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재희·김현철 기자│“정부는 서해5도에 거주하는 것만으로 애국자라 하지만, 전쟁 위협과 조업 제약을 받는게 서해5도 주민들의 현실이다. 말로만 애국자라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달라”

박태원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대표는 지난 9월 15일 <인천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서해5도(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아 인천 섬들 중에서도 생활여건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해전, 1999년과 2002년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전쟁 발발에 따른 생존의 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생계의 위협, 열약한 해상교통으로 인한 고립된 생활의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는 전쟁 선포, 절대 안돼"

박 대표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과 1999년과 2002년에 발생한 연평해전 등 국지전을 회상하며 전쟁은 절대 다시 벌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가까이서 겪으면서 현실적으로 통일은 어렵다고 느꼈다”며 “다만 서해5도 주민이 평화롭게 살기 위한 교류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해5도 주민을 생각하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해선 안 됐다"며 "이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측과 북측이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로 9.19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당시 남북은 합의서에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분야 5개 합의사항을 담았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 2018년 11월 1일 새벽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과 서해 NLL 주변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합의가 파기될 경우 남북 간 군사충돌이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박 대표는 “9.19합의 당시 서해5도 실향민은 고향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까 희망에 부풀었다”며 “남북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괴해선 안 된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실향민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박 대표는 주민 생존권 문제인 서해5도와 남북평화가 현재는 정쟁 수단으로 의제화됐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정권은 평화통일 중심의 남북 정책을, 또 다른 정권은 안보만을 내세우기도 한다”며 “전쟁으로 인해 서해5도에 정착하게 된 실향민들은 평생 고향 땅을 밟는 것을 염원하며 살아가지만 어떤 정권도 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 실향민의 후손이 한국 사회의 주춧돌이자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들의 말을 듣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해5도 주민 애국자 '말로만', 군부대 탄약고 때문에 건물도 못지어"

또한 박 대표는 서해5도 주민이 접경지역과 ‘안보’란 것에 둘러쌓여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군부대 탄약고가 섬 곳곳에 있다보니 건물 하나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며 “공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수산물 가공 등을 하고 싶어도 군사기지법에 의해 제한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서해5도 사는 것 만으로도 ‘애국’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건물 하나도 지을 수 없는 현실에서 ‘애국’이란 단어는 서해5도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지켜볼 수 밖에, 조업시간 제약까지"

또한 박 대표는 남북 관계와 NLL을 이용해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하며 개탄했다. 

중국어선은 낮 동안 NLL 북쪽에서 조업하다가 밤에 남쪽으로 내려와 이른바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물고기와 꽃게를 비롯한 모든 어패류는 물론 해양쓰레기까지 휩쓸어간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서특단)이 이들을 쫓긴 하지만, 중국어선은 서특단이 NLL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불법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특단이 쫓아가면 북측 수역으로 넘어간다.

박 대표는 “불법 조업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서해5도 어민은 조업시간 제약도 받고 있다"며 "일출 전과 일몰 후 각각 30분 후까지 조업할 수 있으며 야간조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업시간이 짧은 만큼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며 “날씨가 매우 더운 한여름 대낮에 조업을 해야해 배 위에서 탈진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여름엔 배 위에서 쉴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나서 당사자인 어민을 만나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공청회를 열면 항상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인 어민이 아닌 주민을 부른다”며 “주민 대부분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어민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보라는 단어로 인해 서해5도 주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곳에 누가 살려고 하겠는가. 말로만 애국자라 하지 말고 현실적인 불편을 해결해달라”고 강조했다.

※ 이 기획기사는 2023년 인천광역시 지역언론 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