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약속 여객선공영제, 11월 분수령 ③]
스코틀랜드 공기업 칼맥, 연 500만명 수송
노르웨이, 지자체·공기관이 선박 보유·운항
한국은 민간 의존 "저수익 항로 운항 보장 안돼"
인천투데이=김도윤 기자|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에서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다.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는 자국 정부가 소유한 공영 여객선 회사, 선박 등을 운영하며 주도적으로 섬 교통을 책임진다.
한국도 낙도보조항로에 운항결손액을 보전해 주지만, 운영 주체가 민간 선사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결항과 안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공기업 칼맥, 연 500만명 수송
스코틀랜드의 칼맥페리(CalMac Ferries)는 공기업인 캘레도니언 해양운송 산하의 공영 여객선 회사로 정부가 직접 소유·관리한다. 지난 1973년 설립된 이후 서부 해안과 헤브리디스 제도 등 주요 섬의 해상 교통을 50년 넘게 책임지고 있다.
칼맥과 스코틀랜드 교통부 자료를 정리하면 칼맥은 선박 약 36척으로 항구 50개 이상, 섬 22여 개 등을 오가며 승객 500만명 이상을 실어 나른다. 연간 운항 횟수는 약 16만회에 달한다. 사실상 스코틀랜드 섬 지역의 핵심 교통망 역할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스코틀랜드 정부는 칼맥과 10년간 약 39억파운드(약 6조8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했다. 이는 매년 60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수준으로 계약 당시 정부는 "섬 주민의 이동권과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공서비스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칼맥의 다수 항로는 수익성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를 '생활 기반망 서비스(lifeline services)'로 규정해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한다. 운임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운항 자산은 정부 출자 기관인 CMAL(Caledonian Maritime Assets Ltd.)이 소유한다. 정부가 선박과 항만을 소유하고 칼맥이 위탁 운영하는 구조로 공공의 통제력이 확보돼 있다.
노르웨이, 지자체·공기관이 선박 보유·운영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를 보면 노르웨이는 항로 권한을 주정부와 국가에서 소유한다.
항로 운영 입찰을 받은 공공기관이나 민간 선사는 공공서비스 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 계약을 하고 5~10년간 위탁 운영을 맡는다. 수익성이 없는 일부 항로는 주민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주정부가 선박과 인력을 직영으로 운영한다.
이처럼 스코틀랜드·노르웨이 등의 사례는 수익성보다 섬 주민 이동권 보장을 국가의 기본 역할로 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은 민간 의존 "저수익 항로 운항 보장 안돼"
한국은 유인섬 항로 대부분을 민간 선사가 운항한다. 정부는 낙도보조항로 29개를 지정하고 결손 보조사업을 실시해 민간 선사의 적자 일부를 메우고 있지만 운영 주요 주체는 민간 선사다.
지난 9월 '섬 주민 교통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성호 한국해양대 교수는 한국의 민간 선사 의존 구조의 한계를 꼬집었다.
당시 그는 "다수의 항로는 영세한 민간 선사가 운영하는데, 이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인력과 장비도 부족하다"며 "수익성이 낮은 항로에서는 운항 횟수가 줄어들거나 계약 종료 후 운항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류희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연안여객선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간접자본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면서 "일부 민간사업자는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운항을 수익사업으로만 인식해 형식적 운항, 비효율적인 노선 구성, 과도한 예산 집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