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고속도로 지하화 도시개발 시행자·입주민 날벼락
한국도로공사, 제2경인고속 지하화 ‘기술적 문제’ 지적
유정복, 1조5000억 재정부담 우려에도 대심도터널 고수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 B/C값 고작 0.17 예견된 결과
논란 장본인 인천시 “더 이상 대심도터널 논란 없었으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 대책으로 인천시가 제안한 대심도터널 건설이 결국 사업타당성 부족으로 무산됐다.
멀쩡한 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해당 사업은 애초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이번 철회 방침은 애초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 데 따른 인천시 사과는 없었다.
인천시는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대책으로 방음터널을 적기에 추진하고, 대심도터널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은 2009년 최초 구역 지정 이후 2020년 용지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2024년 3월 공동주택 첫 입주를 시작으로 약 1만3000여 세대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조성 중이다. 그러나 제2경인고속도로가 사업구역을 가로지르는 특성 때문에 소음 대책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멀쩡한 고속도로 지하화 도시개발 시행자·입주민 날벼락
이에 시는 지난 2022년 3월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나들목(IC)과 학익분기점(JC) 구간 1.2km 지하화를 추진하면서 용현·학익 1블록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 ㈜디씨알이는 시의 방침에 우려를 표하며 도시개발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기본계획 변경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고, 고속도로 지하화 대상 구역이 연약지반이라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개발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였다.
디씨알이는 대심도터널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사업비가 1조5000억원 이상이며, 공사기간은 10년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입주예정자들도 입주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무리한 공사로 주거 피해가 우려된다며 집단 반발했다.
한국도로공사, ‘기술적 문제’ 지적에도 유정복 “대심도터널 고수”
한국도로공사 또한 지난 2022년 4월 인천시가 요청한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검토의견’에 대한 회신으로 사업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약지반이라 긴 구간에 땅을 깊게 파야하고, 사업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아울러 해당 사업 추진 시 요구자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디씨알이는 대심도터널 대신 방음터널 공사를 할 경우 추정 공사비는 1600억여원이고, 설계와 인허가 시공까지 3년이면 충분하다며 인천시를 설득하려 했다. 그럼에도 시는 공사 중단과 실시계획인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하며 디씨알이를 압박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또한 지난 2023년 1월 미추홀구청 대강당에서 입주예정자들을 만나며 대심도터널이 향후 주거환경을 위해서 필수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디씨알이는 인천시의 대심도터널 방침을 수용했다.
제2경인고속 지하화 B/C값 고작 0.17 예견된 결과
하지만, 2년이 지난 뒤 인천시는 돌연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대심도터널 사업을 철회했다. 시가 한국도로학회에 의뢰한 타당성 검토 결과를 보면, 경제성을 나타내는 비용 대비 편익(B/C)값은 0.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B/C값이 1을 넘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1조56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 확보의 어려움, 도시단절과 개통 개선 효과 미비, 기존 추진 중인 방음터널로 대체 가능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 판단과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2년간 행정력이 낭비되며 도시개발사업도 지연됐지만, 입주민이나 사업시행자를 대상으로 한 인천시의 사과는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철 인천시 도시계획국장 “당초 추진하려던 대심도터널 조성 후 유지비용까지 합치면 2조원 이상 소요될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다양한 입장차이가 있어 전문기관에 맡겨 검증한 뒤 나타난 결과”라며 “더 이상 대심도터널에 대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 시의 최종판단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