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약속 여객선공영제, 11월 분수령 ②]
29개 국가보조항로, 54만명 ‘생명줄’
민간, 수익성 우선··· 안전투자 뒷전 가능성
예비선 투입 의무 없어, 검사·고장 시 ‘고립’
인천투데이=김도윤 기자|정부가 매년 낙도보조항로를 지정해 운항결손액을 지원하지만, 민간 선사 위탁 구조에서는 수익성 추구가 우선돼 안전 투자와 안정적 운항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민간 선사의 예비선 투입 의무도 없어 섬 주민은 선박 정기 검사나 고장 때마다 사실상 섬에 ‘고립’된다. 여객선 공영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재정 지원에도 교통권 보장 미흡
실제로 지난 10월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이 해수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인천·여수·통영 등 8개 지자체에서 여객선 운항 중단이 3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운항 중단일수는 405일에 달한다.
서 의원은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여객선 안정화사업과 국가보조항로 지원에 1338억원이 투입됐다“며 “그런데 섬 주민의 기본적 교통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9개 국가보조항로, 54만명의 ‘생명줄’
해양수산부, 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등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발표한 자료를 정리하면, 올해 국가보조항로는 29곳이다. 국가보조항로 이용객은 지난해 약 54만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이용객은 도서지역 주민으로 이들은 병원·학교·직장 이동을 여객선에 의존한다. 주민의 주요한 대중교통 수단인 것이다.
이에 해수부는 주민 교통 편의를 증진하고 연안여객항로 안정화를 위해 적자 항로의 운항결손액을 지원 한다. 결손의 최대 70%를 국고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준공영제 방식이다.
다만 운영 주체는 여전히 민간 선사라 결국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민간, 수익성 우선··· 안전투자 뒷전 가능성
국가보조항로는 보통 3년 단위로 민간에 위탁된다. 이에 선사는 장기 안전투자보다 단기 수익성 관리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승객이 적으면 결항을 선택하고, 선박·장비 교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선사의 영세성도 안전과 서비스 개선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내항여객운송업체 54개 중 자본금 10억원 미만이 19개, 선박 2척 이하 보유 업체는 절반을 넘는 28개에 달한다.
특히 경북 포항~울릉도를 운항하는 대저페리가 2023년 취항한 초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의 연간 50억원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례는 민간 중심 운항 체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예비선 투입 의무 없어, 검사·고장 시 ‘고립’
민간 선사가 예비선을 확보할 의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정기 검사나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되면 주민은 대체 수단이 없어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울릉도와 내륙을 오가는 울릉크루즈 소속 뉴시다오펄호는 오는 12월 9일부터 22일까지 14일간 수리 등의 목적으로 휴항한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다행히 대저페리가 운영하는 썬라이즈호를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선박 확보에 실패했다면 울릉 주민이 휴항 기간 육지를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선박 운항 관리 공공 이관, 여객선 사고 감소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월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안여객선 해양사고 선박 척수는 총 324척으로 전체 3만766척의 약 1.05% 수준이다.
이 기간 연평균 연안여객선 해양사고 선박 척수는 32.4척으로, 사고 유형은 ▲기관손상(24.1%, 78척) ▲충돌(15.4%, 50척) ▲운항저해(14.2%, 46척) ▲부유물감김(12.3%, 40척) 순이다.
전체 해양사고에서 연안여객선 해양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1.7%에서 2024년 0.8%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선박 운항 관리의 공공 이관을 들었다.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민간 운영 구조 한계··· 조속한 공영제 도입 필요
이처럼 민간이 항로를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안전 강화와 예비선 확보가 쉽지 않다. 또 운임 인상이나 결손액 보전만으로는 안정적인 운항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은 올해 2월 모 언론사에 “대다수 선사가 영세해 안전·시설 개보수 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위탁은 선박 노후와 선원 초고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선박의 잦은 결항을 지적하고 "국정과제인 낙도보조항로 여객선 공영제가 조속히 실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