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2:0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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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공영제 표류 8년···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갖춰야

[8년 약속 여객선공영제, 11월 분수령 ④]
해수부 예산 7조3000억원, 공영제 관련 예산 없어
여객선 공영제 당장 어렵다면 단계적 추진이라도
섬 주민 이동·교통권 보장은 정부의 책무

인천투데이=김도윤 기자|2017년 정부가 약속한 여객선 공영제가 8년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공영제 전환을 위한 예산이 미반영됐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섬 주민들의 열악한 교통권을 고려하면 완전한 공영제에 앞서 최소한의 조치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해수부 예산 7조3000억원, 공영제 관련 예산 없어

지난 2021년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가 옹진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백령 항로 공영제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가 옹진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백령 항로 공영제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9월 2026년도 예산안을 7조3287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보다 8.1% 증가한 수치다. 분야별로는 수산어촌 3조4563억원, 해운항만 2조1373억원, 해양산업 1조680억원 등이다.

예산 증가 요인은 북극항로 시대 주도, 해양수산 모든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지원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기후 위기 대응 사업들이다. 여객선 공영제 전환을 위한 예산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공영제 전환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추진이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해수부는 국가보조항로 운영과 연안여객항로 안정화 지원 사업을 통해 민간 선사의 운항결손을 보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자 보전 수준에 그칠 뿐 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영제를 시행하려면 예비선 확보, 노후선박 교체, 인건비, 항만시설 보강 등 추가 예산과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여객선 공영제 당장 어렵다면 단계적 추진이라도

완전한 공영제가 당장은 어려워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현재 민간 선사는 예비선 확보 의무가 없어 정기 검사나 고장만 발생해도 항로가 즉시 멈춘다.

항로 단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비선 확보와 투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최소 조치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방안은 낙도보조항로 29개부터 우선 공영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처음에는 2025년부터 낙도보조항로를 시작으로 단계적 공영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정부가 이들 항로의 운항결손액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공영제 전환의 기반도 일정 부분 마련돼 있다. 이 항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공영제의 법적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선박을 직접 운영하거나 적자 노선을 공공 책임으로 관리하려면 명확한 법률이 필요하다.

올해 2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상대중교통법’은 여객선을 공식적인 ‘대중교통’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여객선 운영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법적 책임을 갖게 된다.

섬 주민 이동·교통권 보장은 정부의 책무

2017년 정부는 2025년 낙도보조항로 공영제를 시작으로 2030년 전면 공영제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예산이 미반영된 데 이어 내년 시행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도 섬 주민들이 열악한 교통권 문제를 감내해야 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한국섬진흥원 자료를 보면 국내 섬은 3390개이며 이 중 유인도는 480개다. 유인도 가운데 74개 섬은 여객선조차 다니지 않아 여전히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섬 주민의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권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정부는 완전한 공영제가 당장 어렵더라도 필요한 조치부터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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