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인천국제공항이 4단계 건설사업 준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이 1억600만명으로 대폭 확장되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하지만 인프라 확장에 걸맞은 정비·물류 기반을 갖추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의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항공기 엔진 정비(MRO) 시설 확충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신규 기종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정비 인프라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에어버스사로부터 차세대 기종 A350 35대 도입을 결정했지만, 이들을 정비할 시설은 충분치 않다. 이 분야의 선도 주자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인천공항 인근에도 글로벌 정비 기업들이 모인 MRO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여기에 자유무역지대 지정 확대, 공항경제권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공항경제권 특별법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전국 주요 공항 주변에 항공 연관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프라 확장과 함께 제도 개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항공 산업 발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다.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항공사의 기술협력 거점을 유치하고, 관련 R&D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실제 에어버스는 최근 한국에 '국제기술센터(ITC)'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공항 주변에 유치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항기 운송 거점이자 통합 대한항공의 핵심 베이스로 부상했다. 상업용 항공기 정비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그 어느 지역보다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정비 격납고 확충, MRO 단지화, 부품 공급망 조성 등을 통해 동북아 항공정비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물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육성 전략 수립도 시급하다.
공항의 경쟁력은 단순히 여객과 화물의 처리 능력을 넘어, 공항 경제권 전반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인천국제공항이 단순한 환승 거점이 아닌, 명실상부한 동북아 항공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비와 물류 인프라 확충을 넘어 전후방 연관 산업의 집적화까지 이뤄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힘을 모아 과감한 투자 유치와 규제 혁파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항공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때, 우리나라가 동북아 하늘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인천국제공항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 본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정비 역량 강화는 단순히 공항 경쟁력 제고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자체적인 항공기 정비 능력이 부족할 경우, 해외 정비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 증가는 물론, 정비 일정 지연 등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핵심 산업인 항공 분야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항공정비 인프라와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국가 산업 경쟁력의 토대를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항공정비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인천의 역할이 기대된다. 항공 MRO 사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관련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다. 인천 소재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협력해 항공정비 분야의 우수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인재 육성을 통해 MRO 산업의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은 단순히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 항공 산업의 허브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공항공사와 항공사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항공정비 인프라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 규제 혁신 등에서 범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항공 산업, 그 중심에서 '동북아 허브'로 비상할 인천국제공항의 힘찬 날갯짓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대한민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원동력이 될 인천국제공항의 건승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