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시민문화활동 현장을 찾아서 ⑫
복합문화공간 거북이밥의 ‘오픈 마이 레코드’

<편집자 주>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을 기반으로 한 시민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문화활동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이 지원 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단체) 13개의 취지와 의미, 활동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한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과거처럼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발품 팔지 않아도 된다. 음악 접근성이 높아지고 음악 창작 진입장벽도 낮아진 만큼, 독학으로 싱어송라이터가 된 가수도 많아졌다.

하지만 웬만한 노력이나 열정이 없다면 음악가가 되는 일은 어렵다. 여느 가수들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그저 희망사항으로 남을 뿐이다.

인천 서구 복합문화공간 ‘거북이밥’.
인천 서구 복합문화공간 ‘거북이밥’.

음악 창작소로 거듭난 서구 복합문화공간 ‘거북이밥’

인천 서구 석남동에 위치한 ‘거북이밥’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대표는 인천에서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부평ㆍ동암ㆍ제물포ㆍ배다리 등을 알아보다가 석남동에 자리를 잡았다. 독립출판 기획사 ‘화수분제작소’와 힘을 합쳐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거북이밥은 지역 주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로 음반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생활 속 문화 프로젝트 ‘오픈 마이 레코드’를 기획했다. 참가자들은 본인의 일상을 소재로 가사를 쓰며, 음악 전문가와 협업해 자신만의 노래를 만든다.

나아가 그 노래들을 엮어 하나의 음반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을 콘서트를 개최해 지역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계기로 거북이밥이 앞으로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면 금상첨화다.

‘오픈 마이 레코드’는 참가자들이 음악을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보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의의를 둔다. 또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로 지역 이야기를 음반에 담는다는 점에서 지역 모습을 담는 아카이빙 사업이기도 하다.

‘오픈 마이 레코드’ 참가자들의 활동 모습.
‘오픈 마이 레코드’ 참가자들의 활동 모습.

소비만 하던 음악에서 창작하는 음악으로

거북이밥은 6월부터 ‘오픈 마이 레코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온라인과 지역 모임 공간, 주변 지인들에게 홍보했다. 7월부터 참가자 모임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16명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참가자들은 7~8월에 작사 방법을 비롯해 음반 제작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함께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뮤지션인 멘토들과 짝을 이뤄 함께 제작할 음반의 콘셉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9월부터 음원을 녹음하고 편집 작업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노래로 만들기 시작했다.

짜인 팀은 팀파드마ㆍ슈키즈ㆍ욕망거북이 등 모두 세 팀이다. 팀 구성원과 음악 제작방식이 서로 다르다.

팀파드마는 구성원들에게 오선지를 주고 느낌이 가는 대로 점을 찍게 해 멜로디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멘토들이 보정해 작곡했다. 슈키즈와 욕망거북이는 멘토들이 즉석에서 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컴퓨터 음악(미디)을 활용해 멜로디를 하나하나 추가하며 곡을 만들었다.

‘오픈 마이 레코드’ 마을 콘서트 초대장을 제작하는 모습.
‘오픈 마이 레코드’ 마을 콘서트 초대장을 제작하는 모습.

참가자들은 본인이 직접 쓴 가사로 노래를 만든다는 경험을 처음해보니 신기했다. 단순한 체험뿐만이 아니라 음악 창작의 고통도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동네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장점은 덤이다.

참가자가 의외로 많아 개인당 한 곡씩 만들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두세 명이 한 곡, 팀당 서너 곡을 함께 만든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참가한 경우 쉽게 가족 이야기나 추억 등을 쉽게 노래로 풀어낼 수 있었다. 팀파드마에서 엄마와 아들이 만든 곡 ‘잔소리 없는 날’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아한 얼굴로 엄마는 조근조근 말하지 / 책 좀 치워라 / 공부 좀 해라 / 게임 좀 그만해라 / 내 귀엔 모기 소리마냥 윙윙거릴 뿐이야 / 동생에게 좀 상냥해라 / 방 좀 치워라 / 영혼 좀 챙겨라 / 좀 좀 좀 좀 좀좀좀 / 어차피 잔소리 / (중략) /잔소리 없는 그런 날이 온다면’

‘오픈 마이 레코드’ 스케치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오픈 마이 레코드’ 스케치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도 발휘되는 예술정신

부부와 청년이 한 팀에 모이는 등, 서로 관계나 접점이 없었던 구성원들이 같은 곡을 녹음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주로 동네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다. 욕망거북이는 석남동에서 살아온 부부 이야기와 청년의 개인사를 엮어 곡으로 탄생시켰다. 이 곡의 제목은 ‘아무튼 비빔밥’이다.

슈키즈에서 같은 곡을 녹음하는 청소년 두 명은 이곳에서 처음 만나 서로 알게 됐다. 둘 다 수다 떠는 것을 상당히 좋아해 이를 주제로 한 노래를 녹음할 예정이다. 슈키즈에서 모인 청년 세 명은 각자의 이야기를 한 곡에 담았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모임 중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전윤이 씨는 “내 노래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뮤지션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쉽지 않은 기회인만큼 무척 재밌었다”며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 너 많은 분께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한빛 씨는 “처음에 멘토분이 하고 싶은 대로 오선지에 음표를 넣어보라고 했을 때 정말 아무거나 그려서 아쉬웠다. 이전에 음악을 조금 배웠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앨범 녹음을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한창이다. 아울러 12월 12일 서구 신현동 회화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개최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오픈 마이 레코드’ 마을 콘서트 홍보물.
‘오픈 마이 레코드’ 마을 콘서트 홍보물.

강헌구 대표는 모임을 열두 번 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여덟 번으로 줄여 일정상 많이 힘들었다. 또한 일부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대부분 열심히 따라와 줘 음반을 발매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앨범은 기존 CD 형식이 아닌, 참가자들의 인터뷰 글이 담긴 책자로 발간된다. 음원은 QR코드로 듣게 할 계획이다.

강헌구 대표는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아마 앞으로도 넘쳐날 것 같다. 참가자들이 예상외로 몰린 것은 서구가 그만큼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오픈 마이 레코드’ 외에도 다양한 문화 사업을 벌여 주민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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