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㊺ 미추홀구 찬수네 방앗간
손님들이 “찬수네”라고 불러 ‘찬수네 방앗간’ 작명
신기시장 40년 터줏대감 비결은 손님과의 ‘신뢰’
“손님이 가게 자산... 가능하면 백년가게 이어갈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찬수네 방앗간’은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을 41년째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신기시장에서 고소한 참기름 내음을 따라 걷다 보면 ‘찬수네 방앗간’에 도착한다.

1대 사장인 아버지 김종린(68세) 씨와 어머니 장혜수(68세) 씨는 1982년부터 40년 넘게 신기시장 한자리에서 방앗간을 운영했다. 아들 김찬수(41세) 씨는 부모님께 ‘찬수네 방앗간’을 물려받았다.

오전엔 아버지 김종린 씨가 방앗간을 운영하고, 오후엔 아들 김찬수 씨가 교대해 운영하고 있다. 찬수네 방앗간은 미추홀구 주안동 1313-16번지 553동 16호에 있다.

찬수네 방앗간은 지난 7월 인천시 이어가게로 선정됐다. ‘이어가게’는 30년 이상 업종 변경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다.

손님들이 “찬수네”라고 불러 ‘찬수네 방앗간’ 작명

왼쪽부터 어머니 장혜수 씨, 아들 김찬수 씨, 아버지 김종린 씨.

김종린 씨는 1982년엔 과일가게로 장사를 시작했다. 중간에 방앗간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과일가게를 하면 가게 문을 새벽에 닫아야 하는데 방앗간은 저녁까지만 장사를 해도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과일장사는 밤늦게도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새벽 12시, 1시까지 가게를 열었다. 저녁에 문을 닫을 수 있는 장사를 하고 싶었다”며 “그러다 주변에 방앗간을 하던 사람이 장사를 접는다고 해서 방앗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7~8시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딸과 아들을 키웠다. 애들이 공부도 잘했고 참 잘 컸다”고 덧붙였다.

방앗간 이름을 아들 이름으로 지은 데 대해 장혜수 씨는 “원래 처음엔 충청도 방앗간으로 지었다. 그런데 찬수를 업고 장사하니까 손님들이 찬수네라고 불렀다”며 “손님들이 부르기 편한 이름을 짓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애이름을 방앗간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찬수가 4~5살 꼬마였다. 학교를 다녀오면서 시장 곳곳에 인사를 잘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랬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이 아들이 장사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얘길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부연했다.

신기시장 40년 터줏대감 비결은 손님과의 ‘신뢰’

김종린 씨가 참기름병에 제조날짜를 적고 있다.

김 씨는 “신기시장 한자리에서만 장사를 40년 동안 했다. 신기시장에서 우리보다 오래된 집은 몇집 없다”며 “신기시장의 터줏대감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신기시장의 역사를 들려줬다. 김 씨는 “신기시장은 1970년대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부근에 진흥도자기 전신인 진흥요업이 있었다”며 “유동인구가 많아 아주머니들이 야채 등을 팔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충청남도 서산에서 인천에 왔을 때 이 동네는 논밭 투성이였다. 그러다가 동인천에서 철거민들이 넘어 오면서 인구 밀도가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찬수네 방앗간은 참기름, 고춧가루뿐 아니라 각종 곡물과 된장·소금 등 요리에 활용하는 다양한 재료를 판매한다. 특히, 곡물 등은 충남 서산 장씨의 친정이 재배하는 걸 직접 공수해온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비결을 묻자 김 씨는 “고춧가루나 기름은 신뢰 장사다. 다른 재료를 섞는 등 손님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장사하는 게 비결”이라며 “다른 가게가 가격을 올려도 동요하지 않고 좋은 재료로 좋은 물건을 팔아 승부한다. 실제로 우리가 참기름을 8000원에 팔 때 다른 가게는 4000원에 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 재료는 손님이 필요에 맞게 사는 것이다. 손님이 먹어보고 맛있기 때문에 계속 찾아오고, 단골이 되는 것”이라며 “일부 손님이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면 다른 데서 사라고 한다. 장사는 한 우물을 파야한다. 정성을 다해 솔직하게 장사하면 손님들이 언젠간 알아준다”고 부연했다.

또, 김 씨는 “참기름에 만든 날짜를 써붙인다. 당일에 만든 걸 당일에만 판매한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방앗간은 흐름을 타지 않는다. 같은 재료로 기름을 짜도 경력 많은 사람이 짜면 맛있다. 볶는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님이 가게 자산... 가능하면 백년가게 이어갈 것”

인터뷰 중에도 많은 손님들이 찬수네 방앗간을 다녀갔다.

김 씨는 손님이 3대째 자신들의 방앗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는 게 방앗간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라고 꼽았다.

김 씨는 “처음에 장사했을 때 왔던 손님의 손녀가 오는 등 3대째 이용하는 손님이 있다. 손님이 본인 할머니랑 가게에 왔었다고 할 때 뿌듯하다”며 “단골들은 깨를 무겁게 들고 왔는데 가게 문이 닫혀있으면 다음날 다시 온다. 다른 집에서 기름을 짜면 맛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정말 손님이 가게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학생때부터 종종 방앗간 일을 도왔던 아들 김찬수 씨가 이제 가게를 이어받았다. 김찬수 씨는 부모님의 철학이 담긴 가게를 잘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찬수 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방앗간을 못하면 이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게를 부끄럽지 않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라며 “나중에 아이들이 원하면 방앗간을 물려줄 것이다. 그러면 백년가게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방앗간 매대에 놓여있는 곡물과 말린 고추들.
방앗간 매대에 놓여있는 곡물과 말린 고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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