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테마파크 의무 면제하고 저비용 개발길 열어준다 지적
토양오염 정화도 미룬채 아파트 세대수 증가 등 추가 특혜 요구
시민 문화시설 책임 회피에 공공시설 조성비용은 세금으로 부담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인천시가 16년간 표류해온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전면 수정한다며 내놓은 '기부채납' 카드를 놓고 또다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시가 부영에 테마파크 조성 의무를 면제하고 도시개발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부영에 저비용 개발의 길을 열어주는 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16년 표류한 테마파크 사업의 실체
부영은 2015년 10월 송도테마파크와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 연수구 동춘동 일원 104만㎡를 3000억원에 매입했다. 도시개발 용지 53만8600㎡와 테마파크 용지 49만9575㎡로 나뉜다.
당초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 조건은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 도시개발 아파트 분양·착공'이었다. 이는 테마파크라는 시민 문화시설을 반드시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부영은 테마파크 실시계획 인가조차 받지 못한 채 사업을 계속 미뤘다. 시는 9차례나 사업기한을 연장해줬고, 부영은 최근 또다시 2027년으로 준공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부영이 10년 가까이 돈이 안 되는 테마파크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며 방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계속 연장해주며 특혜시비를 자초했다.
주민 건강 위협 방치된 발암물질... 토양오염 정화명령 거부하고 소송 일관
더 큰 문제는 토양오염 정화문제이다. 2018년 정밀조사 결과 테마파크 용지 77%(38만6449㎡)에서 비소 등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는 토양오염 정화를 명령했다.
하지만 부영은 연수구의 정화명령을 수차례 어겨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나 고발당했다. 2025년 1월까지인 3차 정화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연수구 환경정책자문단은 "부영이 9년 동안 부지를 방치하며 주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며 "지연술책을 중단하고 즉각 정화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부영은 오히려 정화명령 연장을 요청했고, 연수구가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끊임없는 조건완화 요구하고 수용 거부 시 행정소송
부영은 '토양오염 정화작업 착공 시 아파트 분양 허용' 등 인허가 조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작년엔 도시개발 사업 인구 수용 계획을 1202세대나 늘리겠다는 변경안을 제출했다. 시가 이를 거부하자 또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천경제청이 송도테마파크 예정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신규 지정하는 용역을 발주해 또다른 특혜 우려가 제기됐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산업용지로 전환이 가능해져 막대한 수익이 예상된다"며 "불필요한 특혜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부채납이 특혜가 되는 이유
시가 제시한 해법은 테마파크 예정지에 도시개발을 인가하는 대신 도시개발 예정지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수천억원이 들어갈 테마파크 조성 의무를 면제해주고,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을 조성하라는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게 해주는 셈이다.
더구나 기부채납 받은 땅에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부영은 3000억원에 매입한 땅의 가치상승분은 취하면서, 당초 약속했던 테마파크 조성비용은 면제받고, 결과적으로 저비용으로 도시개발 사업권까지 얻게 되는 구조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시가 기부채납이라는 명목으로 또다른 특혜를 제공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예산과 계획도 없이 발표를 서두른 것은 시민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철 시 도시계획국장은 "부영은 애초에 테마파크 조성 의지가 없었다"며 "차라리 시가 기부채납 받아 공공성을 가미해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특혜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도시개발사업 허가 조건을 원안대로 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영이 실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할 의지가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권을 취소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이유다. 시가 기부채납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개발 특혜를 주는 것은 향후 유사 개발사업에서도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