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거부한 채 기자회견장 떠나
주민단체 고발로 수사 앞둬…주민들 집회 예고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31일 오후 2시 ‘직원 회식과 관련한 대구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현 서구청장이 31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민 사과문’만 읽은 뒤 황급히 회견장을 떠났다.

이 구청장은 ‘존경하는 55만 서구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사과문을 통해 “격려 차원에서 비롯된 이번 회식이 잘못된 시점과 방법으로 크게 논란을 불러오고 큰 실망감을 드려 다시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직원들에게도 깊은 상처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스스로 깊이 돌아볼 것”이라며 “회식문화 개선, 성평등의식 고취, 소통역량 강화 등을 위한 의견을 대내외적으로 수렴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적극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안으로 제기되는 수사와 조사가 있다면 성실히 임하겠지만, 이미 밝힌 사실 외에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과장·확대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서구 발전과 구민의 행복을 위해 구정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사과문을 읽으며 머리를 세 차례 숙였다. 하지만, 사과문만 읽고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거부하고 사과문 낭독이 끝난 후 바로 구청장실로 돌아갔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31일 오후 2시 ‘직원 회식과 관련한 대구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구청사에서 투신한 공무원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1월 11일) 기획예산실 직원 30여 명과 회식을 하고 노래방에서 여직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이후 입장문을 내고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이뤄진 회식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입장문에서 ‘남녀 직원 몇몇과 포옹했고, 볼에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해명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공무원노조 서구지부는 1월 22일 피해 직원들과 면담 후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이 있었고, 간부의 입막음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수사 의뢰 뜻을 밝혔으나, 29일에는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수사를 의뢰하지 않겠다고 번복했다.

하지만 서구지역 주민단체들은 지난 29일 ‘이 구청장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해, 검찰이 경찰에 수사를 지휘한 상태다. 서구 주민들은 2월 7일 이 구청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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