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스퀘어가든그룹, 2025년 착공 경기도 하남시에 제안
김진용 인천경제청장, 지난 1월·2월 스피어 보러 미국 출장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블럭 인근에 8000세대를 분양해 거둔 수익금으로 ‘K(케이)-컨텐츠 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다목적 공연장 매디슨스퀘어가든(Madison Square Garden, 이하 MSG)을 운영하는 MSG그룹이 공 모양의 복합 공연장 ‘MSG 스피어(Sphere)’ 건립을 위해 경기도 하남시에 약 3조원을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8일 <인천투데이>가 입수한 ‘인천 송도 K-컨텐츠 시티 사업제안서'를 보면, K사 등은 제안서에 N사 등과 함께 특수목적회사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꾸려 송도 8공구 R2·B1·B2 블록 등에 아파트와 공동주택 약 8000세대를 분양해 거둔 수익으로 송도달빛축제공원에 ‘K-팝 돔 공연장’을 조성해 기부채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 된 인천 송도 K-컨텐츠 시티 사업제안서 일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 된 인천 송도 K-컨텐츠 시티 사업제안서 일부.

8000세대 분양해 4000억원 투자

이 제안서에서 K사는 공공기여 방안으로 소개한 돔 공연장의 건축비를 약 4000억원으로 추산했고, 약 360억원 규모 ‘K-컨텐츠 시설’을 조성한 뒤, PFV에 참여한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회사에 현물 배당할 계획을 명시했다.

이를 두고, 겉으로 ‘K-컨텐츠 시티’로 포장한 주택 분양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분양 등으로 거둬들일 수익에 비해 기부채납 규모가 작고, 공연장 건축비를 고려했을 때 인천과 타 시도에서 추진하는 공연장 시설에 비해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안서를 보면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지하 5층 지상 59층 규모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6259세대, 송도 8공구 B1 블록에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 공동주택 990세대, 송도 8공구 B2 블록에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 공동주택 705세대를 분양할 계획이 담겨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건설 중인 MSG 스피어에서 스크린쇼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MSG 그룹)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건설 중인 MSG 스피어에서 스크린쇼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MSG 그룹)

3조원 MSG 스피어, 경기 하남에 들어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일 이현재 경기 하남시장이 한강 미사섬에 ‘MSG 스피어’를 유치하겠다고 공표하며 정부를 향해 행정기간 단축 등을 요구했다.

하남시는 미사동 미사섬 300만㎡(약 90만평)에 사업비 3조원을 투자해 공연장과 영화 스튜디오, 영상문화복합단지 등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MSG그룹은 이 곳에 건축비만 3조원에 달하는 ‘MSG 스피어’를 건립하겠다는 의사를 하남시에 전달했고, 착공 시기도 오는 2025년으로 명시했다. 건축비 3조원 중 1조원을 직접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MSG 스피어’는 최첨단 기술을 갖춘 공 모양 형태 공연장이다.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다목적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지름 157m, 높이 112m 규모(약 1만7500석)로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외부 전체가 LED 스크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이다. 이를 통해 스크린쇼를 할 수 있다. 지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부대 행사로 성조기와 지구, 달을 형상화한 스크린쇼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MSG그룹은 하남에 건설할 ‘MSG 스피어’를 활용해 아시아 문화공연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경기 하남에 ‘MSG 스피어’가 들어설 경우 미국과 런던에 이어 세 번째 스피어이다.

‘인천 송도 K-컨텐츠 시티 사업제안서''에 담긴 K-팝 아레나 조감도.
‘인천 송도 K-컨텐츠 시티 사업제안서''에 담긴 K-팝 아레나 조감도.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이 스피어를 보기 위해 지난 1월과 2월 ‘K사’ 관계자와 미국을 방문했다. 지난 1월 ‘2023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MSG 그룹은 MSG 스피어와 관련한 발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지난달 25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김 청장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MSG 스피어 같은 시설을 송도에 유치하고 싶어 방문한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김 청장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월부터 ‘MSG 스피어’를 인천 송도에 유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경기 하남시가 최종 유치한 셈이 된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파트 한 채 짓지 않고 3조원을 직접 투자하는 MSG 스피어와 8000세대를 분양한 수익으로 4000억원을 들여 짓는 공연장은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MSG 그룹이 계획대로 2025년부터 착공하면 인천 송도에 ‘K-팝 아레나’를 짓기 전부터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K-팝 아레나’가 완성될 시기엔 MSG 스피어가 이미 랜드마크가 돼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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