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연결 없는 유일한 세계 10대 공항의 현실
인천투데이=박규호·인투아이(INTO-AI) 기자│인천국제공항은 개항 24년 만인 2024년 기준, 연간 국제선 여객수 7066만 명을 기록하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 이어 세계 3위 국제선 여객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관문이자 글로벌 허브 공항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세계 10대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KTX)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미완의 공항'으로 남아있다.
당초 평창올림픽이 개최된 지난 2018년 인천공항에서 평창으로 가는 KTX가 운행됐지만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코레일은 인천공항발 KTX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 공항으로 가려는 승객들은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이는 단순히 이용객의 불편을 넘어 공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철도가 공항의 '긴 활주로' 역할을 한다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현실이다.
KTX 단절, 공항 경쟁력 발목 잡다
KTX 단절은 국내 이용객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불편을 준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1~7월 방한 외국인 중 일반·고속 열차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50.2%나 증가했다. 이는 철도와 연계된 공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른 글로벌 허브 공항들과 비교하면 인천공항의 단절 문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은 고속철도 TGV가 공항 내 전용역에서 출발해 프랑스 전역은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까지 연결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공항 내에 KTX와 비슷한 ICE(Intercity-Express)역이 있어 독일 전역과 주변 국가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 역시 히드로 익스프레스와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도심과 바로 연결된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환승이라는 단절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공항철도-KTX 환승 과정은 시간 소요가 크고, 특히 짐이 많은 여행객에게는 큰 부담이다.
여객을 넘어, 물류 철도의 필요성
공항과 철도 연결의 가치는 여객 수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24년 항공화물 290만톤을 처리해 홍콩공항과 상하이공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이처럼 물류 허브로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현재 인천공항이 처리하는 화물의 99%는 도로를 통해 운송된다. 이는 물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주범이다.
철도 물류는 도로 물류보다 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철도를 활용한 항공화물 운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천공항과 KTX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은 여객 수송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전체를 잇는 친환경 항공 화물 운송망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미래 대비, 올림픽 유치와 다핵 균형국가
대한민국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유치에 성공한다면, 개최 도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정부는 하계올림픽 예정지를 전주로 정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 각지로 향하는 효율적인 철도망은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인천공항과 KTX를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증진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목표하는 '다핵 균형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과제다. 공항은 도시와 철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철도가 공항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천공항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허브이다. 하지만 고속철도 연결 단절은 이 공항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항공과 철도라는 두 개의 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공항은 진정한 의미의 '복합 교통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이미 입증한 바다.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인천공항과 KTX를 잇는 직결 노선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넘어, 국가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