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시민문화활동 현장을찾아서 ⑪
강화도 기반 청년협동조합 ‘청풍’

인천투데이=조연주 기자ㅣ 

<편집자 주>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을 기반으로 한 시민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이 지원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단체) 13개의 취지와 의미, 활동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는 어떻게 달라져야할까. 강화도에서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있는 청년 협동조합 ‘청풍’은 고민 끝에 카메라 를 잡기로 했다.

강화도의 시간은 도심과 다르게 흐른다. 강화도의 템포와 리듬에 맞는 콘텐츠가 있어야한다고 ‘청풍’은 말했다. <인천투데이>는 조합 대표인 ‘유마담’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 청년 단체 신포살롱에서 활동할 때 ‘유마담’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명상 씨는 강화도에 온 지 8년째에 접어들었다.

지역주민과 함께 울고 웃은 지 8년, “이제는 친구 됐죠”

유튜브 채널 ‘현지생활’ 영상 캡쳐. 상인들의 난타에 맞춰 풍물시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SNS ‘틱톡’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현지생활’ 영상 캡쳐. 상인들의 난타에 맞춰 풍물시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SNS ‘틱톡’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한다.

‘청풍’은 강화도를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를 기획ㆍ생산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꿈꾸는 귀촌 청년 다섯 명이 2013년에 만든 조합이다. 유마담(유명상)ㆍ베니스(조성현)ㆍ결(성결)ㆍ총총(김선아)ㆍ수리(이경미)가 조합원으로 있다.

‘청풍’은 강화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 민박’과 펍 레스토랑 ‘스트롱파이어’, 굿즈숍 ‘진달래섬’ 등을 운영한다. 장르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강화도의 매력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풍’은 8년간 강화도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친구가 됐다. 문화재 야행 등 지역축제에서 주민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시장 상인들과 난타교실을 여는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주민들과 함께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강화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청년들과 주민들의 ‘콜라보’는 처음부터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마음을 열어갔다. 살을 맞댄 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 지역축제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주민들이 먼저 찾아와 ‘(이번에는) 뭐 안 하냐’고 묻기도 한다.

사업도, 주민과 관계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간다고 느낄 즈음 코로나19가 터졌다. 얄궂은 감염병은 사람들 사이를 떨어뜨려놓았다. 예정한 지역축제도 모임도 사라졌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endemic: 주기적 발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들은 고민했다. 대면하지 않고도 연대하고 협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든 싫든 비대면 사회가 도래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법. 고민 끝에 ‘청풍’은 카메라를 들고 강화도를 기록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대면으로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지역 문화 활동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영상 플랫폼으로 소통하며 포스트코로나 고민

유튜브 채널 ‘현지생활’ 영상 캡쳐. 상인들의 난타에 맞춰 풍물시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SNS ‘틱톡’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현지생활’ 영상 캡쳐. 상인들의 난타에 맞춰 풍물시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SNS ‘틱톡’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한다.

이들은 우선 유튜브 채널 ‘현지생활’을 개설했다. 앉아서 머리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발로 뛰었다. 5월 전통시장 상인들의 코로나19 릴레이 응원 동영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짧은 영상 10여 개를 제작했다. 11월 13일 기준 345명이라는 많지 않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4분 이내 짧은 영상들이 올라가는 ‘현지생활’은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는 채널이다.

‘현지생활’은 강화도 곳곳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소재다. 자칭 타칭 풍물시장 아이돌인 ‘베니스’가 주로 진행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다 귀향해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과 인터뷰를 하고,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 사장을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새벽 3시에 문을 여는 ‘강화집’을 찾기 위해 새벽 내내 게임하며 잠에 들지 않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담았고, 여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고진현과 협업해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다소 진지한 가사를 읊는 고진현 옆에 한 청년이 강화도 특산품인 순무를 흔들고 있는 등,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난다. 영상 제작과 편집은 인천의 청년기업인 ‘왓츠더웨더’에서 맡는다.

이 채널의 주요 무대는 강화풍물시장이다. 시장 상인들과 술 한 잔 하면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인생을 상담하기도 한다.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 쌈, 순무, 말린 약쑥을 소재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도 만들었다.

100원어치씩만 장을 보는 ‘100원의 행복’이나 시장 상인들과 함께 틱톡 챌린지를 찍어보기도 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유튜브에 출연하니 신기해한다.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졌을 때는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촬영했다. 대도시 중심가였으면 아예 시장이 문을 닫아버려 촬영이 어려웠을 텐데,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고 있던 게 오히려 장점이 됐다.

강화도 기록하고 알리며 ‘선한 영향력’ 만들고 싶어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옆으로 청년들이 속노란 고구마 박스와 순무를 흔들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옆으로 청년들이 속노란 고구마 박스와 순무를 흔들고 있다.

이들의 가볍고 유쾌한 동영상 뒤에는 꽤나 가볍지 않은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해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콘셉트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했던 ‘청풍’의 처음 모습을 기억하며 틀에 박히지 않고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유마담은 말했다.

동영상은 우선 재미있어야한다. 1초에 동영상 수백 개가 올라오는 유튜브 플랫폼 이용자들을 사로잡으려면 재미있어야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주민과 교감을 제1원칙으로 내세우기에 강화도 주민들이 눌러주는 ‘구독’과 ‘좋아요’는 매우 귀하다.

이들은 동영상으로 강화도 주민들과 강화도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여유로운 강화도의 모습에 맞춰 조급하게 굴지는 않으려한다. 유튜브 영상 기획과 촬영은 처음이라 너무 힘들다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음 영상은 뭘 찍을지 고민하는 것이 즐거운 눈치다.

‘현지생활’은 인천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지만, ‘청풍’은 지원이 끝나고도 이 채널을 유지할 생각이다. 배달도, 택배도, 택시도 플랫폼 안에서 굴러가는 이 시대에 지역 문화를 만들고 알리는 작업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 ‘청풍’의 생각이다. 
 

유명상 협동조합 ‘청풍’ 대표. 신포동 청년몰에서 활동할 때 ‘유마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유명상 협동조합 ‘청풍’ 대표. 신포동 청년몰에서 활동할 때 ‘유마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8년 강화풍물시장 축제. ‘청풍’은 시장 상인, 지역주민과 함께 브라질 무도 ‘바투카다’를 진행했다.(사진제공ㆍ청풍)
2018년 강화풍물시장 축제. ‘청풍’은 시장 상인, 지역주민과 함께 브라질 무도 ‘바투카다’를 진행했다.(사진제공ㆍ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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