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껍질을 깎아 그대로 두면 잠시 후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사과 안에 있던 효소가 공기와 만나면서 생기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갈변된 사과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신선하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나왔다. 껍질을 벗겨 열두 시간이 지나도 막 깎은 것처럼 뽀얀 사과, 심지어 멍이 들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사과, 그래서 ‘기적의 사과’라고 불리는 이 사과.

이 사과는 캐나다 회사에서 개발한 지엠오(GMO, 유전자변형생물체)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이 사과를 미국에서 판매해도 된다고 승인했다. 그런데 나는 이 사과를 맛있게 먹을 자신이 없다. 이 사과가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엠오 개발 과정을 눈여겨본다면, ‘지엠오에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옥수수를 예로 들면, 옥수수를 키우는 데 큰 걸림돌 두 가지가 있다. 잡초와 벌레다. 벌레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면 옥수수까지 병든다. 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세상엔 엄청난 종류의 세균이 있고, 그 중에선 고맙게도 옥수수 벌레를 죽이는 세균도 있다. 세균의 단백질 유전자를 그 벌레가 먹으면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겨 굶어 죽는다. 그러니 세균에서 필요한 유전자를 분리해 옥수수 유전자 속에 삽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삽입 과정이 만만치 않다. 새로 만든 유전자를 옥수수 세포 내로 운반해야하는데, 운반 역할을 담당한 유전자에는 ‘시작’을 외치는 유전자와 ‘끝’을 외치는 유전자가 함께 들어 있어야한다. 전자제품을 켜고 끄는 스위치를 생각하면 된다. 벌레 유전자가 옥수수 안에 들어갔을 때 ‘켜기’ 스위치가 제대로 눌린다면 성공한 것이다.

말처럼 깔끔하게 이 모든 과정이 이뤄져 지엠오니 뭐니 고민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단백질이 있다. 흔히 단백질을 체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알고 있다. 쉽게 말해 ‘살’을 단백질로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백질의 진가는 호르몬, 효소, 항체에서 발휘된다. 호르몬은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몸 상태를 늘 적정 상태로 만들어주는 물질이다. 효소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남은 것까지 처리해준다. 항체는 병원균 같은 세균이 몸에 들어왔을 때 맞서 싸워 균을 물리치는 물질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스위치’는 ‘단백질’의 작동과 종결을 명령한다. 그렇다면 지엠오 옥수수에 삽입된 스위치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호르몬, 효소, 항체에 영향을 미칠까? 아무 상관없을까? 지엠오 콩과 옥수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호르몬, 효소, 항체 문제로 생기는 병이 수백 가지가 넘는데, 이것이 지엠오 때문이라고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을 증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실험용 쥐에게 3개월 동안 지엠오를 먹여 별다른 증상이 나오지 않으면 된다. 쥐 생후 3개월을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이다. 그 시기까지는 섭취하는 음식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턴 노화가 진행되기에, 만일에 병이 생긴다 해도 음식이 아닌 다른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엠오를 생산하는 기업의 논리다.

하지만 프랑스 한 연구팀의 발표는 이를 반박한다. 연구팀은 3개월을 2년으로 늘렸다. 지엠오 사료를 먹은 쥐 4분의 3에서 종양이 생겼고, 탁구공만한 종양도 나왔다. 쥐의 수명이 2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일생 동안 지엠오를 먹은 것이다.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이 증명해줄 테니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 당 1년에 42kg의 지엠오를 먹고 있으니 양은 충분하다. 이제 고작 20년이 지났다. 앞으로 60년은 더 먹어야한다. 열심히 먹어보자. 아니라고? 나는 안 먹고 있으니 괜찮다고? 아니면, 먹기 싫다고? 이미 지면이 찼다. 아무도, 그 누구도 지엠오를 피하기 힘들다는 걸 다음번 글에서 낱낱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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