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환기를 못해 찜찜하다. 벽과 벽지, 플라스틱 용품, 전자제품, 가구 등에서도 미세먼지 못지않은 유해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을 할 땐 더 신경이 쓰인다. 기름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알데히드나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생긴다. 후드를 틀더라도 사방으로 퍼지는 오염물질을 모두 걸러내진 못한다. 그래서 창문을 못 여는 날엔 튀김이나 볶음요리는 아예 하지 않는다. 빨래도 맘 놓고 못 널고, 이래저래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민 끝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다. 참 모순적이게도, 내가 산 것은 미세먼지의 발원지로 지목하는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저렴한 것으로 고르다보니 중국산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도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같은 항스모그 소비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공장을 돌려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그 미세먼지를 막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또 공장을 돌린다.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배출한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서 콧속으로 흘러들어갈 미세먼지를 필터에 잡아가두기 위해 애쓴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려면 크게 석탄 사용과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여야한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규제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나라마다 규제 기준이 다르지만 세계 동일 규제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석탄 사용은 어떻게 줄일까? 중국은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은 중화학공업 비중을 낮추고 태양광ㆍ풍력ㆍ원자력 등, 친환경에너지 발전소를 늘릴 계획이라 밝혀왔다. 특히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다.

지난해 10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발표한 내용이 실린 기사([기획] 차세대 원전 레이스, 중국이 떠오른다?)를 보면, 현재 중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수는 모두 34기로 한국의 24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99기)ㆍ프랑스(58기)ㆍ러시아(35기)에 이은 세계 4위다. 2020년에 이르면 중국은 세계 2위 원전 대국에 들어선다. 그때까지 90여 기의 원전을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은 거의 대부분 바닷가에 들어선다. 냉각수로 바닷물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원전이 있는 경주, 부산 기장, 울주군 역시 해안 지역이다. 근처 주민들은 원전 소식에 관심이 많고 민감하다. 특히 지진이 잦아지면서 불안감도 커졌다. 이에 비해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혹시,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까지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이제 우리나라의 왼편, 중국으로 눈을 돌려볼 차례다. 바다 건너에 중국이 있다. 우리나라와 서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산둥성과 랴오닝성은 원전이 밀집한 지역이다. 만에 하나, 이곳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3일 안에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 전체를 뒤덮는다. 지금 미세먼지가 몰려오고 있듯이 말이다.

이 글을 쓰는 4월 26일은 31년 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날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터진지는 이제 만 5년이 지났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은 이처럼 끔찍한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랄 것이다. 원전은 없어도 된다. 원전 건설과 유지와 폐기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대체에너지를 만들면 된다. 그렇다고 중국의 원전 시설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다만 우리 땅에 있는 원전을 하루 빨리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원전 없는 나라가 늘어 갈수록, 중국의 원전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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