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시작부터 오해마시길. 꿀벌은 무척추동물이 맞다. 꿀벌은 절지동물-곤충강-벌목-꿀벌과에 속하는 종을 일컫는다. 모든 곤충엔 척추가 없다. 덕분에 모기를 잡을 때 손바닥 사이에서 우두둑 하고 뼈부러지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꿀벌도 마찬가지다.위에서 인용한 문장은 독일의 양봉가인 요하네스 메링이라는 사람이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10.19 15:04
-
28년 전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대기업에 다니던 아빠가 직장을 잃었다. 아빠는 퇴직금으로 트럭을 한 대 샀다. 한 차 가득 사과를 싣고 이곳저곳으로 팔러 다녔다. 하지만 아빠에겐 장사 수완이 없었다. 아침에 싣고 나간 사과를 다시 그대로 싣고 오기를 며칠 동안 반복했다.하필 아빠가 팔러 다닌 사과는 연두색 아오리였다. 늦여름에 잠깐 나오는 아오리는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10.12 10:14
-
무더위에 지쳐가던 8월 초, 경기도 가평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언제부턴가 내게 여름휴가란 1년에 딱 한 번, 질리게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올해도 3박 4일간 오로지 캠핑장에서 먹고 자면서 아침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강에서 수영을 했다.작년에 머물렀던 강가 어디쯤에 그늘막을 치고 누울 수 있는 의자를 폈다. 수영은 온몸으로 하는 운동이라 체력 소모가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10.05 09:53
-
생각지도 않은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지금 내 두 손을 한 짝씩 붙잡고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사랑스러운 조카들이다. 언니의 아들과 남동생의 딸로 각각 열 살, 일곱 살이다. 자칭 타칭 조카바보인 내가 다른 사람은 빼놓고 딱 우리 셋이서만, 이렇게 손을 잡고 나란히 길을 걸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를 사이에 두고 큰조카와 작은조카 둘이서 쉴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9.26 04:42
-
캐나다 중남부에서 유채를 심고 가꾸던 평범한 농부 슈마이저. 1999년 어느 날, 그에게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최고의 다국적 종자기업 몬산토가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소송의 이유는 슈마이저의 밭에 자신들이 개발한 ‘지엠(GM: 유전자변형)유채’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몬산토는 슈마이저가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15만 달러를 배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9.12 23:45
-
한창 ‘치맥’(치킨과 맥주)이 유행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치밥’이 인기다. 치킨을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는 것이 치밥의 정석이다. 최근 매콤한 소스를 더한 새로운 치킨 메뉴가 속속 등장해 치밥 열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나는 치킨 때문에 채식주의자 되기는 글렀다고 생각할 정도로 치킨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치킨을 먹고 있으면서도 치킨이 먹고 싶고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8.31 01:09
-
나는 먹는 것을 무척 즐긴다. 엄마는 내가 아기일 때 과자를 양손에 쥐고 먹었다고 했다. 아마 타고 난 모양이다.먹거리에 관심이 많다보니 식품정보에 대한 지식이 늘었고, 외식과 몸에 안 좋은 가공품을 점점 꺼렸다. 이런 나와 달리 내 동생은 먹는 것을 번거롭게 여긴다. 그래서 삼키기만 하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알약이 나오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과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8.23 21:57
-
내 직장 ‘동료’들은 나와 10년에서 17년 나이차가 난다. 이제 막 사십대에 발을 들여놓은 나를 제외하곤 모두 오십대 초ㆍ중ㆍ후반에 넓게 포진해있다. 예전 직장에서는 이정도 나이 차가 나는 이들과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는 업무를 맡아 마주칠 일이 많지 않거나, 직급 상하관계여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다. 지금 나는 그들과 같은 일을 하고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8.10 14:17
-
아침에 일어나 비누로 세수를 한다. 로션을 바르고 빵과 샐러드를 간단히 먹는다. 복날을 맞아 점심으로 사무실 근처에서 삼계탕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한잔 마신다. 커피에 달달한 시럽은 필수. 오후의 지루함을 청량음료로 달래고, 야근 후 집에 돌아와 맥주 캔을 딴다.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 속에 큰 돈 들이지 않고 간단히 나를 위로하는 데에 ‘혼맥(혼자 마시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8.03 10:31
-
한 친구 주위에 아이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그 친구가 꺼낸 ‘이상한 빵’ 때문이다. 선생님이 학교에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애는 종종 그 빵을 가지고 왔다. 담임선생님이 오시기 전 아침자습시간에 먹으려는 것이다.그 애와 나는 둘 다 맨 앞줄에 앉았다. 다른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진 지금까지도 그 애의 모습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7.27 11:24
-
사과 껍질을 깎아 그대로 두면 잠시 후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사과 안에 있던 효소가 공기와 만나면서 생기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갈변된 사과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신선하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나왔다. 껍질을 벗겨 열두 시간이 지나도 막 깎은 것처럼 뽀얀 사과, 심지어 멍이 들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사과, 그래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7.20 14:22
-
나른하게 늘어져있던 어느 오후, 생협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매실 주문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맛 본, 고추장에 버무린 매실장아찌가 새콤달콤하고 오독오독한 게 참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매실로 장아찌를 한 번도 담가보지 않았다. 나는 곧장 매실을 주문했다. 가까이 사는 엄마도 내 이야기를 듣고는 한 상자 주문했다. 엄마 역시 매실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7.13 10:52
-
내겐 남들이 보기에 조금 민망한 습관이 하나 있다. 어떤 낯선 물체가 내 앞에 있을 때 그것을 일단 코로 가져간다. 음식이든 그냥 소지품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상관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왜 그런 걸 (굳이) 냄새를 맡아”라는 질문을 몇 차례 듣고서야 알았다. 내가 냄새로 물건의 정체를 파악하려 한다는 걸. 너무 ‘동물적’으로 보이나 싶어 다른 사람이 있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7.06 13:34
-
이웃나라 일본에 경사가 났다. 일본 연구진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것이다. 원자번호 113번 자리를 차지한 이 원소에 ‘니호니움’(nihonium, 원소 기호 Nh)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니혼’은 ‘일본’의 일본어 발음이다. 아시아 국가 연구자가 원소를 발견해 이름까지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떠들썩한 모양이다. 국가 이름을 딴 원소라니,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6.22 10:42
-
어지간하면 집에서 고기나 생선요리를 하지 않는다. 육식이 그리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가능하면 적게 먹으려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먹고 싶을 때면 생협 매장에서 고기를 산다. 그리고 먹기 전 반드시 남편에게 “항생제 없는 고기”라며 생색을 낸다. 끼니의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하는 남편에게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6.09 11:25
-
우연일까?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던 4월 말, 며칠을 마스크 없이 외출했다. 그 이후 조금씩 잔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기침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바야흐로 놀기 좋은 5월이 아닌가! 나는 생애 처음 따뜻한 봄을 맞이한 듯, 기침을 해대면서도 여기저기 신나게 돌아다녔다.결국, 몸져누웠다. 감기도 아닌 것이, 목이 아프고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5.25 10:52
-
5년 전 이맘 때 ‘사소한 과학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주제로 첫 글을 쓸까 한참 고민했다. 나는 ‘황사’에 대해 쓰기로 했다.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잘 쓰이지 않던 때였다. 황사 자체보다 그에 섞인 중금속 물질이 문제라는 이야기와 함께, 황사를 몰고 오는 편서풍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글을 쓴 기억이 난다.2년 뒤인 2013년 12월, 나는 베이징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4.27 14:07
-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땅이 무너졌다고 했다. 놀랄 겨를도 없이 그저 어안이 벙벙한 내게 엄마는 “싱크홀! 싱크홀!”이라고 연거푸 말했다. 조카가 다니는 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오래된 시장이 있다. 엄마는 날마다 그 길을 오가며 조카의 하굣길을 돕는다. 조카를 데리러 가던 길, 조금 전 무너져 내린 뻥 뚫린 구멍을 사이에 두고 119구조대와 경찰차, 주민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4.21 21:31
-
12월 5일 아침, 그날도 안개가 자욱했다. 영국인에겐 무척 익숙한 풍경이다. 온도계는 한낮에도 영하였다. 저마다 난로에 석탄을 쏟아 넣었다.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 오후를 지나 밤이 왔다. 안개는 더 짙어졌다. 템즈강을 지나던 증기선이 정박해있던 배를 들이받았다. 몇 미터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사람들은 길을 잃고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3.28 14:36
-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가끔 남편과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운전석 옆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게 미안해진다. ‘나도 운전을 배울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곧 올 것 같다. 운전자 없이 차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세계 자율주행차의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6.03.14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