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항이 아닌 핵심 거점을 잇는 철도망이 답
인천투데이=박규호·인투아이(INTO-AI) 기자│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결국 법원 판결로 백지화됐다. 이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해온 소규모 공항 건설 정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공항만 지어 놓으면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의 활력을 잃은 공항은 고스란히 재정 적자와 환경 파괴라는 부담만 남긴다.
공항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공항의 존재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물자가 공항을 거쳐 이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이동은 결국 공항을 둘러싼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항을 살리는 것은 활주로를 늘리는 확장 공사가 아니라, 공항과 도시를 빠르고 편리하게 잇는 철도망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분별한 공항 건설에서 벗어나 철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항을 버리고 철도를 택한 유럽
세계는 이미 공항이 아닌 철도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통수단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적 변화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23년,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했다.
파리 오를리공항과 보르도, 낭트, 리옹을 잇는 단거리 노선이 폐쇄됐다. 이 결정은 기차의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다.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은 "기차로 정기적이고 빠르게 도시를 연결할 수 있는데 굳이 항공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는 탄소 배출량이 항공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철도가 환경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단이다.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공항과 철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루프트한자 항공과 독일철도(DB)가 협력해 운영하는 ‘▲레일 앤 플라이('Rail&Fly)'’ 서비스는 항공권을 구매하면 추가 비용 없이 독일 내 5000개 이상의 기차역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승객이 별도 예약 없이 기차를 타고 독일 곳곳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항공사가 기차표까지 판매하는 이 시스템은 기차를 공항의 '긴 활주로'처럼 활용한다.
독일의 사례는 공항의 역할이 비행기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철도 네트워크와 결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5극3특 광역경제권, 미완성 공항철도
한국 역시 5대 메가시티와 3대 특별자치도로 구성된 '5극3특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 권역의 거점 공항들은 여전히 도시와 철도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채 고립된 섬처럼 존재한다.
인천국제공항을 보자. 수도권 관문 공항이지만, 공항철도 외에는 KTX 직결 노선이 없다. 경부선과 호남선 KTX가 2018년 운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국내 곳곳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려면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이는 연간 52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낳고, 공항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한다.
충청권 유일의 국제공항인 청주공항도 마찬가지다. 연간 400만 명이 이용하지만, 오송역에서 청주공항까지 20km에 달하는 단절 구간이 존재한다. KTX 오송역과 공항을 잇는 철도가 없어 이용객들은 셔틀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영남권의 김해공항도 부산김해경전철이 유일한 철도 연계망이다. 경전철의 느린 속도와 한정된 운행 범위는 공항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다.
이 외에도 무안공항, 양양공항 등 대부분의 지방 공항은 철도망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린다.
공항을 활성화하겠다며 혈세를 들여 공항 시설을 확장하거나 신공항을 건설하기에 앞서, 기존 공항을 도시와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나아가야 할 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은 단순히 철도 노선을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제 공항을 '도시'가 아닌 '하늘'에 짓는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항은 도시와 철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계획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수립돼야 한다. 첫째, 비효율적인 소규모 공항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거점 공항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강화된 공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 간 철도망과 공항을 직결해야 한다. 셋째, 공항철도를 단순히 공항 이용객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광역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
결국, 공항을 살리는 것은 공항 자체의 확장이 아니라, 공항을 둘러싼 도시의 경쟁력과 연결성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 강원 등 5극3특 광역경제권별 공항과 철도 연결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참고문헌]
"[새만금공항 취소③] 국내선 공항 과잉, 섬 공항·5극3특 국제공항 별도", 인천투데이, 2025.9.22.,
URL: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667
"[새만금공항 취소 판결②] 5극3특 광역경제권별 공항 현황과 활용률", 인천투데이, 2025.9.18., URL: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560
"프랑스, 기차로 150분 내 거리는 항공편 금지…탄소배출 줄이기", 연합뉴스, 2023.5.24., URL: https://www.yna.co.kr/view/AKR20230524068400009
"프랑스, 단거리 항공노선 운항 금지", MBC 뉴스투데이, 2023.5.25., URL: https://www.youtube.com/watch?v=irSfDjQH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