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구속 시 세비 중단이 무서울까
인천투데이=현동민 기자│인천시의회가 또다시 스스로의 위신을 깎아내렸다. 구속된 의원에게 월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조례를 만들자는 더불어민주당 김명주(서구6) 의원의 제안이 특정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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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했다. “구속만으로 세비를 끊는 건 법치에 어긋난다”, “지금 한다고 청렴도가 오르나”, “다음 기수에 해도 된다”는 주장들 때문이다.
지난 20일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조례에 반발한 의원들이 던진 이 말들은 겉으로는 정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민의 상식과 납세자의 권리를 외면한 채 기득권을 지키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뻔뻔한 기득권 의식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권고한 이후 서울, 경기 등 국내 16개 시도의회는 모두 '구속 의원 세비 중단' 조례를 시행했다. 오직 인천만 예외다. 구속돼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월 370만원에 달하는 월정수당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인천시의회뿐이다.
올해만 해도 두 명의 의원이 구속됐고, 그들은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시민의 세금으로 월정수당을 받았다. 의정활동은커녕 회의장에 출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국민의힘 신성영(중구2) 의원은 "판결 확정 전까지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조례는 누군가를 범죄자로 단정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구속으로 인해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동안, 그 대가인 수당 지급을 멈추자는 것이다.
일반 회사원이 장기간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급여가 조정되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회에서, 활동할 수 없는 의원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법치'를 내세우며 조례 제정을 반대한 것은, 법의 정신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법 틈새를 이용해 특권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신성영 의원은 이번 조례를 두고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권한을 스스로 내려 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출직 의원인 신성영 의원은 누구로부터 그 권한을 부여 받았나.
아울러 신 의원은 이번 조례를 두고 '국민정서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정서법은 보통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여론에 휩쓸려 판단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그에게 300만 인천 시민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우매한 대중인가보다. 그가 강조한 법치는 고귀하신 시의원만 아는 가치인가보다.
왜 시의원을 하나요?
무소속 조현영(연수4) 의원은 더욱 솔직했다. 그는 "이걸 한다고 당장 청렴도가 올라가나. 다음 기수에 해라"며 조례 제정을 미루자고 했다.
개혁은 항상 지금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중에로 미뤄진다. 그 나중은 언제인가? 그리고 왜 지금은 안 되는가? '지금해서 바뀌나'라고 말한 조 의원은 왜 시의원을 하는가. 인천시의회는 왜 존재하나.
더군다나 조현영 의원은 조례 당사자나 다름없다. 조 의원은 올해 ‘전자칠판 비리’로 전 국민의힘이자 현재 무소속 신충식(서구4) 의원과 함께 지난 3월 구속 당했다가 4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로 인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시민 신뢰 등돌린 인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대영 의원은 조례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의회 위상과 권위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회의 권위는 권한을 지키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엄격히 규율할 때 생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스스로를 낮추고, 특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존경받는 의회가 된다.
인천시의회는 이번 조례 보류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속 의원도 세비를 받는 의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것이 과연 의회 위상을 높이는 일인가, 아니면 시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인가.
조례가 보류된 이후 조례를 발의한 김명주 의원은 "과연 이번 보류에 관해 인천 시민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평했다.
조례를 반대한 의원들은 법리를 따졌지만, 정작 시민의 상식은 외면했다. 선출직 공직자에게는 법 만큼 중요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인천시의회가 진정으로 시민 의회가 되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권을 지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시민 눈높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게 진정한 법치이자 상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