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㊼ 중구 신포순대
노상 좌판에서 신포시장 터줏대감으로
고유 메뉴 찹쌀순대·고추순대·카레순대
“이제는 밀키트로 만나볼 수 있을 것”

인천투데이=여수정 기자 | 인천 중구 신포시장 입구에 줄지은 닭강정 가게들을 지나 민어횟집 골목을 스쳐 들어가면 순댓국처럼 뽀얀 간판이 나온다. 바로 고향의 아늑함과 부모와 추억, 친구와 우정이 서려있는 44년간 신포시장의 추억 지킴이 ‘신포순대’다.

신포순대는 김일순 씨(73)가 1978년에 신포시장 안에서 노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2002년 지금 위치(중구 제물량로 166번길 33)로 이전했다. 이후 아들 서인성 씨(52)가 2011년에 가게를 물려 받았다.

신포순대는 2019년에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업종 변경 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 중 꾸준히 고객의 사랑을 받고있다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곳이다.

신포순대는 사골 찹쌀순댓국이 대표메뉴다. 또한, 카레순대나 고추순대 등 다채로운 순대도 맛볼 수 있다.

좌판 위 공장 순대 → 가게서 직접 만든 수제 순대

순대 제조 기계 앞 서인성씨. 
순대 제조 기계 앞 서인성씨. 

 

신포순대는 김 씨가 1978년에 신포시장 내 노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지하에 있는 기계를 활용해 직접 순대를 만들지만, 당시에는 서울 구로 소재 순대공장에서 순대를 사왔다.

서 씨는 “서울에서 인천으로 7살 때 이사 왔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뭘 할까 고민하셨다. 어머니는 동인천 야채시장이나 신포시장 등을 둘러보다 순대가게가 없다는 걸 파악하셨다. 그래서 서울 구로에 있는 순대공장에서 순대를 대야에 받아와 신포시장 중앙에서 좌판을 깔고 순대를 팔기 시작했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됐다. 어머니는 구로 순대공장에 자주 가게 됐다. 순대를 사오는 양도 늘었다. 이동도 잦고 양도 많아지다 보니 어머니는 힘드셨다. 어머니는 구로 공장 사장께 순대를 만드는 방법을 요청했다. 구로 공장 사장이 젊은 데 고생한다며 흔쾌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순대를 손수 만들기 시작하며 찹쌀 등을 첨가해봤다. 또한 서 씨는 어머니의 방법을 토대로 최상의 순대를 만들기 위한 신포순대만의 최적의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했다.

서 씨는 “어머니는 집에서 순대를 만들었다. 손수 만들기 시작하며 찹쌀이나 야채 등 이것저것 넣으셨다. 초반에는 막걸리 통 주둥이 부분을 잘라 깔때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거기서 착안해 스테인레스 스틸 깔때기를 만들었다. 그 깔때기가 10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순대 기계를 빌렸다. 하지만 우리 순대와 맞지 않았다. 우리 순대는 찹쌀 함유량이 높다. 점성이 강하다. 시중 기계를 사용해서 순대 속을 채우면 밥알이 으깨져 떡처럼 된다”며 “그래서 3년 전 우리 순대에 적합한 기계를 제작했다. 지금은 지하에 있는 공장에서 그 기계를 활용해 순대를 만든다. 그렇게 오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31살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가업을 이어받기 전까지 서 씨는 캐나다에서 7년 동안 유학했다.

서 씨는 “캐나다에서 7년간 유학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했다. 캐나다에서 아내를 만났다. 아이도 낳았다. 그곳에 정착하려고 했다. 전공 관련 꿈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함께 가게를 운영해보자고 설득했다. 원래는 1년만 도와드리려 했다”며 “이후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다 2011년에 물려 받았다. 당시 어머니는 손도, 허리도, 무릎도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내가 가업을 이어받아 어머니께서 일선에서 물러나 쉴 수 있게 됐으니 참 다행이다”고 말했다.

높은 찹쌀 함유량과 색다른 재료는 신포순대의 유일함이자 추억 매개체

20년된 가마솥 앞 서인성씨.
20년된 가마솥 앞 서인성씨.

 

신포순대는 찹쌀 함유량이 56%다. 당면이 가득하고 중국산 찐쌀을 사용하는 시중 순대와 차별된 점이다.

서 씨는 “시중 순대는 찹쌀보다 당면이나 야채가 많다. 찹쌀 대신 중국산 찐쌀을 넣기도 한다. 찹쌀이 많으면 대량생산은 어렵다. 찹쌀의 점성 때문에 순대의 속 재료가 공장 기계에서 자동으로 밀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 순대에는 찹쌀이 56% 들어간다. 순대가 쫀득하고 찰지다. 우리는 손수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중 순대와 다른 우리의 고유함이다”라고 말했다.

신포순대는 44년된 노포지만 돼지 선지가 주가 되는 전통 순대만 판매하지 않는다. 신포순대는 지난 1996년부터 메뉴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포순대는 1996년부터 고추순대, 카레순대를 팔고 있다.

서 씨는 “1990년대 초중반쯤 피자만두가 나왔다. 거기서 착안해 순대에 색다른 재료를 넣어봤다. 고추나 카레부터 견과류, 마늘, 도라지, 인삼, 김치, 해산물 등 다양한 시도해봤다. 피자만두처럼 피자순대도 만들어봤다. 그중 고객 입맛을 사로 잡은 건 고추순대와 카레순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1996년부터 고추순대와 카레순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둠 순대로도 팔고 따로 한 접시씩 팔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색다른 순대가 적었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고추순대와 카레순대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신포순대는 다른 가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순대를 판다. 호불호가 나뉜다. 하지만 그 유일함은 고객 머릿속에 각인된다. 추억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단골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서 씨는 “1년 내내 주중에 점심을 드시던 고객이 있다. 그 분 순댓국 취향을 다 알았다. 그 분이 요구하지 않아도 취향대로 상차림을 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그때처럼 오시지 않는다. 타 지방에 발령 받으셨기 때문”이라며 “당시 매일 같이 뵙다보니 지금은 형님이라 부른다. 그 형님 집은 인천에 있다. 일은 지방에서 해도 인천에 종종 온다. 그 형님은 인천에 올 때 마다 가게에 들러 ‘너네 걸 먹어야 고향집에 온 거 같아’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만에 오는 고객도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이민 갔다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아기 때 부모님과 왔다 성인돼서 오는 고객도 있다. 우리 가게는 단골들이 1일에서부터 1주일, 1년, 5년, 10년 단위까지 있다”며 “신포시장 상권이 많이 죽었다.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자리를 고수한다. 단골들이 있기 때문이다. 순댓국 한 그릇, 순대 한 접시에 담긴 그들의 추억을 간직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포시장에서 인천공항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신포순대 가게 앞 서인성씨. 

 

신포순대는 이달 9일 인천공항에 입점한다. 국내 백년가게 중 24개가 인천공항에 입점하는데, 그중 신포순대는 인천 백년가게 5개 중 하나로 뽑혔다.

서 씨는 “이달 9일에 인천공항에 입점한다. 국내 백년가게 1000여개 중 24개가 인천공항에 입점한다. 인천 내 백년가게는 5개가 입점하기로 예정돼 있다. 그중 우리가게도 발탁됐다. 인천공항에서 판매될 순대는 똬리를 튼 기존 순대와 다르다. 소세지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뉴는 ‘바비큐 순대’와 순댓국이다. 바비큐 순대는 소시지 모양 순대를 숯불에 굽는 거다. 우리 순대는 찹쌀 함유량이 높아서 구우면 누룽지처럼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순댓국 역시 소시지 모양 순대가 통으로 들어간다. 국에 썰린 채 담기지 않아서 순대 속이 풀어지지 않고 온전히 보존된다. 찹쌀의 수분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향후 온라인으로 순댓국 밀키트 사업도 본격 할 예정이다. 순댓국 밀키트에도 소시지 모양 순대가 담긴다.

서 씨는 “이번 인천공항 입점을 계기로 온라인 판매자들과 협업해 밀키트를 판매해 볼 생각이다. 순댓국 밀키트에도 인천공항 내 판매하는 소시지 모양 순대가 통으로 들어간다”며 “냄비에 털어서 넣고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포장지 디자인까지 끝마쳤다. 향후 온라인에서도 신포순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신포순대 대표메뉴인 사골 찹쌀 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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