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시민문화활동 현장을 찾아서 ⑤
(사)황해섬네크워크-인천 등대원정대

<편집자 주>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을 기반으로 한 시민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이 지원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단체) 13개의 취지와 의미, 활동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인천 등대원정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인천 등대원정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인천투데이=이승희 기자 | “바다에서 항해할 때 등대를 좌표로 삼아 나침반을 고정하고 나아간다. 일례로 소청도에서 출발한 배는 연평도 등대를 좌표 삼고 나아간다. 뒤로 소청도 등대가 보이지 않을 때쯤 연평도 등대 불빛이 보인다. 연평도에서는 덕적도 옆 선미도 등대를 좌표 삼아 나아간다. 이런 식으로 등대를 좌표 삼아 나아가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는 8월부터 ‘인천 등대원정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가한 심형진 씨가 8월 19~21일 소청도 등대를 탐사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며 한 말이다.

심 씨는 “등대는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라며 “여행으로 영혼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등대를 바라보고 걸어가 수평선 너머에 있는 등대를 상상하며 새로운 길을 걷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소청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소청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등대는 근대문화의 중요한 지표

인천시 행정구역 안에 있는 섬은 모두 168개다. 이 가운데 유인도는 41개다. 섬마다 소중한 자연유산과 역사ㆍ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등대를 황해섬네트워크는 주목했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은 “인천은 섬이 많고 우리나라 최초 등대인 팔미도 등대를 비롯해 개항기 등대도 많은 해양도시”라며 “그러나 해양문화에 관심은 적고 등대 관련 자료는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등대는 해양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항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근대문화의 중요한 지표”라며 “인천 섬 문화와 관련해 황해섬네트워크가 그동안 쌓아온 인적ㆍ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섬 주민과 일반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등대를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해섬네트워크는 무심코 지나치는 등대를 등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그곳 주민들에게 듣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드론으로 촬영하는 한편, 등대모형을 만들어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고자했다. 여기에 관심 있는 시민을 등대원정대원으로 모집했다. 구술팀과 사진ㆍ영상팀으로 5명씩 뽑았다. 대기자들이 결원을 기다릴 만큼 관심을 보인 시민이 많았다.

올해는 우선 동백도ㆍ선미도ㆍ부도ㆍ소청도ㆍ연평도 등대를 조명하기로 했다. 8월 19~21일 소청도 등대에 이어 9월 13~15일엔 선미도ㆍ동백도ㆍ부도 등대를 탐사했다. 선미도ㆍ동백도ㆍ부도는 무인도라 연안여객선을 타고 이작도로 들어간 뒤, 그곳 어민의 배를 빌려 둘러봤다. 9월 17~18일에는 연평도 등대를 탐사했다.

추석명절을 지내고 이작도를 다시 들어가야 한다. 낮에 등대를 탐사하고 저녁에 주민들을 만나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데, 9월 13~15일 탐사 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민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선미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선미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일제 침략과 수탈의 수단이기도 했던 등대

선미도ㆍ동백도ㆍ부도 등대를 탐사하면서 의외의 성과도 얻었다. 바로 영흥도 앞에 있는 ‘백암 등표’의 존재다. 한 어민이 자신의 형이 이 등표 보수공사를 한 적이 있다고 들려줬다. 백암 등표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생겼는데, 인터넷에도 관련 자료가 없다.

항로 표지시설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등대와 등표이다. 등대는 연안의 육지에 설치된 등화를 갖춘 탑 모양의 구조물을 말하는데, 항해하는 선박이 육지나 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항만이나 항의 입구 등을 알려준다.

백암 등표. (사진제공ㆍ황해섬 네트워크)
백암 등표. (사진제공ㆍ황해섬 네트워크)

등표는 대게 암초가 있거나 수심이 얕은 곳에 설치돼있다.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에 장애물이나 항로 등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등화가 있으면 등표라 하고, 등화가 없으면 입표라 한다. 팔미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1903.6. 점등)가 있고, 팔미도 앞에는 돌로 쌓아 만든 북장자서 등표(1904. 제작)가 있다.

부도 등대도 팔미도 등대와 비슷한 시기인 1904년 4월에 점등했다. 인천항 관문에 있어 중요한 항로 표지시설이다.

이동열 이사장은 “부도는 오리 부(鳧) 자를 쓴다. 오리가 엎드려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귀신이 자주 나오고, 귀신이 소금을 피한다고 해서 피염도라 부르기도 했다”고 섬 주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덕적도에서 가까운 선미도 등대는 1934년 4월에 점등했다.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들과 남북을 왕래하는 선박들을 위해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설치된 등대인 만큼, 등대원정대는 해안에 배를 대고 산길로 40~50분 올라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이사장은 “팔미도나 부도 등대 등은 일제가 대한제국에 요구해 설치됐다. 선주들한테 돈을 강제로 걷어 설치했다. 일제의 침략ㆍ수탈과 관련이 깊다”며 “국립등대박물관이 포항에 있는데, 그걸 우리나라 최초 등대 등이 있는 인천으로 옮겨야한다”고 말했다.

동백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동백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뱃사람들의 좌표에서 섬 여행객의 좌표로

등대 탐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변덕스런 날씨다. 기상이 악화되면 연안여객선을 탈 수 없다. 무인도에 가기 위해 어민들의 배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드론 촬영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청도와 연평도에선 국방부 허가도 받아야한다.

섬 주민 구술 작업도 쉽지 않다. 이 이사장은 “그냥 가면 등대와 얽힌 이야기를 누가 해주나. 어촌계장이나 이장, 주민자치위원장 도움을 받아 섭외하고 주로 저녁에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부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부도 등대. (사진제공ㆍ황해섬네트워크)

소청도 등대 탐사에 참가한 윤인영 씨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겪은 이야기, 섬에 처음으로 텔레비전이 들어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레슬링을 본 이야기 등,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하나였을 등대에 깃든 역사를 듣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 뒤 “소청도 사람들의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대감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 김준 씨는 “소청도를 찾은 여행객이 걷는 길은 등댓길과 분바윗길, 두 개다. ‘제국의 불빛’이라는 등대를 밝히기 전에는 하얀빛을 내는 분바위가 뱃사람들의 좌표였을 것”이라며 “그러니 소청도는 그 자체가 등대였다. 낯선 바다로 조기ㆍ홍어ㆍ고래ㆍ청어를 잡기 위해 들어온 어부들에게 등대와 분바위 모두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이제는 뱃사람보다는 섬 여행객의 좌표가 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등대모형을 기념품으로, 등대 관련 콘텐츠 개발 가능

황해섬네트워크는 인천 섬과 해양의 역사ㆍ문화ㆍ환경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2012년에 발족한 인천섬연구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금 회원 수는 140여 명이다.

이 이사장이 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지는 8년가량 됐다. 약 20년 전부터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종주단은 주로 인천 육지를 다녔다. 강화도나 영흥도를 종주하기도 했지만, 종주단이 처음 간 섬다운 곳은 장봉도이다. 참가한 학생들이 매우 좋아했다. 2011~12년 무렵이다.

그 이후 이 이사장은 등대에도 관심을 가졌다. 해외에 나갔다가 기회가 되면 등대모형을 사오기도 했다. 3년 전에는 ‘등대 박사’라 할 수 있는 박창근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등대 관련한 그의 서적을 보고 그의 블로그에 쪽지를 보냈는데, 한 달 뒤 연락이 왔다.

이 이사장은 “등대에 관심이 많은 나라가 꽤 있는 것 같다. 도자기나 유리, 금속 등으로 등대모형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판매하는데, 불을 밝히는 곳에 향초를 넣어 피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에서도 팔미도 등대모형을 만들었는데 상품화하지는 않았다”며 “인천시나 인천관광공사에서 매번 관광 상품이 없다고 하는데, 등대를 갖고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대원정대는 이번에 섬 주민들한테서 들은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자료집으로 엮는 한편, 등대 5개의 모형(높이 25cm 규모)을 만들어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할 예정이다. 등대뿐 아니라 등대 주변 지형도 함께 모형으로 만든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이 수집한 해외 등대모형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이 수집한 해외 등대모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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