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연 프리랜서 PD 인터뷰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강승연씨는 세월호 10주기 〈다시, 동행〉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스물여섯 강씨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는 문득 영화가 만들고 싶어져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원래 영화를 좋아했는데, 어느날 문득 직접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말고도 연극에도 관심이 있다”며 “지금은 연극을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배우면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동행〉 참가자 강승연씨
〈다시, 동행〉 참가자 강승연씨

“저녁에 집에 가서 ‘오보’라는 것을 알았다”

참사 당시 기억을 묻자 강씨는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알려주셨다”며 “당시엔 현실성도 없고, 전원 구조됐다고 전해들어서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 때 저희(학생)들은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다 걷어서 내니까 전해주시는 소식으로 알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저녁에 집에 가서 뉴스를 보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물에 공포증이 있다”면서 “당시 배가 가라앉는 영상을 접하고 선장이 도망갔다는 소식 등을 전해듣게 되면서, 속으로도 믿기지 않아 묵혀둔 감정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독서 모임에서 사회 이슈를 들여다보면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것도 뉴스를 찾아가며 알아가기 시작했다”며 “어느 날 뉴스를 찾아보는데 눈물이 흐르더라”고 떠올렸다.

또 “(참사가 일어났던) 그해 말 주안역 광장에서 친구들과 세월호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며 “‘천개의 바람’이라는 추모곡을 부르기도 하고, 저는 안상학 시인이 쓴 애도 시를 낭송했다”고 기억했다.

“우리 일 뭣 하러 하고 있지?”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기억을 묻자 “생생히 기억난다”며 “너무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부터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 친구와 연락이 안 되더라. 하필 이태원에 자주 가는 친구였는데, 걱정하는 마음에 그 친구 어머님부터 남자친구까지 전화로 연락되느냐고 물었다”며 “다행히 그 친구는 그때 자고 있었는데, 연락이 하도 안 되니까 친구들이랑 서로 울면서 걱정하고 그랬다”고 떠올렸다.

〈다시, 동행〉 사흗날 참가자들이 숙소에서 세월호 희생자 이수연 학생의 약전을 읽고 있다.
〈다시, 동행〉 사흗날 참가자들이 숙소에서 세월호 희생자 이수연 학생의 약전을 읽고 있다.

또 “월요일에 출근하는데, 사무실 공기가 그날따라 달랐다”며 “왠지 다들 무기력하고 침체돼 있었다. 동료와 얘기를 하는데, 서로 ‘우리 뭣 하러 일하고 있지’하고 한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고가 있고 며칠이 지나 이태원역에 들렸다”며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는데 평소 들리지 않던 자그마한 소음들, 가령 열차 덜컹거리는 소리나 선로에 스치는 소리, 바람 가르는 소리까지 귓가에 대고 외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소리를 듣는데, 여기서 무슨 사고가 나도 방법이 없겠지, 난 여기서 끝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참사가 우리에게 집단 트라우마로 남은 듯하다. 사회가 결코 안전하지 않고, 나는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심겨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영상으로 '내 스스로'에게 기억의 필요성을 전하고 싶다"

강씨는 “2월 중순에 ‘이런 도보순례 계획이 있는데, 기록 영상 만드는 것을 도와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아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제게는 한 살 많은 언니, 오빠들”이라며 “그래선지 남 일 같지 않고, 제 몸에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씨가 〈다시, 동행〉 참가자 이종선씨와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승연씨가 〈다시, 동행〉 참가자 이종선씨와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어 “사실 ‘기억’에 관한 의미를 정확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왜 기억을 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하면 뭐가 좋을지 누가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영상으로 남기게 되면, 그것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떠올리면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됐다”고 알렸다.

강씨는 순례 내내 캠코더를 들고 동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걷고 얘기하는 것, 바람을 맞는 들꽃부터 일렁이는 호수까지 모두 캠코더로 담고 있다. 스물여섯 청년의 눈으로 담은 ‘순례 기록’은 4월 중 유튜브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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