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R&D 예산 부산 ‘쏠림’ 인천 ‘소외’ 불균형 심각
수도권 해양 전담기구 부재... 부산 중심 구조 대응 시급
인하대 송도캠퍼스 용지 약속... 항공우주융합원 모델
법적 근거 마련... 산학연 협력과 기술이전 기반 확보
정부 역할과 지원 필요... 수도권 해양산업 혁신거점 기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인천 항만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 정책과 예산의 무게중심이 부산으로 쏠리면 수도권 관문항인 인천항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항만업계가 인천항 위상을 지키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제시한 10대 요구를 살펴본다. <기자말>
해수부 R&D 예산 부산 ‘쏠림’ 인천 ‘소외’ 불균형 심각
부산은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해수부 산하기관 10개, 해양 관련 대학 학과 66개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은 기관 3개, 학과 7개뿐이다. 최근 6년간(2020~2025년) 해수부 연구개발 예산 누적 규모를 보면 부산 7213억원, 인천 723억원으로 10배 격차가 났다.
해수부 예산을 봐도 항만 투자 예산이 부산·남해권 항만에 집중돼 수도권 대표 항만인 인천항이 사실상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도 해수부 예산안 7조3287억원 중 부산지역 예산은 5382억원으로, 인천지역에 배정된 920억원보다 6배 가까이 많다.
수도권 해양 전담기구 부재... 부산 중심 구조 대응 시급
인천은 수도권과 서해안권의 대표 해양항만도시지만, 해양정책·산업·연구개발을 전담하는 독립 기구가 없다. 반면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2019년부터 전통 해양산업 중심 구조를 해양과학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며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이에 인천항만물류업계는 지역 해양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인천해양항만수산산학진흥원(가칭)’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가속화되면 수도권의 해양정책 공백은 불가피하다.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모두 갖춘 수도권 관문으로, 북방경제 시대 중국·북한 교류의 전초기지라는 전략적 장점을 지닌 만큼 독자적 전담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하대 송도캠퍼스 용지 제공 약속... 항공우주융합원 모델
이를 위해 인하대학교는 송도캠퍼스 11공구 내 5000평(약 16만5000㎡, 시가 약 1000억원 상당)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인천항만공사, 겐트대학교, 인천대학교 등과 협력해 산학연 연계를 추진하고, 인하대는 교내에 전담 태스크포스(TF)와 해양항만수산AI연구센터를 설치해 전 교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구상은 2017년 인하대와 인천시가 함께 추진한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의 성공 사례를 본뜬 것이다. 당시 총사업비는 578억원으로, 인하대 현물출자 200억원과 인천시 예산 245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 기부금 100억원 등으로 조성됐다. 이 융합원 설립으로 인천은 항공우주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인천시는 올해 7월 시의회 의결로 해양항만수산산학진흥원 설립 타당성조사 예산 4000만원을 확보했고, 9월 초 계약을 마친 뒤 4개월간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내 기본계획을 확정해 설립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법적 근거 마련... 산학연 협력과 기술이전 기반 확보
‘인천해양항만수산산학진흥원’ 설립은 해양수산발전기본법 제17조(해양과학조사 및 기술개발 등)와 제33조(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 등의 추진)에 근거해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산학협력촉진법과 기술이전촉진법은 산학연 협력과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제공한다.
부산시는 이미 2015년 ‘부산시과학기술진흥조례’를 제정해 시 차원의 과학기술진흥과 산학연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 역시 이를 참고해 지역의 해양·항만·수산 분야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역할과 지원 필요... 수도권 해양산업 혁신거점 기대
진흥원 설립은 인천시와 인하대를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정부와 중앙기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해수부는 정책 방향 제시와 국비 지원, 기본계획 자문 역할을 맡고, 인천시는 땅 확보와 예산 편성, 설계공모와 건설 추진을 담당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인천지역에서 제기되는 정부 지원 요청 사항은 네 가지로 ▲조직 설립과 건축비·운영비 등 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비 지원 ▲해수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과 연계한 공모사업 우선 배정 ▲대학·연구기관·기업 간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기술이전 촉진 지원 ▲해양·항만·수산 관련 연구장비, 실험실, 공동연구 공간 등 교육·연구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다.
‘인천해양항만수산산학진흥원’이 설립되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서해안권을 기반으로 한 해양산업 R&D 혁신클러스터가 조성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해양항만수산 모니터링, 해양에너지·해양모빌리티 기술 개발, 해상풍력·수산업 거점 구축이 가능해진다.
또 스타트항만(스마트항만), 연안운송안전, 갯벌 생태 연구, 해양쓰레기 처리, 남북 해운협력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은 환서해안권 교역벨트의 중심이자, 한강 수괴 해역의 연구·정책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인천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양산업이 부산 중심으로 기울면 수도권의 해양 잠재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며 “진흥원 설립은 인천항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