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합원 900명 1, 2층 로비에 모여 파업 진행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부서는 그대로 운영

19일 오전 7시부터 길병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설립 60년 만에 첫 파업을 맞았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지난 3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인천지방노동조정위원회의 조정기간이 끝난 19일 오전 7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 날 오전부터 병원 1층과 2층 로비에 조합원들이 가득 찰 만큼 호응이 굉장하다. 11시 현재까지 참여한 조합원은 약 900여명.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층이며 여성들이라는 점이 다른 파업현장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간호 인력이 많기 때문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첫 취업을 시작하는 나이가 보통 20대 초·중반이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처음 나온 그들에게 길병원은 어떤 직장이었을까.

이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파업 현장에 이렇게 많은 조합원이 부당함을 토로하며 모인 것을 보면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2층 로비에는 직원들이 피켓에 직접 쓴 그동안 병원에서 겪은 부당함이 가득 붙어있다.

로비에 둘러앉아 그동안 서러움을 토로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절절함 마저 베어 나온다.

“환자들은 수술하고 소변 안 보면 큰일 난다고 계속 체크하라고 하는데, 정작 저는 시간에 쫒겨 화장실도 참고 참다가 겨우 한번 가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간호사의 말이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전 총파업에 돌입하며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짧으면 15분, 길어봐야 40분 정도 밖에 쓸 수 없었던 점심시간을 넉넉하게 사용하자는 의미에서다.

집행부의 발표 이후 조합원들의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바로 앞에 있는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기 위해서 점심을 굶어야 했던 서러움 때문이다.

노조가 30여명의 조합원으로 지난 7월 설립된 후 어느새 1450여명으로 늘어났다. 기존의 노동조합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새 노조에 대한 지지는 폭발적이었다.

정영민 사무장은 그 이유를 “병원이 그동안 엄청나게 부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개인이 노조라는 구심점을 통해 모여진 것이다.

길병원은 병상 수 기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 병원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큰 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그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 파업 현장에 모인 직원들의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음을 얘기한다.

길병원은 전광판과 게시물 등을 통해 노조의 파업으로 병원이용에 불편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병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상에 임하는 모습 보다는 파업을 가로막고 축소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날 오전 병원은 노조에 ‘불법행위에 대한 즉각 중단 및 재발 방지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로비에서 구호를 제창하는 등의 행위는 환자의 안정과 비조합원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 할 때는 개개인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엄포를 놨다.

노조 집행부가 이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자 주변을 지나가는 내원 환자가 “환자를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 길병원 각성하라”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파업 첫 날,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는 희망과 웃음이 피어난다. 이들이 병원에 요구하는 것은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제공 ▲노동존중 노사관계 정립을 통한 조합 활동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고용안정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 및 적정임금 보장 ▲인사제도 전면 쇄신 등이다.

조합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후 노조 집행부들이 자리를 지키며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노조는 이 요구는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단체협약으로 이 내용이 약속 될 때 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파업 중에도 비상상황을 대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업무부서는 그대로 운영된다. 노조는 따로 응급 대기반을 운영해 비상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인력을 유지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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