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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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교대근무 뇌출혈 쓰러진 인천공항 노동자 2명 산재 신청

3월 하루 간격 잇달아 발생한 뇌출혈 사고
노조 "연속야간노동 3조2교대 과로 원인"
"인천공항공사, 4조2교대 합의 이행하라"
"하루 간격 뇌출혈, 15년 교대근무 결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지난 15년간 인천공항에서 3조 2교대 연속야간노동을 해오다 올해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노동자 2명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6일 근로복지공단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 2명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 2명은 올해 3월 19일과 20일 하루 간격으로 각각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들은 15년 이상 교대근무를 하며 공항 터미널과 탑승동을 연결하는 유일한 정규 운송수단인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이 지난 1일 인천공항에서 '죽음의 공항을 멈춰라!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이 지난 1일 인천공항에서 '죽음의 공항을 멈춰라!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셔틀트레인 핵심시설, 극심한 정신적 부담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은 공항 내 주요 핵심시설이다. 장애가 발생하면 승객과 항공사, 자회사, 인천국제공항공사까지 피해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항공편 대규모 지연과 결항이 발생할 수 있다.

열차가 10분 이상 중단되면 비상운행체제로 전환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까지 보고되며 불이익이 부과된다. 각종 오작동과 비상상황 발생 시 공항이용객의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재해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부담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셔틀트레인 사업소와 업무가 비슷한 철도차량 정비원, 전자제품과 기계장비 설치와 정비원은 근로복지공단 지침상 ‘힘든(heavy)’ 업무에 속하는 직업군이다. 정신적 부담 외에 육체적 노동강도도 상당한 편이다. 여기에 생체리듬 교란과 수면박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고위험 근무형태인 연속야간노동 교대근무가 더해져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업소에 입사한 노동자 2명이 같은 시기에 뇌출혈로 잇달아 쓰러진 것은 연속야간노동과 과로가 상당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휴식 보장 안 되는 3조2교대 근무형태

노조는 3조 2교대 연속야간근무가 노동자들에게 휴식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쓰러진 노동자는 당일 아침 퇴근 후 당일 저녁 출근을 강제하는 근무형태였다. 통근시간이 길어 집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다음 야간근무 출근을 위해 공항 내에 머물렀다.

야간근무 중 휴식을 취하기에는 휴게실 내 소음이 커서 재해자의 키보다 짧은 작업실 벤치 한 켠에 누워 쪽잠을 잔 것으로 전해진다.

뇌심혈관 기저질환 유병율 비교표.(자료제공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뇌심혈관 기저질환 유병율 비교표.(자료제공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교대노동자 뇌심혈관질환 유병률 10% 높아

노조 설명을 정리하면, 재해자들이 속한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주) 교대노동자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는 질환의 유병률이 대한민국 일반 국민보다 약 1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셔틀트레인 사업소 교대노동자 50명 전원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야간작업질환 등 질병의 요관찰자 도는 유소견자에 해당한다.

산업재해 접수를 위해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위임계약을 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소영 노무사는 "교대제와 야간근무는 모두 근로자에게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고시는 교대제를 뇌심혈관계 질환과 업무 간의 관련성을 증가시키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정하고 있고,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산정할 때에도 더 무리가 가는 야간시간은 30%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이 위험요소가 복합적으로 혼합된 현행 인천공항의 연속 야간근무 3조 2교대제는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건강에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방식의 근무를 15년 이상 수행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두 노동자의 사례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질병의 발생과 인천공항의 근무환경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4조2교대 합의 이행 요구하며 파업 투쟁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운영되어야하는 인천공항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도 야간노동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연속야간노동을 강제하는 3조 2교대(주주야야비휴)에서 4조 2교대(주야비휴)로의 교대제 개편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20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 대표, 비정규직 노동조합 대표(민주노총, 한국노총)와 이미 교대제 개편을 약속했다. 지난 2022년 자회사 노사가 교대제 개편 합의서까지 작성했지만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의 반대로 교대제 개편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에 인천공항지역지부는 9월 19일 경고파업과 10월 추석연휴 12일간의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전면파업 이후 진행된 2주간의 집중교섭에도 진전이 없자 목숨을 건 지도부 단식투쟁을 17일간 진행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는 “과로로 죽거나 쓰러지는 공항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인천공항공사에 맞서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와 시민이 안전한 공항을 만들기 위해 굳건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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