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㊾ 변가네 옹진냉면
1977년 미추홀구서 시작해 46년 운영
제분기로 메밀가루 빻아 메밀면 제면
“계절 상관없이 남녀노소 찾는 가게로”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냉면은 본래 겨울 음식이다. 바쁜 농삿일을 마무리 짓고 일손에 여유가 있을 때 국수를 뽑았으니 말이다. 날이 추워도 손님이 문전성시인 이곳, 인천 ‘변가네옹진냉면’은 1977년부터 인천에 백령도식 냉면을 전파하며 미추홀구 주안동 골목 한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백령도식 냉면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 해안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전쟁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대거 섬으로 피란했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교동도 등이다.

3년동안 이어진 전쟁은 1953년 7월 휴전한다. 하지만 황해도 피란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섬에 정착했다. 그들은 섬에서 메밀 농사를 지어 그 메밀로 국수를 뽑아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었다. 백령도식 냉면의 시초다.

오늘날 인천 곳곳에 피란민이 효시인 백령도식 냉면 식당들이 성업중이다. 그중에 한 곳, 바로 주안 변가네옹진냉면이다.

변가네 옹진냉면.
변가네 옹진냉면.

변가네옹진냉면은 지난 1977년 처음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시작했다. 말그대로 변가네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가게다. 1대 창업자인 변신묵씨의 아들 형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 변신묵 씨를 이어 현재 가게를 운영중인 변진만 씨는 아버지의 건강과 각 형제들의 사정으로 인해 자신이 변가네옹진냉면을 지난 30여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변가네옹진냉면은 백령도식 냉면 전문점이다. 변가네 옹진냉면은 미추홀구 인천 미추홀구 한나루로586번길 92에 있다.

백령도 출신 아버지부터 이어진냉면 맛

변가네옹진냉면 창업자인 아버지 변신묵씨는 백령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미 백령도에서 작게 냉면가게를 시작했던 변신묵씨는 1977년 인천에 올라와 터를 잡았다.

그렇게 ‘변가네 옹진냉면’의 역사가 시작된지 올해로 47년째다.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아들 변진만 씨는 “부모님께서는 백령도에서 냉면 장사를 하다가 인천 뭍으로 올라와 정식으로 주안동에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가네 옹진냉면 변진묵씨(오른쪽), 변진만씨(왼쪽).
변가네 옹진냉면 변진묵씨(오른쪽), 변진만씨(왼쪽).

변가네옹진냉면은 개업당시 지금처럼 주안동 제일시장 건너편 골목에 있긴 했지만 현재 자리 보다 왼쪽에 있었다고 했다.

변 씨는 “현재 가게에서 좌측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예전 가게 터가 있다. 장사를 하면서 점차 골목 아래로 가게를 이전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변가네 옹진냉면의 냉면은 백령도식 냉면이다. 백령도의 특산품인 메밀로 면을 뽑고, 한우뼈로 육수를 내 면을 육수에 넣어 비벼먹는 것이 특징이다.

변 씨는 30여년전부터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면서 냉면 반죽 비법과 육수를 우리는 법 등을 전수받았다.

변 씨는 “가게를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이 있을 때 당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가게가 2층까지 손님으로 미어터지고 줄까지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매우 바빴다”며 “그렇게 부모님 요청으로 어쩔수없이 식당일을 돕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하루종일 가게에만 붙어 있다.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본업이 됐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좋은 맛이 나는 냉면이 된다

변 씨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맛있는 냉면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면을 뽑기 위한 반죽과 육수를 내기 위한 재료 배합에 특히 정성을 더 쏟는다.

변씨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바로 메밀가루를 직접 빻아 면을 뽑는 것이다.

변 씨는 “11시 30분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나와 육수를 점검하고 수육을 삶는다. 또 가게 지하에 마련된 공간에서 제분기를 이용해 메밀가루를 빻고 직접 냉면에 들어가는 메밀면을 뽑는다. 시간도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라 아마 인천 내 냉면가게 중 제분기를 이용해 메밀가루부터 작업하는 곳은 드물 것이다”고 말했다.

변진만 씨가 끓여진 육수를 확인하고 있다. 
변진만 씨가 끓여진 육수를 확인하고 있다. 

변 씨는 “하루종일 팔팔 끓인 육수를 밤새 식힌다. 이후 아침 장사를 준비하며 한번 더 점검한다. 슴슴하면서도 약간의 감칠맛이 있는 육수는 메밀면과 잘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낸다”고 전했다.

이어 “고명으로는 돼지 등심이 올라가는데 이것도 육수를 끓여낼 때 함께 삶아 육수가 촉촉하게 배어있고 쫄깃함이 살아있다”고 덧붙였다.

변가네 옹진냉면은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는 녹두빈대떡과 수육도 함께 판매하는데, 이것 역시 냉면 못지않은 인기메뉴이다.

안에 얇게 선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특징이 있는 이 집의 녹두빈대떡은 주문하자마자 주방 앞쪽에 별도 설치한 공간에서 곧바로 조리한다. 주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오는 녹두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쫀득하고 촉촉해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변 씨는 “우리 가게는 냉면 못지않게 같이 곁들여 먹는 녹두빈대떡과 수육도 맛이 훌륭하다”며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있던 메뉴는 아니고, 냉면과 같이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계속 고민하다 새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변가네 옹진냉면의 빈대떡.
변가네 옹진냉면의 빈대떡.

인천 백령도식 냉면집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어

47년차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지나며 변가네 옹진냉면이 마냥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변 씨는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오래된 만큼 단골손님들과 함께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며 “오랜시간 인천에서 백령도식 냉면을 널리 알린 가게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IMF 시기에도 어려웠던 적이 없었던 변가네 옹진냉면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와 인원제한이 생기면서 손님이 크게 줄어 가게 사정이 어려워졌다.

변 씨는 “코로나 이후 손님이 3분의 2 가량 줄었다. 물론 배달 고민도 있었지만 냉면의 맛을 해칠까 하여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 면을 삶아 판매하는 대부분 냉면집은 사실 면의 탱탱함이 오래 유지되고 빨리 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가게 냉면 면은 육수에 풀어지는 순간부터 빠른시간내에 불어버리고, 포장해가더라도 면끼리 서로 붙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현저히 저해된다. 그래서 배달을 하지 않는 게 저희 가게가 지키는 암묵적인 철칙이다”고 덧붙였다.

변가네 옹진냉면의 물냉면.
변가네 옹진냉면의 물냉면.

또한 겨울에는 손님들이 많이 줄어드는데 사실 냉면은 겨울 음식인 만큼 많은 손님이 냉면을 먹으러 가게에 찾아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변 씨의 설명처럼 냉면은 원래 이북지방의 겨울철 별미다. 이북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한겨울 땅에 묻어놓은 독에서 살얼음을 깨가며 동치미를 떠다가 국수를 말아 온돌방에서 먹었다고 전해진다.

변 씨는 “계절에 관계없이 손님들이 가게를 방문하길 바란다. 따듯한 면을 먹고싶어하는 손님들을 위해 겨울한정으로 칼국수를 판매도 하고 있고, 메뉴판에는 없지만 온면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씨는 “백령도 냉면이 가직 특성상 아무래도 오래된 단골손님들은 실향민 등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많은 세월이 지나며 돌아가시거나, 몸이 편찮아 가게를 찾지 못하시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 젊은 층이 찾기도 하지만 여전히 예전 단골손님들에 대한 기억이 애틋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게를 잊지 않고 계속 찾는 단골손님들이 있는 한 변가네 옹진냉면은 인천 주안동 골목 한곳에서 오랫동안 백령도식 냉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인천에서 백령도식 냉면을 널리 알린 가게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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