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남부에서 유채를 심고 가꾸던 평범한 농부 슈마이저. 1999년 어느 날, 그에게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최고의 다국적 종자기업 몬산토가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소송의 이유는 슈마이저의 밭에 자신들이 개발한 ‘지엠(GM: 유전자변형)유채’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몬산토는 슈마이저가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15만 달러를 배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슈마이저는 황당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기르던 유채의 씨를 받아 밭에 뿌리는 일을 반복해왔을 뿐이었다.

슈마이저는 자신의 유채 견본을 여러 군데에서 채취해 연구소에 맡겨 그것이 지엠오인지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그 결과는 몬산토의 승리였다. 슈마이저의 너른 밭에 있는 작물의 상당수는 몬산토가 개발한 ‘라운드업레디’ 유채가 분명했다. 우연히 바람을 타고 슈마이저의 밭에 날아든 지엠오 유채 씨앗 몇 개가 뿌리를 내린지 불과 3~4년 만에 밭 전체를 장악한 것이다.

슈마이저는 ‘지엠유채’밭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농장에서 더 이상 자가채종을 할 수 없게 됐다.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작물을 렌터카에 비유한다. 종자를 빌려서 사용한 후엔 주인인 몬산토에 돌려줘야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모든 종자의 사용권은 단 1년. 해마다 종자를 다시 구입해 사용해야한다. 그러니 자가채종은 엄연한 불법이다. 슈마이저는 특허법에 따라, 밭에 자라고 있던 유채를 모조리 몬산토에 빼앗긴 것도 모자라 자신이 가꿔온 유채종자도 함께 잃었다. 하지만 그가 몬산토의 ‘지엠유채’ 때문에 받은 피해는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지엠작물이 재배되는 주변 지역에서 같은 종의 일반 작물을 재배하기란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울지 알 수 없고, 겉모습으로 전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이라도 하게 되면 백전백패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심각한 지엠작물이 우리 땅에서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14년 수원에 있던 농업진흥청이 전북 완주로 이전했다. 그 이유는 지엠 작물과 관련이 깊다. 완주 일대 1000평이 넘는 땅에서 가뭄저항성 지엠벼와 지엠사과 시험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완주는 긴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들여 대규모 친환경농업단지를 갖춰 놓은 곳이다. 만일 이곳에서 생산한 농산물 중 지엠작물이 단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친환경 인증은 바로 취소된다. 우리나라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지엠오 검출기준이 0%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엠작물이 퍼지지 않게 확실히 보호받아야하는 곳이다.

그런데 농업진흥청이 지엠작물을 심어 놓은 밭은 완주의 친환경단지와 불과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당연히 이 지역 농민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업진흥청에선 “(오염을)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을 만큼 어리석은 농부는 없다. 벌과 나비, 꽃가루를 실은 바람을 과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밀을 많이 소비하는 미국은 아직 유전자 변형 밀을 재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미국 땅에서 지엠밀이 재배된 적이 없다. 미국과 주변 국가의 정서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쌀값이 형편없는 것도 모자라 쌀이 남아돌기까지 하는 우리나라에서 지엠벼를 재배하려한다. 지엠벼를 생산하면 수확량이 늘어 농민 수입이 늘어날 것이고, 농업경쟁력도 살아날 거란 논리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14일, 농민들이 서울로 모여 지엠벼를 우리 땅에서 재배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집회를 했다. 이때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는 아직도 사경을 헤매는 중이다.

그동안 다섯 번에 걸쳐 지엠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을 단 한 줄로 요약하면 “지엠오 절대 반대”가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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