느끼고, 혈액 속 니코틴 농도가 줄어들면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담배회사는 니코틴 중독의 강력함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만들려면, 다시 말해 아주 심하게 중독되게 만들기 위해선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마다 니코틴을 최대한 많이 흡수할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담뱃잎에 들어있는 니코틴의 양은 일정하다. 담배회사는 흡수율을 높일 목적으로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를 첨가했다. 높은 온도로 담배가 타들어가면서 암모니아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니코틴이 빠르게 흡수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담배회사들은 카카오, 버터, 설탕, 각종 향료를 넣어 담배의 독한 맛을 없애 쓴 맛에 민감한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담배는 우리가 니코틴에 쉽게, 강력하게 중독되게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일종의 마약이다.(다음에 계속)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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