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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깍 꼴깍 꿀꺽. 친구의 썰렁한 농담에 웃음이 터지고, 끙끙 앓던 고민도 별 것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없던 용기도 불끈 생긴다. 심장은 클럽의 스피커처럼 쿵쾅대고, 신나고 때론 로맨틱한 진동이 피를 타고 온몸으로 흐른다. 단 몇 모금에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는 것, 술이다.취하는 게 좋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려 머리가 복잡하거나, 글이 안 써지거나, 누군가 별 뜻 없이 뱉은 말에 속이 상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 나는 술을 생각한다.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 내 주량은 시간당 맥주 한 컵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9.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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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미미와 함께 산 지 만 1년이 됐다. 고양이와 사람의 평균수명은 각각 16년, 80년 정도다. 미미에게 1년은 사람의 5년과 맞먹는 셈이다. 사람보다 다섯 배나 빨리 흘러가는 미미의 ‘묘생’에 내가 뭔가 대단하게 잘 해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에 대한 정보라면 눈이 번득, 귀가 쫑긋해진다.고양이는 개와 달리 배 만지는 걸 싫어한다는 단순한 것부터 고양이의 혀는 단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특이한 정보까지, 하나하나 신기하고 신비롭다. 고양이는 단 맛 수용체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9.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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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이어 태풍 소식에 전국이 술렁였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한숨 돌리나 했는데 이번엔 폭우가 쏟아져 전국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 유례없는 더위와 극단적으로 뒤바뀌는 날씨의 원인을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궁금해 하고 있다. 언론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지목한다.고백하자면, 10여 년 전 나는 사람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지구 전체 표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1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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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친구가 자주색 소형차를 몰고 나타났다. “엄마 차야. 어제 받았는데 기념으로 타보려고. 면허만 따고 운전을 못 해봤거든” 언제든 놀러가고 싶어 안달이던 난 눈이 반짝반짝해졌다. “야, 우리 수업 빼먹고 놀러 갈래?” “그럴까. 어디 가고 싶은데?” 당장 떠오른 건 월미도였다. “월미도 가서 해 지는 거 보자! 내가 감자핫도그 쏠게” 친구가 “오케이”했다. “근데 너 길 알아?” “응, 당연하지” 내비게이션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학교 앞 도로를 빠져 나왔다. 창문을 열고 늦여름 오후의 바람을 느꼈다. 느긋하고 여
지역
심혜진 시민기자
2018.08.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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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복날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이날 장어요리를 먹는다. 손질한 장어에 간장 양념을 발라 구운 ‘카바야키’가 인기라고 한다. 구운 장어를 밥 위에 올린 장어덮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복날을 앞두고 일본 편의점에 ‘장어 없는 장어덮밥’이 등장했다.치어를 구하기 어려워 장어가 금값이 되자, 장어 대신 장어 조림용 소스를 밥에 부어 도시락을 만든 것이다. 값은 198엔, 우리 돈으로 2000원 정도다. 이 ‘장어 소스 맛’ 덮밥은 간단하고 저렴하게 복날 기분을 즐기려는 사람들 손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복날이라는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8.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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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생 전쟁둥이인 이입분(69)씨는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부터 프랑스 산 ‘에비앙’ 생수까지 모두 맛본 세대다. 그가 온몸으로 통과한 현대생활사를 물건을 통해 되짚어보려 한다. 이입분씨는 내 엄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이젠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더워서 잠이 깨는 일이 없다. 그래도 한낮엔 선풍기와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으니, 무려 한 달 동안 이 더위를 겪어내는 중이다.아마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나는 이번 여름을 더 힘들게 보냈을 것이다. 하나는 에어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8.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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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현관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남편은 얼마 전 일을 그만뒀다. 몇 달 쉬면서 수료한 지 몇 년 지난 대학원 학위 논문을 쓸 작정이라 했다. 늘 바빴던 남편. 일을 그만두면 밥도 같이 먹고 집안일도 나눠 하고 대화도 많이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남편은 배드민턴 클럽 두 군데나 가입해 틈만 나면 밖으로 돌았다.집안 돌아가는 일은 모조리 내게 맡기기로 작정한 건지, 아예 관심이 없다. “이 집에 나만 사니? 어지른 건 좀 치우라고!” 나도 폭발하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남편은 딱 청소기만 돌린다. 이런저런 일을 일부러 시켜보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8.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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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였나, 하여튼 여름방학이었다. 밤은 깊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잘 수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납량특집 영화 ‘여곡성’이 막 끝난 터였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이의 원혼이 한 집안을 몰락시키는 이야기였다. 언니와 동생도 함께 보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무섭다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았다.영화가 끝났을 땐 나 혼자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으면 피눈물을 흘리던 귀신의 하얀 얼굴이 자꾸 눈앞에 튀어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니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이야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 후로 자그마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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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무슨 약이라도 타놓은 걸까. 만사가 귀찮고 꼼짝하기도 싫다. 가뜩이나 집안에 머물길 좋아하는데 날씨까지 무더우니 과자 한 봉지라도 사러 나가려면 크게 마음을 먹어야한다. 7월 중순에 미리 휴가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가도 한편으론 남은 여름을 쉼표 없이 보낼 생각을 하면 암울하기도 하다. 본격 불볕더위가 시작하는 8월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낮 최고ㆍ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을 무사히 잘 보내려면 마음의 각오와 함께 몇 가지 현실적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우선 에어컨 청소를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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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떡소떡’. 새 울음소리 같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간식 이름이다. 소시지와 떡을 기름에 튀겨 소스에 발라먹는 것인데, 꼬치에 비엔나소시지와 떡볶이 떡을 번갈아 꽂은 것에서 소떡소떡이란 이름이 나왔다. 한 방송에 나온 뒤부터 휴게소마다 이걸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고 한다.떡과 소시지, 무척 익숙한 맛이다. 그 둘을 같이 먹어봤자 원래 알고 있는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또 다른 뭔가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열광적이다. 나는 그 맛이 궁금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그때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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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자꾸 집안으로 들어온다. 창문마다 모기장을 쳐놓은 것도 모자라 조금이라도 들뜬 곳은 투명테이프로 막아놓았다. 도대체 어느 구멍으로 어떻게 들어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주로 한밤중에 출몰하는 모기는 자기 전 텐트형 모기장을 치는 것으로 해결하지만, 여기저기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파리는 아주 성가시다. 게다가 고양이 미미가 그 파리를 잡겠다고 침대며 책상, 싱크대 위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통에 정신까지 사납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매달아뒀던 끈끈이를 사볼까 하다가 파리지옥이라는 식물이 떠올랐다.파리지옥은 식충식물로, 곤충을 잡아 영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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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생 전쟁둥이인 이입분(69)씨는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부터 프랑스 산‘에비앙’생수까지 모두 맛본 세대다. 그가 온몸으로 통과한 현대생활사를 물건으로 되짚어보려 한다. 이입분씨는 내 엄마다.지인들과 휴가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산이냐, 바다냐, 아니면 ‘방(에) 콕’이냐, 의견이 오가는 중에 유독 한 사람만 편안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듣는 둥 마는 둥, 안주만 집어 먹을 뿐이었다.“ㄱ씨는 벌써 계획 다 세워 놨나 봐요? 뭐 할 거야?” 시선들이 ㄱ씨에게 향했다. 그는 대수롭지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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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의 계절이 왔다. 어렸을 땐 복숭아 맛을 잘 몰랐다. 포도나 수박만큼 달지도 않고 딸기나 귤처럼 확실한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단단하고 아삭거리는 복숭아는 먹을 만했다. 하지만 팔꿈치까지 과즙이 줄줄 흐르는 물컹하고 흐물흐물한 복숭아는 먹고 나서 손과 얼굴을 씻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먹기 전부터 시큰둥했다. 물론 먹기 좋게 잘라 먹으면 좋았겠지만, 복숭아는 으레 한 손에 한 개씩 쥐고 먹었다.그렇게 먹다보면 꼭 마주치는 게 있다. 왜 그리 벌레가 많은지, 한껏 베어 물었다가 씨앗 주위에서 하얗고 통통한 애벌레가 삐죽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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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투(Me too) 열기가 한창이던 때, 한 인권단체에서 기획한 강좌를 들으러 갔다. 성폭력과 관련한 책을 출간한 기념으로 열리는 북토크 형식의 강의였다. 200여석의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강의실을 가득 채운 청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책을 보며 강의 전 흥분을 가라앉힐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내 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내 시선을 완전히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한 명은 짧은 단발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머리카락을 제외하고 그가 입은 티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7.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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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을 자주 마신다. 책상이나 침대 머리맡엔 언제나 물이 가득 담긴 컵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외출할 때도 물병을 챙긴다. 몸이 필요로 하는 건지, 습관인지 모르겠다.그래서 유독 컵에 욕심이 많다. 컵은 살짝 툭 쳤을 때 쓰러지지 않을 만큼 묵직해야한다. 컵이 작으면 자주 물을 뜨러 가야해 번거롭고, 너무 큰면 마실 때 무거워 불편하다. 답례품으로 많이 사용하는 보통 크기의 머그컵은 안정감이 있어 좋지만 불투명해서 커피 이외의 음료를 담았을 때 그리 예쁘지 않다. 나는 내 맘에 쏙 드는 컵을 구하기 위해 마트에서 한참 시간을
사회
심혜진 기자
2018.07.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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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기 진땀나는 계절이 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에 음식 만드는 일은, 더군다나 불 앞에서 끓이고 볶고 데치고 튀기는 작업은 고역 중 고역이다. 가스레인지 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냄비에서 끓는 육수가 주방 온도와 습기를 한껏 올린다. 머리는 어질어질, 땀은 삐질삐질. 이쯤 되면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꼽은 상전이요, 음식을 해야 하는 몸은 종이 된다. 요리하기 힘들다고 굶어 죽을 순 없으니 여름철 내 밥상엔 주로 상추나 오이 같은 생채소가 올라온다. 물에 씻어 쌈장만 곁들이면 끝. 가스 불을 사용하지 않은 덕분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6.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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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통틀어 요즘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간다. 가뜩이나 가릴 것 없는 먹성이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겨울부터 갑자기 더 좋아져 눈만 뜨면 먹을 걸 찾아 두리번거린다. 덕분에 작년 이맘때보다 3킬로그램이 늘었다.작고 말랐던 몸집에 이만큼 살이 쪘으면 티 나지 않을 리 없건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 좀 쪄라”라거나 심지어 “점점 더 마르는 것 같다”는 이야길 한다. 상대의 외모를 이토록 쉽게 지적하고 조언까지 덧붙이는 오지랖에 대한 불편함은 잠시 뒤로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내 살은 왜 얼굴이나 팔다리가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8.06.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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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가 만 원에 여덟 개~ 만두 사세요~”며칠 전, 낯선 동네에서 늦은 밤까지 회의를 했다. 누군가 야식을 먹자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가 배달음식은 싫다고 했다. 사다리타기를 해서 걸린 사람이 근처 마트에서 먹을 걸 사오기로 했다. 아이쿠야, 내가 걸렸다.마트 식품매장 쪽으로 내려갔을 때 만두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만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터라,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매대 앞으로 갔다. 고기와 채소를 다져 넣은 소에 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삼각형 모양으로 납작하게 만든 만두가 보였다. 이렇게 생긴 만두를 예전 전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6.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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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열기가 한창이다. 길 가는 곳 어디에서든 후보자들의 현수막과 선거운동원을 쉽게 만난다. 선거철에만 주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는 이도 있고,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연설과 선거송에 귀가 따갑다는 이도 있다. 물론 내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기회로 생각하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고, 누가 누구인지 알기가 어려워 아예 한 번호로 찍을 작정인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시끄럽고 정신없고 신물이 나더라도 분명한 건, 지금의 선거제도는 과거의 무수히 많은 부
정치
심혜진 시민기자
2018.06.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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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고기를 먹을 때마다 한다. 자꾸 죄책감이 든다. 삼겹살이나 갈비를 먹을 땐 그나마 덜하다. 문제는 치킨이다. 나는 치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다리와 날개의 크기로 짐작컨대, 이건 닭과 병아리의 중간에서 삶이 끝난 게 틀림없다. 고소한 치킨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다가도 어린 생명을 내 한 끼 식사를 위해 소비해버렸다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먹기가 미안해진다.2년 전, 식구나 다름없던 강아지가 꼬박 하루를 앓다가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본 후부터 이런 증상이 생긴 것 같다. 어차
사회
심혜진 시민기자
2018.06.04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