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고등어(가명)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 산책을 하고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풍력발전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멀리서 소방헬기 한 대가 날아왔다, 그런데 헬기가 바닷물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저수지물을 퍼 담아 불을 끄고 있다, 이 급한 와중에 바로 옆 바닷물을 쓰지 않고 왜 멀리 떨어진 저수지를 왔다 갔다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과학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가끔 이렇게 난 데 없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것까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예상하기론, 바닷물 염분이 금속으로 된 헬기와 장비들을 부식시킬 염려가 있어 담수를 쓰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검색 끝에, 2009년 <에스비에스(SBS)> 뉴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헬기 부식 때문에 일반 헬기로는 바닷물을 사용하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바닷물 1만 리터를 35초 만에 담을 수 있는 특수 헬기를 도입하려한다는 뉴스였다. 특히 가뭄이 들어 식수가 부족한 시기에 산불이 났을 때 바닷물을 이용해 진화하기 좋단다. 아직 제주에는 이 헬기가 보급되지 않은 모양이다.

바닷물에 금속이 부식되는 이유는 금속의 성질 때문이다. 모든 물질은 원래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금속은 암석 속의 광물을 녹여 가공한 것이다. 금속이 다시 암석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의 열쇠는 산소다. 금속 대부분은 암석 속에서 산소와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금속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금속의 산화라 한다. 이중 ‘원치 않는 금속의 산화’를 가리켜 부식이라 부른다. 즉, 녹이 스는 것을 부식이라 하고, 녹은 금속이 산화돼 나타난 현상이다.

금속 중에서 철은 단단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철의 가장 큰 단점은 부식이 잘 된다는 것이다. 철은 거추장스럽게 붙어 있는 전자를 떼어내 안정되고 싶어 하고, 산소는 어디선가 전자를 가져오기를 원한다. 이 둘의 궁합은 완벽하다.

하지만 둘 만 있어선 만나기 어렵다. 이들이 서로 전자를 잃고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물질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물이다. 그냥 물만으로도 부식이 빨리 되는데, 물속에 염화나트륨(소금)과 같은 염분이 들어 있다면 그야말로 철과 산소 사이에 불이 붙는다. 염화나트륨(NaCl)은 물에서 ‘+’를 띠는 나트륨이온과 ‘-’를 띠는 염소이온으로 나뉘어 물 분자 사이를 돌아다닌다. 이들이 철과 산소의 전자를 이동시켜 결합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 결과 붉은 색의 녹이 생긴다.

철의 부식을 막기 위해선 철이 산소나 물과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무엇인가로 철의 표면을 덮으면 된다.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주석이나 아연을 덧칠하는 것이다.

주석은 철보다 산소와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부식된다. 독성이 적어 식품을 저장하는 통조림에 많이 사용한다. 단, 주석에 상처가 나서 철이 드러날 경우, 철이 빠른 속도로 산화돼버린다. 반대로 아연은 철보다 반응속도가 빠르다. 표면에 흠집이 생겨도 아연이 먼저 산화돼 철을 보호해준다. 그러니 표면이 긁힐 가능성이 큰 물건에는 아연을 사용해야한다. 이것을 ‘희생양극법’이라 한다.

얼마 전 이 내용이 한 언론사의 저녁 뉴스에 나왔다. 앵커는 “기억만큼은 녹이 슬지 않게 지난 3년 동안 자신이 대신 아연이 되는 길을 택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세월호 가족들이다. 기억만큼은 아연으로 단단히 도금을 해놓았을지언정 가슴은 삭아 무너져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에게도 아연이 필요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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