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공연예술 분장사 인터뷰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이정희씨는 2010년경부터 15년째 분장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초반엔 주로 영화배우들이 고객이었다. 업계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할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목디스크에 문제가 생겼고, 수술을 받고 완치한 지금도 관리가 필수다.

그런 이씨가 세월호 10주기 기억 걷기 〈다시, 동행〉에 참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이곳 팽목항에 너무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시, 동행〉 참가자 이정희씨
〈다시, 동행〉 참가자 이정희씨

“왜 구조하지 못했나”

이씨는 그날 아침을 ‘일어났을 때 난리가 나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뉴스에서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게 전부 오보였다는 걸 알았을 땐 너무 허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부턴 뉴스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공중파 뉴스를 잘 보지 못한다”며 “어떻게 그런 오보가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배가 침몰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을 봤다”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구조만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걸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피 명령 하나 내리지 못한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충분히 구할 수 있었고,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너무 와보고 싶었던 곳”

이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일하던 업계도 추모 분위기 속에 여러 공연과 행사들이 취소되는 일을 겼었다고 했다. 그는 “5월이 가정의 달이라 일종의 성수기에 해당하는데, 당시 4월부터 추모 기간을 거치면서 공연이 많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또 “한참 잊고 살다가 세월호 참사가 이젠 해결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나아진 것이 없더라”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유가족을 자식 팔아 돈 받아 먹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걸 봤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도 너무 힘들었는데, 유가족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료들과 몇 번씩이나 가보자고 얘기했던 곳인데,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이제야 오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대한민국연극제’가 올여름 용인에서 열린다”며 “여기에 세월호 10주기 관련 추모 행사를 여는 것을 건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목포신항 정문 앞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포스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목포신항 정문 앞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포스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편, 이씨의 남편 홍동표씨도 〈다시, 동행〉 첫날 일정에 참가했다. 홍씨는 처음엔 먼 거리를 걷는 일이라 걱정하는 마음에 반대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가 10년간 너무 가보고 싶었다며 설득하자 그 진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홍씨는 “아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담은 곳에 나도 뭔가 남기고 싶었다”며 “이왕 가는 거 도움이 될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팽목항까지 이동할 차량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다”고 말했다.

인천 구월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홍씨는, 가게도 하루 비우고 참가자들을 태워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 먹은 그가 가게에 〈다시, 동행〉 홍보물을 붙여놓자 가슴 따듯한 일이 또 하나 일어났다. 가게에 찾아온 손님이 홍보물을 보고 선뜻 후원금을 건넨 것이다.

홍씨는 “20대 초중반 앳된 청년이었는데, 계산을 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더니 후원금을 주시더라”며 “울먹이며 ‘좋은 일 하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후원금을 준 사람은 스물네살 강유진씨였다. 인천 구월동 주민인 강씨는 〈인천투데이〉와 전화에서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홍보물을 보고 벌써 10주기란 것을 알게 됐다”며 “사장님이 직접 가신다고 하시기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사장님께 대신 전달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잊지는 못해도 점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묻히지 않도록 사람들이 다시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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