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총파업] 노조에게 묻다. 왜 파업을 택했나?
[길병원 총파업] 노조에게 묻다. 왜 파업을 택했나?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8.12.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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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조 강수진 지부장, 안병훈 부지부장
"당연한 요구 한 것, 믿을만한 병원 거듭나겠다"
19일, 병원 로비에서 길병원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농성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일, 병원 로비에서 길병원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농성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노조)가 19일 오전 6시무렵 파업에 돌입했다. 길병원 설립 60년 만에 첫 파업이다. 조합원 1000여명이 병원 1층과 2층 로비에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설립됐다. 1999년 민주노조 설립 시도가 병원의 탄압에 가로막힌 후 19년 만이다. 길병원은 그동안 부당노동행위와 비민주적 병원 운영, 불법 로비, 이길여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이사장의 병원 VVIP실 18원 이용, 이 이사장 생일축하 동영상 촬영 요구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학보다 적었다. ‘공짜노동’이 일상화됐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일도 만연했다. 새 노조가 설립된 이유는 이런 부당함에 직원들이 억울하고 속상한데, 기존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는 이런 실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설립 시 조합원이 30여명에 불과했던 노조는 설립 1주일 만에 조합원 1000명을 돌파하며 길병원 제1 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현재는 조합원 약 1450명이 함께한다.

설립된 지 반년밖에 안 된 상태에서 노조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을 이끌고 있는 강수진 지부장과 안병훈 수석부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왼쪽)과 안병훈 수석부지부장(오른쪽)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왼쪽)과 안병훈 수석부지부장(오른쪽)

▶ 길병원 설립 이후 첫 파업이다. 처음이니만큼 부담이나 두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강수진 지부장(이하 강) =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은 매우 당연한 것들이다. 이미 해야 했던 것들을 이제야 얘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요구안이 합의될 때까지 싸우겠다.

안병훈 수석부지부장(이하 안) =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유언비어나 가짜뉴스다. 병원이 간호사로서 소명의식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흔들고 있다. ‘병원에 환자들이 꽉 찼는데 어떻게 파업하느냐’며 직원들의 소명의식을 이용하고 있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흔들린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흔들릴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 그동안 부당한 대우에 힘들어하는 직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해 달라.

강 = 인력이 부족해 노동 강도가 굉장히 높고,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공짜노동, 그러면서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 등이 있었다.

안 = 이런 문제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직장문화도 문제다. 노조 활동을 하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인데도 눈치봐야하고 직원들 스스로 불이익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위축되는 모습도 있었다.

▶ 노조 설립 초기, 병원 측이 노조 간부를 미행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 이런 행위가 여전한지,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안 = 조합원들한테서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부서장들이 나서서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눈치를 주며 노조 활동을 막는다. 또,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이 접수되고 나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퍼졌다. ‘파업에 참가하면 직원 티오(정수)가 줄어든다. 파업 끝나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도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나이트 근무를 한 간호사들을 인수인계를 핑계로 퇴근시키지 않고 더 일하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강 = 조합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가 있으면 노조 집행부가 2인 1조로 찾아가 항의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길병원 본관 로비에 붙어있는 직원이 직접 쓴 글
길병원 본관 로비에 붙어있는, 직원이 쓴 글.

▶ 사업장이 병원이다 보니 전면 파업은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 응급실 등 인력이 꼭 필요한 곳이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강 = 응급실ㆍ중환자실ㆍ분만실ㆍ수술실ㆍ마취실 등 필수업무 유지 부서는 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부서에 해당하는 직원들은 그 업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안 = 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인력을 유지하고 있고, 파업 중이더라도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인력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 현재 파업 진행상황은 어떤가? 또 앞으로 계획은

강 = 오늘 오전 5시에 조정을 중지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지금 병원 측 교섭위원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결정권이 없다. 이길여 이사장이 직접 나와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사태에 책임을 직접 묻겠다.

안 = 조합원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이 요구안을 모두 타결시키는 게 목표다. 타결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다.

노조는 지난 7월 설립 해 일주일만에 조합원 1000명을 돌파하고 제1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현재까지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설립해 일주일만에 조합원 1000명을 돌파하고 제1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현재까지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파업에돌입했다. 

▶ 현재까지 병원 쪽과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 = 병원 사업장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로 번진다. 노사 둘 만의 갈등이 아닌 것이다. 직원 누구도 그런 상황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빨리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원들과 인천지역 시민들도 함께 나서줄 것이라 믿는다.

▶ 인천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 = 길병원은 그동안 인천에서 대표적인 병원이면서도 신뢰받지 못했다. 병원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 노조는 길병원의 비정상적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병원 이용이 조금 불편하더라고 믿고 지지해주시길 바란다. 좋은 의료서비스와 믿을 만한 병원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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