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2:0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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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이전 인천항 돌파구⑨] 통항 안전 확보 첨단스마트항만 구축

디지털스마트항만 구축, 인천항 경쟁력 강화 열쇠
RTK-FPU, 인천항 ‘첨단 내비게이션·블랙박스’
9m 조차 높은 퇴적률 대규모 준설 반복... 연구 필요
안개 제한 규정 52년째 제자리, 섬 주민 불편 심각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인천 항만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 정책과 예산의 무게중심이 부산으로 쏠리면 수도권 관문항인 인천항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항만업계가 인천항 위상을 지키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제시한 10대 요구를 살펴본다. <기자말>

스마트항만 구축, 인천항 경쟁력 강화 열쇠

인천항만업계는 인천항의 특수한 환경에 맞춘 운항 안전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스마트항만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항만이란, 4차 산업혁명기술(자동화, IoT, AI, 5G) 등이 적용된 항만을 말한다. 자동화·지능화로 항만의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 연계돼 물류흐름이 최적화된 항만이다.

이를 위해 ▲최첨단 통항 안전 시스템 구축 ▲조류·퇴적 현상 연구 지원 ▲안개 예측 정보시스템 구축 등이 요구된다. 근간에는 정밀한 위치 정보와 실시간 데이터 확보 시스템이 필요하다.

좁은 수로·강한 조류, 반복되는 접촉사고

인천항은 좁고 복잡한 항로, 심한 조수간만차, 강한 조류 등으로 선박 조종 난도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항만으로 꼽힌다. 여기에 선박 대형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관제 장비와 도선사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인천항에서는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반복됐다. 지난 2016년 2월 인천항 갑문 인근에서 6만톤급 대형선박끼리 부딪쳤으며, 2021년 3월 남항부두 1000톤급 선박 접촉사고, 올해 초에는 선박이 신항 안벽에 충돌하는 사고 등이 발생했다.

이에 항만업계는 인천항 통항 안전을 위한 기술로 RTK(Real Time Kinematic, 실시간 정밀 위치 보정) 기반 FPU(Fixed Piloting Unit)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ICN 노선에 투입돼 인천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부두(SNCT)에 접안한 펠리칸(PELICAN)호.(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ICN 노선에 투입돼 인천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부두(SNCT)에 접안한 펠리칸(PELICAN)호.(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RTK-FPU, 인천항 ‘첨단 내비게이션·블랙박스’

RTK는 GPS 위성 신호를 실시간 보정해 위치 정확도를 ±5m에서 수 cm 단위로 높여준다. 이를 통해 선박 위치를 초정밀로 파악할 수 있다. FPU는 선박에 설치된 고정 항법 장치로, 위치·침로·속도·회전율 등 주요 항해 데이터를 수집해 도선사와 관제센터에 전송한다.

즉, RTK 기반 FPU는 선박의 ‘첨단 내비게이션이자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도선사는 수 cm 단위의 위치정보를 토대로 보다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고, 관제센터는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해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좁은 수로와 대형 선박 통항이 맞물리는 인천항에서 사고 예방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파나마운하 당국은 2023년 10월부터 폭 33.22m 이상 선박에 RTK 기반 FPU 설치를 의무화했다. 운하와 마찬가지로 협수로 구조와 대형선 증가라는 조건을 공유하는 인천항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9m 조차·높은 퇴적률, 대규모 준설 반복

인천항은 세계적으로 드문 9m 이상의 조차를 보인다. 만조와 간조 차이가 크고 조류가 거세 대형 선박 운항이 쉽지 않다. 여기에 퇴적률까지 높아 항로 수심이 빠르게 낮아진다. 실제로 인천항만공사와 해수청은 매년 수백억원을 들여 준설을 반복하고 있다. 2023년에도 주요 항로 준설에만 약 400억원이 투입됐다.

준설 지점은 주로 남항과 북항 접근 수로, 내항 출입구 주변이다. 조류 흐름에 따라 퇴적물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 매년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준설하는 구조다. 이는 좌초 위험과 운항 지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항만 운영 효율성과 예산 부담을 동시에 악화시키고 있다.

인천항 조류정보 시각화 자료.
인천항 조류정보 시각화 자료.

56억6000만원 투입, 수리현상 연구 본격화

인천항만공사와 해수청은 학계와 협력해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년간 총 56억6000만원 규모의 ‘인천항 수리현상조사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올해 예산만 16억6000만원이 배정됐다. 연구 목적은 ▲부유사 퇴적과 해양 수리현상 수치모델 제작 ▲퇴적 저감 방안 검토다.

세부 과제로는 ▲해저 지형 정밀 측량 ▲조류 관측 시스템 구축 ▲퇴적물 성분 분석 ▲해양 환경 감시 ▲수치 모델링 검증과 정확도 평가 ▲현장 실험 데이터 분석 등이 포함된다. 또한 국제 표준 적용성을 검토해 연구 결과가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도 확인한다.

업계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항행 안전 기준 개선, 운항 관리 시스템 고도화, 관련 법규 정비, 국제 협력 체계 구축 등 제도적 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연구를 넘어 인천항을 24시간 안전하게 운영 가능한 스마트항만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는 것이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안개 제한 규정 52년째 제자리, 주민 불편 심각

인천항과 섬 지역 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큰 불편은 잦은 안개다. 안개가 발생하면 여객선이 출항하지 못해 섬 주민들의 의료·교육·경제 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된다. 항만과 공항 역시 입출항 준비에 차질이 생겨 물류 지연과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현행 연안여객선 운항관리규정은 해상 가시거리가 1km 이하일 경우 출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72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 선박 시설과 항행 장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AIS, 레이더, 자동충돌방지시스템 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1km 기준은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어민과 섬 주민들은 수년째 가시거리 기준 완화(1km→500m)와 야간운항 제한 해제를 요구해왔다. 결항일은 연간 70일을 넘는 경우도 있어 주민 생존권과 교통권이 침해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배가 끊겨 병원 진료조차 못 가는 현실이라고 호소한다.

이에 항만업계는 첨단 기상센서, 위성·해양 데이터, 인공지능 예측을 결합한 ‘안개 예측 정보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기술이 도입되면 안개 발생 시점과 강도를 사전 예측해 선박과 항만, 주민들에게 알림을 제공할 수 있다. 정확도가 90% 이상 확보된다면 결항일을 크게 줄이고, 주민 이동권 보장과 물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예산·제도 지원 없이는 한계

RTK-FPU 시스템, 조류·퇴적 연구, 안개 예측시스템은 모두 인천항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이다. 업계는 항만공사와 해수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예산 반영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항의 안전 강화와 스마트항만 전환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 물류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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