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동자교육기관 주최 '다시, 동행' 첫 날
세월호팽목기억관과 세월호 기억의 숲 방문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2014년 4월 16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배는 제주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배는 청해진해운 소속 카페리선 세월호로, 화물과 탑승객 476명을 태우고 있었다.

아침 8시 49분경, 크게 기울었던 선체가 그대로 중심을 잃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3분여가 지나 52분 해경으로 첫 신고가 들어왔고, 약 90분이 지나 10시 31분 세월호 선체는 완전히 뒤집혀 뱃머리 일부만 수면 위로 남아 있었다.

선체가 크게 기우는 동안 이렇다 할 대처는 없었다.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 사건 발생 후 한 학생은 메신저로 부모에게 이렇게 상황을 전했다. 그때가 10시 15분, 침몰하기 17분 전이었다.

참가자들이 인천 가족공원 세월호추모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인천 가족공원 세월호추모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되고 10년이 지나 아직까지 참사에 관한 진상은 명확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구조 과정에서 해경측 과실이 드러나고,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됐음에도 ‘그 날의 진실’에 정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히려 국정원이나 기무사가 유가족을 사찰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재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이후 ‘사회안전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그런 요구가 무색하게 2022년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현장 재해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 12일 오전 인천 백운역에 시민 14명이 모였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인천에 소재한 노동자교육기관(대표 박지영)이 준비한 '기억 걷기 다시, 동행'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다.

'기억 걷기 다시, 동행'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사회안전망 개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3월 12일부터 16일까지 전라남도 진도군 팽목항에서 목포신항으로 68km 거리를 걷는 일정이다. 16일 목포신항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여한다.

이렇게 모인 14명은 인천 가족공원에 마련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지나 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향했다.

세월호팽목기억관과 세월호 기억의 숲

도착한 팽목항에선 이따금씩 내리는 빗줄기 속 우중충한 하늘을 뒤로 하고, 바다를 빙 둘러싼 철조망에 길게 노란 리본 수백 개가 매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옆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걸개도 걸려 있었다. 아직도 참사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팽목항 한켠에 ‘세월호팽목기억관’이 있었다. 컨테이너 건물을 개조한 기억관 내부 복도엔 방명록과 기억공간(참사를 기록한 공간) 조성을 요구하는 팻말들이 놓여 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희생자 수백명의 사진이 보였다. 숙연해졌다.

참가자들이 진도 팽목기억관에서 희생자들의 약전을 읽고 있다.
참가자들이 진도 팽목기억관에서 희생자들의 약전을 읽고 있다.

참가자들은 방 안에 둘러 앉아, 경기도교육청 작가단이 펴낸 약전(간략한 전기)을 읽었다. ‘짧은, 그리고 영원한’이란 제목으로,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과 교사, 시민의 일상을 담고 있었다.

4박 5일 간 매일 약전의 사연을 함께 읽을 예정이다. 첫 날에는 김민지 학생의 약전을 소리내 읽었다. 곳곳에서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참가자들은 ‘세월호 기억의 숲’을 방문했다. 기억의 숲은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기도 한 배우 션 헵번 페러가 제안해, 4·16가족협의회 등이 사회모금으로 조성한 숲이다.

약 3200㎡ 면적에 은행나무 300여 그루를 심었다. 은행나무는 1000년을 사는 나무로, 그만큼 오래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선 불쑥 사회에 관한 성토가 튀어 나왔다. 누군가 “1999년 인현동 참사부터 2022년 이태원 참사까지, 결국 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당사자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이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다시, 동행' 참가자들은 ▲12일 팽목항~기억의숲(4.5km) ▲13일 기억의숲~쉬미항(19km) ▲14일 쉬미항~우수영국민관광지(15.7km) ▲15일 우수영국민관광지~금호도(17km) ▲16일 금호도~목포신항(12km)으로, 5일간 약 68km 구간을 걷는다.

매일 일정마다 희생자들의 약전을 공유한다. 아울러 마지막 날엔 버스를 타고 온 시민 48명과 함께 목포신항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플래시몹도 펼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