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MOU 당시 메타버스 중심 ‘K-팝 시티’
2023년, 김진용 미국 출장 후 개발 사업 ‘변경’
사업자 측 “사업 진행 중이나 결정된 것 없다”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K-팝 시티’가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미국 출장 후 콘텐츠 사업에서 개발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김진용 청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지난 1월과 2월 이후 현재 인천경제청이 구상하는 ‘K-팝 콘텐츠 시티’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내용이 담긴 사업제안서가 지난 4월 제출됐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송도 8공구 R2 블록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송도 8공구 R2 블록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K-팝 시티 사업’은 지난 2021년 11월 인천경제청과 ‘K-팝 Future Entertainment City 컨소시엄’이 업무협약(MOU)를 하며 시작했다.

당시 이 컨소시엠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기획사들이 참여했다.

업무협약엔 인천경제청과 각 기획사가 K-팝 관련 시설 등 인프라를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에 확충하고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K-팝 문화행사를 열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미래적이고 창의적 문화사업을 개발하는데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계획을 보면, 구체적인 공연시설을 두지 않고도 메타버스 기술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무대로 활용해 K-팝 공연 등을 선보인다는 구상 등이 담겼다.

메타버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현실 같이 구현한 가상세계’를 뜻한다.

예를 들면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랜드마크 모든 곳을 K-팝 공연장으로 활용해 실시간 대규모 가상공연을 펼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메타버스 공연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업무협약 이후 사업이 진척되지 않다가 지난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 부임 후 이 같은 콘텐츠는 빠지고 개발 사업이 중심이 된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블록을 활용해 오피스텔을 건립해 거둔 수익을 활용하는 ‘K-팝 시티’ 구상이 처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3년 1월과 2월 김진용 청장이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같은 해 4월 ‘K-팝 시티’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서가 인천경제청에 제출됐다.

지난 2021년 11월 10일 인천 송도 G타워에서 열린 'K-팝 문화도시 조성 협약 체결식'에서 변상봉 제이와이피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사진 왼쪽부터), 이성수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원재 인천경제청장, 차준영 케이에스씨 홀딩스 대표, 안석준 에프엔씨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제공 인천경제청)
지난 2021년 11월 10일 인천 송도 G타워에서 열린 'K-팝 문화도시 조성 협약 체결식'에서 변상봉 제이와이피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사진 왼쪽부터), 이성수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원재 인천경제청장, 차준영 케이에스씨 홀딩스 대표, 안석준 에프엔씨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제공 인천경제청)

김진용 청장은 출장 당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K-팝 시티’ 사업 참여를 원하는 개발업자 C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안서 내용을 보면, 김진용 청장이 지난 7월 25일 ‘송도 R2 블록 특혜 논란’ 해소를 위해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K-팝 시티’ 구상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용 청장이 미국에서 개발업체 관계자와 만났고 당시 만남에서 사업 구상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만남에 대해 김진용 청장은 지난달 25일 간담회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월 출장 당시 인천시의회 출석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시의회에 출석 하루 전날 급하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장을 떠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 B씨는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일정 내내 C씨와 함께 있었다”며 “2월 출장은 C씨를 만나기 위해 급하게 기획한 것으로 안다. 당시 일정 상 라스베가스에 이틀 머물렀고, 이틀 동안 C씨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이어 “김진용 청장이 미국을 다녀온 뒤 4월 구체적 계획을 담은 제안서가 제출됐고, 인천경제청사 내부에서 C씨가 참여한 회의까지 진행했다”고 한 뒤 “공모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공정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제안서는 인천경제청 정책현안조정회의에 회부됐다. 이 회의는 인천경제청장을 포함해 주무과장 등 11명이 참여하는데, 당시 제안서는 과반으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C씨는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김진용 청장과 미국에서 만난 것은 맞지만, 우연히 만난 것일뿐 구체적인 대화가 오고간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K-팝 시티 사업이 김진용 청장 부임 후 급물살을 탄 배경에 대해 묻자 “인천경제청과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급물살이 타는 배경은 모르겠다. 그것은 인천경제청이 알 것이다. 따로 발표할 일이 있으면 발표하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담당 과장은 "휴가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인천투데이>는 의견을 듣기 위해 김진용 청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메시지 등을 이용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25일 김진용 청장이 제안공모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C씨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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