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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6 13: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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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3년, 비자면제·항공자유화 여전히 '반쪽'... 한러는 60일 무비자

중국 개인 30일 무비자 vs 한국 단체만... 기간도 엇박자
항공자유화 산둥·하이난 2개성 제한... "APEC 계기 전면 협정 논의해야"
내년 6월 평가 후 진짜 문 열릴까... "한러 수준 목표"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한중수교 33년이 됐지만 양국 간 비자면제와 항공자유화는 여전히 '반쪽'에 머물러 있다. 중국이 한국인 개인관광객에게 30일 무비자를 허용했지만 한국은 단체관광객에만 한시적으로 문을 연다.

항공자유화도 산둥성과 하이난성 2개 지역에만 제한돼 있다. 반면 한러는 2014년부터 60일 상호 무비자를 시행 중이고, 극동지역의 경우 전면 항공자유화를 시행 중이다.

정부는 8월 6일 오는 9월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8일부터 한국인에게 30일 무비자를 허용한 데 대한 화답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 전경.(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 전경.(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33년 만의 첫 비자면제, 그러나 불균형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이후 33년간 양국은 비자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었다. 2024년 11월 8일 중국이 한국인에게 일방적으로 15일 무비자를 허용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11월 30일에는 이를 30일로 확대했다.

하지만 불균형이 뚜렷하다. 중국은 한국인 개인관광객 누구나 30일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중국 단체관광객에만, 그것도 2026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기간도 엇박자다. 중국의 무비자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은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주한중국대사관은 2024년 11월 4일 "중국과 외국 간의 인적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비자면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중수교 32년 만의 첫 무비자였다.

지난 9월 2일 오후 중국 난퉁싱둥 국제공항에서 중국인 승객이 제주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지난 9월 2일 오후 중국 난퉁싱둥 국제공항에서 중국인 승객이 제주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항공자유화도 2개성만... 한러는 극동 전면 시행

항공자유화도 마찬가지다. 2006년 6월 한중이 항공자유화에 합의했지만 산둥성과 하이난성 2개 지역에만 적용된다. 19년이 지났지만 전면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한러는 극동지역 전면 항공자유화를 시행 중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사할린 등 러시아 극동 주요 도시와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 2014년부터는 60일 상호 무비자까지 시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실질적 교류는 중단됐지만 제도적 틀은 유지되고 있다.

2007년 10월 트래블타임즈는 "한중 항공자유화 이후 1년"이라는 기사에서 "산둥성 항공자유화로 노선과 운항편수가 대폭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면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경제효과 기대... 2019년 중국인 602만명 방문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방한 중국인은 602만3021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34.4%를 차지했다. 코로나19와 사드 갈등으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비자면제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국경절(10월 1일) 전인 9월 29일 시행으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역.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역.

내년 6월이 분수령... "전면 협정 체결 논의해야"

전문가들은 내년 6월을 중요한 평가 시점으로 본다. 한국의 단체관광객 무비자가 종료되는 2026년 6월 30일을 앞두고 양국이 성과를 평가하고 전면 협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불균형도 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개인 30일, 한국은 단체만 허용하는 차이가 있다. 종료 시점도 중국 2025년 12월, 한국 2026년 6월로 6개월 차이가 난다. 이를 맞춰 상호 대등한 협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항공자유화협정과 비자면제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둥성과 하이난성에만 제한된 항공자유화를 전면 확대하고, 한시적 비자면제를 정식 협정으로 발전시킬 기회라는 것이다.

한러 수준이 목표... "경제규모에 맞는 교류 필요"

한러는 이미 2014년부터 60일 무비자와 극동지역 항공자유화를 시행 중이다. 한중도 이 수준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OTRA에 따르면 2014년 한중 교역액은 2354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러 교역액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류 수준은 한러가 앞서 있다. 이제 한중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틀을 갖출 때가 됐다.

33년간 제한적이었던 한중 교류가 진짜 문을 열 수 있을지 내년 6월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참고문헌]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한시 시행", 국무조정실, 2025.8.6.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 중국비자 면제에 대한 통지", 주한중국대사관, 2024.11.4.
·"한중 항공자유화 이후 1년", 트래블타임즈, 2007.10.10.
·"외래관광객 수", e-나라지표, 문화체육관광부, 2025.3.27.
·"[한중 수교 25주년①] 무역통계로 보는 한중 경제", KOTRA 베이징무역관, 201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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