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파업 9일차, 조합원 거리행진 진행
인천시 역할 강조, “길병원 파업사태 적극 나서야”

길병원 노조가 27일 오전 10시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가천대길병원 노조가 파업 9일째를 맞는 27일 길병원에서 인천시청까지 거리 행진을 버링며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인천시의 역할을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이날 인천시와 길병원의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영하 11도를 기록한 추위 속에서 오전 10시께부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거리 행진에 참여한 조합원은 주최측 추산 1000여명으로 파업 시작 때 참여인원과 달라지지 않았다.

길병원 노조 조합원 1000여명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의 행진은 길병원 본관을 한 바퀴 돈 뒤 인천시청으로 향했다. ‘인력을 확충하라’, ‘사람에게 투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한 조합원들은 인천지역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내의 공짜노동과 부당노동행위 ▲임신·출산 및 육아에 따른 불이익 ▲‘유령간호사’ 등의 의료비리 ▲정·관·언론계 등과의 유착 실태 ▲위계에 의한 갑질 실태 등의 공론화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발언도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쓰고 발언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신규 간호사라고 밝힌 한 직원은 “신규라는 이유로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서 퇴근한다. 간호사 한 명당 환자 18명을 봐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출근하기 전에 화장실에 가고 퇴근하기 전 까지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라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얘기했다.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간호사는 “임신 8개월까지 입덧을 하며 야간 근무를 했다. 임부복을 주지 않아서 개인 돈으로 임부복을 사 입고 근무했는데, 당시 병동 팀장이 ‘네가 임신해서 다른 직원들이 고생하는데 육아휴직까지 쓰면 정말 양심 없는거다. 육아휴직하면 자리를 옮기겠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발언을 한 직원들은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의 모습

현재 길병원의 1400여 병상 가동률은 200병상 이하로 줄어 10%대 까지 떨어졌다. 수술 건수도 하루에 1~2건에 불과하다.

인천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국가지정 지역암센터 등의 기능을 수행하던 길병원의 파업으로 인천 지역의 대규모 의료공백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시는 지난 2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 응급의료기관 등 협업을 위한 응급의료정보 공유와 응급의료무선통신망 점검, 응급의료상담·병원안내 등 상담서비스 확대 등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정지환자 등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 구축과 정보제공, 응급의료기관 진료가능 진료과목과 병상정보 등 실시간 업데이트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노동 현장을 만드는데 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는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이길여 회장과 길병원 원장 등을 만나 즉각 노조와 대화에 나설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의 적극적인 역할 없이 파업이 장기화 된다면 앞으로 그 책임을 묻는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라며 “병원과 재단의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드러내는 증언대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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