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지역미술계 연구세미나 열려
"인천 미술계 각개전투 중, 시립미술관 큰 울타리로서 기능해야"
"작품보다 관객 체험 고민 필요, 지역 공동체와 호흡해야"
"인천,구조 전환이 빠른 도시··· 타도시와 차별점 고민해야"
인천투데이=김윤정 기자│인천시립미술관은 타도시와 차별점을 고려한 인천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시는 지난달 31일 연수구의 인천도시역사관 강당에서 인천시립미술관 사전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천 미술계 현장 목소리를 듣는 지역미술계 연구세미나를 개최했다. 지역 작가, 기획자, 미술대학 교수와 예술행정 전문가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인천 미술의 정체성과 미술관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인천시립미술관 개관 전 지역 예술인의 목소리를 듣고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개최됐다.
토론회는 ‘인천미술의 발자취와 얼굴들’, ‘글로벌 아트 트렌드와 인천시립미술관의 브랜딩’, ‘지역문화 인프라의 활용과 지역 커뮤니티의 협업 활성화’ 등 3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인천 미술계 각개전투 중, 시립미술관 큰 울타리로서 기능해야"
첫 번째 토론은 ‘인천미술의 발자취와 얼굴들’을 주제로 강형덕 한국미술협회 인천시지회 지회장, 김최은영 인천아트쇼 예술감독, 도지성 인천민예총 미술위원회 위원, 이계원 인천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강형덕 지회장은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로컬과 글로컬을 아우르는 해양도시이자 한국전쟁의 상흔을 가진 평화와 안보의 도시”라며 “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 인천 도시의 성격을 파악해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최은영 감독은 “인천 미술은 자생력이 큰 편”이라며 "그동안 인천아트플랫폼, 아트페어로 흩어진 채 미술계가 각개전투했지만 시립미술관이 큰 울타리로서 기능하고 기존 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계원 교수는 “시립미술관 설립을 중심으로 그동안 흩어져있거나 정리되지 않은 역사적 사료와 정보들이 모일 것”이라며 “인천미술의 통합된 아카이브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작품보다 관객 체험 고민 필요··· 지역 공동체와 호흡하는 체험 공간 돼야"
두 번째 토론은 ‘글로벌 아트 트렌드와 인천시립미술관의 브랜딩’을 주제로 김상원 인하대학교 교수, 김홍기 미술평론가, 노기훈 아트플랫폼 입주 미술 작가, 박지혜 아트플랫폼 입주 미술 작가, 이호진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김홍기 평론가는 “미술관은 과거의 성전처럼 엄숙하고 조용한 장소가 아니라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지역 공동체와 호흡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보존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관객에게 어떤 체험을 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시각과 청각 등 복합적인 체험의 공간이자 문화공간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기훈 작가는 “다양한 연령대가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박지혜 작가는 “지역의 안과 밖이 교차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천,구조적 전환이 빠른 도시··· 타도시와 차별점 고민해야"
세 번째 토론은 ‘지역문화 인프라의 활용과 지역 커뮤니티의 협업 활성화’을 주제로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 본부장, 김영규 복합문화공간 화안 대표,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오창근 경인교대 교수, 우사라 부평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이 참여했다.
김락기 본부장은 “인천은 '구조적 전환이 빠른 도시”라며 “타도시와 차별성 있는 주제를 고민하고 시립미술관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규 대표는 “시립 미술관 경영과 홍보, 전시 등에 지역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게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예술인에게 도슨트(전시 해설사)의 기회를 줘야 하고 지역 학생에게는 교육을 진행해 도슨트가 될 기회를 줘야한다”고 제안했다.
경인교대 지누지움 미술관 관장도 겸직하고 있는 오창근 교수는 “시립미술관이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전연령의 시민을 대상으로 지역 사회 미술교육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민운기 대표는 “1995년 '지역미술연구모임'을 만들어 이철명 화백에게 받은 미술 자료를 기초로 30년째 인천 미술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면 가치있는 자료들을 적절한 시기에 기증하겠다”며 “인천 미술사 연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립미술관은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로 미추홀구 학익동 587-53번지 일원에 건립된다. 인천뮤지엄파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시는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오는 27일에는 수도권 공립미술관 관계자와 함께하는 제2차 세미나, 10월 30일에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 포럼을 열어 인천시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