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미와 함께 산 지 만 1년이 됐다. 고양이와 사람의 평균수명은 각각 16년, 80년 정도다. 미미에게 1년은 사람의 5년과 맞먹는 셈이다. 사람보다 다섯 배나 빨리 흘러가는 미미의 ‘묘생’에 내가 뭔가 대단하게 잘 해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에 대한 정보라면 눈이 번득, 귀가 쫑긋해진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배 만지는 걸 싫어한다는 단순한 것부터 고양이의 혀는 단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특이한 정보까지, 하나하나 신기하고 신비롭다. 고양이는 단 맛 수용체 유전자의 일부가 파괴돼 단 맛을 느낄 수 없는데, 살아가는 데 달콤한 성분을 가진 영양소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고양이의 완전식품이자 주식은 쥐다. 죽은 쥐의 장에 남은, 미처 다 소화되지 않은 곡식 정도만 있어도 고양이는 필요한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내용도 있다. 고양이 중에 ‘삼색고양이’라 불리는 녀석이 있는데 몸에 하얀색, 노란색, 검은색, 세 가지 털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이 삼색고양이는 굳이 암수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죄다 암컷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우리 몸은 무수한 세포들로 이뤄져있고, 세포에는 핵이 있다. 핵 안에는 막대 모양의 염색체가 있는데, 얇은 두 가닥의 실이 차곡차곡 쌓여 길쭉한 모양을 이룬 것이다. 이 두 가닥의 실을 DNA라 부른다. DNA가 실이라면 염색체는 실타래다.

DNA는 한 생명의 모든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나는 아주 까만색의 곱슬머리에 눈에는 짙은 쌍꺼풀이 있고 어깨가 좁고 키가 작은데, 부모님이 물려주신 DNA의 명령을 잘 따른 결과다. 내가 남과 다르게 생긴 것도, 내가 고양이가 아닌 것도, 다 DNA 때문이다.

고양이의 털 색깔과 줄무늬 유무는 아홉 개의 유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길고양이는 대부분 ‘코리안 쇼트헤어’라 불리는 종이다. 줄임말로 ‘코숏’이다. 코숏은 하얀색, 갈색, 검은색의 세 가지 색깔의 털을 가지고 있다. 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올블랙, 젖소, 치즈 등으로 불린다. 올블랙은 검은 고양이를, 젖소는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를, 치즈는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를 말한다. 회색 몸통에 고등어처럼 줄무늬가 있는 털이 난 ‘고등어태비’도 있다. 털 하나하나를 줄무늬로 만드는 유전자나 하얀색 얼룩무늬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면 줄무늬가 나타난다.

털 색깔이 검은색이냐 노란색이냐를 결정하는 건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다. 하나의 X염색체는 검은 털, 노란 털 중 한 가지 색깔의 유전자만을 가질 수 있다. 암컷은 X염색체가 두 개, 수컷은 한 개다. 그래서 암고양이에겐 검은 털이나 노란 털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지만, 수컷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얀색은? 엄밀히 말하면 하얀색은 색이 아니다. 물감에는 하얀색이 있지만 자연계에서 하얀색은 대부분 ‘색이 없음’을 뜻한다. 백합은 하얀 색소 때문에 흰 것이 아니라, 색소가 없어 하얗다. 고양이 몸의 어느 부분에서 털 색깔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하얀 털이 나오는 것이다.

“삼색고양이는 모두 암컷이다” 99퍼센트 맞는 말이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다. 생물계에는 늘 변종이 존재한다. 소수지만 삼색고양이도 수컷이 있고, 때론 암수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체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은 지구 환경에서 같은 종 내의 개체들이 서로 다양성을 띨수록 그 종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은 커진다. ‘다양성’을 아직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건 오직 인간계, 아니 ‘어떤 인간계’뿐이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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