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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 남동생과 나는 집 앞 공터에서 연을 날렸다. 퇴근하시던 아빠가 자전거에서 내리시더니 내게 얼레를 달라고 하셨다. 기껏해야 십여 미터 위에서 뱅뱅 돌기만 하던 연이 줄을 풀고 당기기를 하는 사이 아주 높이, 멀리까지 날아갔다. 주위가 어둑해지자 연이 보일락말락 했다. 동생과 나는 점점 작아져가는 연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생각해보면, 가느다란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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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이 지면에 남편 이야기를 빌어 ‘술 주(酒)’에 대한 글을 썼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여러 날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다는 하소연을 한 것이다. 2주일이 지나는 동안 남편은 딱 두 번 술에 취해 들어왔다. 세상에 이런 일이! 겉으론 무심한 척해도 글을 읽고 뭔가 느낀 것이 있었던 걸까. 글 한 편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나다니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2.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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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귀여운 꼬마들과 과학실험 수업을 했다. 작은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언니가 방학특강을 열고 싶다며 내게 수업을 부탁했다. 6~7년 전 다른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실험수업을 한 적이 있다. 2년 동안 매주 새로운 실험을 짜내느라 고심한 기억이 있어, 2강으로 끝나는 방학특강 정도는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첫 실험으로 빨래비누와 에탄올을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2.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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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 한 쪽이 허옇게 헐었다. 침 삼키는 것이 괴롭다. 이게 다 그놈의 술 때문이다. 엊그제 남편은 술을 잔뜩 먹고 새벽 4시에 들어왔다. 얼마나 취했는지 집을 제대로 찾아온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번만이 아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꼭 술에 취해 들어온다.술 먹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던 애초의 생각은 ‘내게 피해를 주지 마라’는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1.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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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사소한 과학이야기’를 처음 시작했다. 황사를 주제로 한 첫 글이 실린 신문을 조심스레 펼치며 가슴 두근대던 일이 생생한데, 어느덧 100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쓴 글을 쭉 훑어보고 있자니, 글을 쓰던 당시 상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어떤 날은 일사천리로 글이 쉽게 써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이어나간다. 마감시간을 앞두고 급하게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1.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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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티브이에 양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올해가 을미년 양의 해라서 그렇다. 사실 진짜 양의 해는 음력설부터 시작한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한편으론 양에 관심도가 높은 지금이 한자 羊(양 양)이 가진 의미를 풀어놓기엔 좋은 시기라 생각했다. 羊은 염소와 비슷하게 생긴 산양의 머리 부분을 본뜬 글자이다. 흔히 떠올리는 털이 복슬복슬한 양과는 생김이 많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1.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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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니가 동영상을 하나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학교 장기자랑 시간에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을 미리 연습한 것이라 했다. 조카가 선택한 것은 노래도 춤도 아닌 마술! 컵을 이용해 한 개 있어야할 공을 두 개로, 다음엔 세 개로 자꾸 늘리는 마술이었다.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깜짝 놀랐다. 조카는 절대로 비법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포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5.01.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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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는 2011년 5월 발족식을 개최했다. 그해 8월부터 상근하기 시작한 이상훈(33ㆍ사진) 사무국장은 그 때부터 을 구독했다. 그를 12월 26일 (사)인천사람과문화 사무실(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삼거리역 1번 출구)에서 만났다.“인천에는 인천의 문화도 사람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단체는 이 두 가지 정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4.12.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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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과 세월호. 올해의 내 키워드다.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 상상도 못했던 유산을 두 번씩이나 치렀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처지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내 몸이 자유로워진 11월 말, ‘416 기억저장소’(이하 기억저장소)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에스엔에스(SNS)에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2.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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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생물시간이었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 인체구조를 설명하고 있었다. 몹시 지루했다. 이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선생님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생명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폐가 하필이면 얇은 갈비뼈로 둘러싸여 있는 이유를 아는 사람? 나는, 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쥐죽은 듯 조용한 교실. 선생님의 입에선 갈비뼈 대신 난 데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2.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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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달력을 받았다. 벽에 걸어두고 보니 올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이참에 다이어리도 주문했다. 잦은 모임에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때론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허탈함에 휩싸이기 쉬운 연말, 다이어리만큼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주는 물건도 드문 것 같다.다이어리를 한자로 바꾸면 手帖(수첩)이다. 手(손 수)는 손가락 다섯 개를 그대로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2.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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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대출하러만 가는데, 작은도서관은 동네 안에 있으니까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와서 놀다 가기도 하고 엄마 손 잡고 편하게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장을 맡은 지 3주 정도 된 조운영(45ㆍ사진) 독자를 지난 4일 도서관에서 만났다.2003년 산곡3동 대건신용협동조합 건물 2층에 터를 잡은 이 도서관은 지난해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4.12.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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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가 화제다. 영화 속 물리법칙에 관한 글이 연일 인터넷에 쏟아져 나온다. 영화보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궁금증과 약간의 의무감으로 극장을 찾았다.영화 초반, 몸을 못 가눌 정도의 흙먼지 바람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농작물 대부분이 멸종해 이제 먹을 수 있는 작물은 옥수수가 유일하다. 부족한 식량 때문에 기술자 대신 농업인이 절실한 시대!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2.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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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월호 수색 중단 소식을 들었다. 남은 가족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잠수사들이 더 이상 희생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 속이 오죽할까 싶다.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읽었다.‘한 번만이라도 엄마에게 와주렴. 딱 한 번만. 너를 보지 않고서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1.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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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이 커다란 상자 가득 대봉(떫은감)을 담아 보내셨다. 세어 보니 100개나 된다. 이 많은 걸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님이시다. 감을 받았는지 물으시더니 “사과도 같이 보냈응게, 바로 먹을 것 몇 개는 사과랑 같이 봉지에 넣고 묶어놓아라” 하신다.사과랑 같이 두면 감이 빨리 익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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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에서 내려 송현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시장 골목 끝에 위치한 골목도서관에서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은미(52ㆍ사진) 독자를 만났다.2011년에 문을 연 골목도서관은 별도의 회비 없이 회원카드를 작성하면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동구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한 시민사서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후로 이곳에서 오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2
인터뷰
김영숙 기자
2014.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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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에서 하룻밤 잤다. 엄마 집과 우리 집은 걸어서 고작 십 분 거리. 지난 주말, 남편이 수련회에 참석하느라 하루 집을 비우면서 내게 ‘어머님 댁에서 하루 자고 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입덧 때문에 골골대는 내가 걱정됐던 모양이다.나는 결혼 전 몇 달 동안 엄마와 함께 살았다. 가장 좋았던 건 (참 죄송하게도) 가사노동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점이다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0.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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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라는 녀석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원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겉모습은 그냥 청개구리와 아주 비슷하지만, 이 둘은 한 논에 살면서도 완전히 다른 곳에서 짝짓기를 한다. 개구리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짝을 찾는데, 청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논둑으로부터 5m 안팎을 벗어나지 않는 것과 달리, 수원청개구리는 논 한가운데에서 짝을 찾는다.이 둘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0.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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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아이 네 명은 나란히 손을 잡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그중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키가 작은 아이가 있다. 연골이 생성되지 않는 장애로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키에서 성장이 멈췄다고 한다. 그 아이는 그동안 달리기에서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그래서 초등학교 마지막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0.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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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들과 옥상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창 제철을 맞은 새우로 소금구이를 하면 좋겠다 싶어 소래어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시장을 앞두고 길이 꽉 막혔다. 겨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선 시장 안은 더 난리법석. 결국 식사 시간에 한 시간이나 늦었다. 부랴부랴 삼겹살과 새우를 굽다보니 야속하게도 해는 뉘엿뉘엿 져 버리고 컴컴한 하늘엔 반달만 남았
교양
심혜진 시민기자
2014.10.08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