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가끔 남편과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운전석 옆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게 미안해진다. ‘나도 운전을 배울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곧 올 것 같다. 운전자 없이 차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세계 자율주행차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시작해 2012년 자율주행차에 부여하는 차 번호(AU001)를 세계 최초로 얻어냈다. 이 차는 무려 160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시험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뒤질세라 독일 자동차회사인 비엠더블유(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아우디까지 자율주행 장비를 갖춘 승용차를 선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차들로만 이뤄진 도로는 지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우선 차량 간 거리가 대폭 줄어든다. 가속과 급제동 등, 모든 자동차가 일률적으로 순간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들은 거의 붙은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 길이 막히는 일이 줄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고, 공회전도 줄어 지금보다 공해가 감소할 것이다.

 
사람이 직접 주차장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그곳에서 차 문을 열고 닫을 일도 없다. 주차장은 차가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차가 들어설 수 있다. 졸음운전이나 핸드폰 때문에 사고가 나는 일도 없다. 보험료가 내려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 여러 대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차량을 훨씬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차는 도로를 달리는 시간보다 몇 배의 긴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낸다. 차 공유 시스템으로 각자가 차를 소유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신호만 보내면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리러 오고, 또 알아서 다른 이를 태우러 가니, 얼마나 편리할까!

하지만 마냥 기분 좋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이 있다. 바로 택시운전기사와 대리운전기사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똑똑한 기계로 인해 직업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그만큼 많은 직업이 생겨날 거라고.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공장에는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서고 있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먹지 않아도 되고 휴식도 필요 없다. 고용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일도 없다. 공장만이 아니다. 로봇은 이미 오래 전 지하철 매표소와 영화관 티켓 부스를 차지했다. 대형마트 계산원들도 자율계산대라 불리는 로봇으로 차츰 대체되고 있다. 알파벳을 문자로 사용하는 나라 사이에선 굳이 통역사를 사이에 두지 않고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 볶음밥을 만들어 포장까지 해주는 기계가 등장했고, 심지어 로봇이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세돌 기사는 알파고와 겨룬 두 경기에서 내리 졌다. 바둑판을 훌쩍 넘은, 인간 두뇌에 대한 기계의 승리다.

인간이 서야할 자리를 로봇에게 빼앗긴 거라고? 천만에. 인간의 자리는 돈에게 내어준 지 이미 오래다. 인간이 아닌 로봇이 생산한 부는 누구와 어떻게 나눠야할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그런 일’을 한 사람만이 먹고 사는 세상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도래할 세상에 대한 예상 질문을 꼽아보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아직은 이세돌의 승리가 필요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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