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고기를 먹을 때마다 한다. 자꾸 죄책감이 든다. 삼겹살이나 갈비를 먹을 땐 그나마 덜하다. 문제는 치킨이다. 나는 치킨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다리와 날개의 크기로 짐작컨대, 이건 닭과 병아리의 중간에서 삶이 끝난 게 틀림없다. 고소한 치킨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다가도 어린 생명을 내 한 끼 식사를 위해 소비해버렸다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먹기가 미안해진다.

2년 전, 식구나 다름없던 강아지가 꼬박 하루를 앓다가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본 후부터 이런 증상이 생긴 것 같다. 어차피 한 번 왔다가는 허무하고 짧은 생인데, 행복까진 아니어도 최대한 생명다운 모습으로 살다가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강제로 삶을 마감당한 닭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토록 시작부터 끝까지 잔혹한 삶을 살다 가는 걸까. 치킨이 먹고 싶을 때마다 메뉴가 적힌 전단지를 집었다 놨다 한참을 망설인다. 이미 중독에 가깝게 굳어진 입맛을 한 번에 바꿀 수도 없고, 시켜먹자니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 같고, 참 큰일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고기를 대신할 고기가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콩이나 쌀 추출물로 만든 콩고기, 비건 치즈 등 육류 대체품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지만 지금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건 가짜가 아닌 ‘진짜 고기’다.

지난 2013년 전 세계의 눈이 스테이크를 먹는 두 사람에게 쏠렸다. 실험실에서 만든 최초의 인공 소고기 패티를 맛보는 순간이다. 두 지원자는 고기 맛이 나긴 하지만 퍽퍽하다고 평했다.

인공 소고기는 암소 목덜미에서 떼어낸 근육조직에서 조혈세포를 채취해 만든다. 조혈세포는 37℃ 온도로 맞춘 인큐베이터 안에서 영양이 풍부한 배양액을 먹고 자란다. 몇 주 안에 두께 1밀리미터, 길이 2.5센티미터의 근육섬유가 되는데, 근육섬유 수만 개를 압착하면 인공 고기가 만들어진다. 인공 고기가 퍽퍽한 것은 지방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세포 배양으로 만든 기름을 섞으면 해결된다.

지난해엔 인공 닭고기도 세상에 나왔다. 미국 바이오기업 ‘멤피스 미트’는 인공 닭고기로 만든 튀김과 인공 오리고기 시식회를 했다. 시식한 참가자들은 “일반 닭고기에 비해 푹신푹신하지만 맛은 거의 비슷하다. 다음에 또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인공 소고기 패티 작은 조각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우리 돈으로 무려 3억원에 달한다. 인공 닭고기는 450그램에 1000만원으로 3~4년 사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다. 전문가들은 10년 후엔 진짜 고기보다 인공 고기가 훨씬 저렴해져 누구든 인공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실험실이 닭장을 대체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고기로 고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효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다양한 고기들, 예를 들면 바나나 맛 닭다리, 깻잎 맛 삼겹살, 다람쥐 혓바닥 고기, 뱀 옆구리 살을 슈퍼마켓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것은, 인공 고기 개발이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이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축산산업을 성찰한 것에 비롯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이윤이다. 이들은 날로 늘어가는 육류 소비량을 가축으로는 모두 감당할 수 없음을 간파했다. 성찰 없이 이윤만을 좇는 인공 고기 사업이 또 어떤 새로운 문제를 인류에게 남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닭고기를 먹을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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